<12일 민중총궐기 현장스케치>

아이부터 노인까지··· 6월항쟁 이후 최대인파

지난 12일 오후 4시 서울시청에서 열린 민중총궐기집회 현장에 도착했다. 그날 밤 촛불은 말 그대로 끝이 보이지 않았다. 촛불은 하나씩 모여 그 어느 빛보다도 밝은 빛을 만들었다. 시민들은 광화문부터 시청, 종로 을지로까지 빼곡히 모여 박근혜 퇴진을 외쳤다. 시위를 주최한 민중총궐기투쟁본부는 이날 약 100만명에 달하는 시민이 참여했다고 추정했다. 이는 1987년 6월 항쟁 이후 최대 인파다.

광화문을 가득 메운 끝이 보이지 않는 촛불들.

지난 12일 진행된 민중총궐기는 오후 2시 서울 각 지역에서 △여성대회 △빈민·장애인대회 △청년대학생시국대회 △청소년시국대회 △전국노동자대회 △평화행동 △시민대행진 등으로 나뉘어 행진을 시작해 시청과 광화문 일대에 모인 뒤 촛불문화제 및 민중총궐기대회를 진행했다.

혜화역에서 진행된 청년대학생시국회의는 정권퇴진을 요구하는 퍼포먼스를 했다. 청년들은 가수 10㎝의 ‘아메리카노’를 ‘하야리카노’로 개사해 부르는 등 행진하는 내내 유쾌하고 흥겨운 기운을 잃지 않았다. 숙명여대 정치외교학과 한 학생은 “박근혜 대통령은 정치학도 새내기도 아는 민주주의를 모른다. 부끄러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시청역 4번 출구 쪽에 모여 집회에 참가한 양평군민들. 오른쪽에 ‘양평비상국민행동’ 깃발이 보인다.

오후 4시 시작된 민중총궐기는 사전 대회에 참가하지 않은 시민들이 속속 도착해 광화문~시청 메인도로는 물론 시청부근 골목까지 시민들로 꽉 메워지는 진풍경이 연출됐다.

이날 민중총궐기에서는 박근혜게이트뿐만 아니라 백남기 농민, 임금피크제, 세월호 참사 한일정보보호협정 등 공권력 남용과 무능한 정부를 비판하는 다양한 사건들이 이야기됐다. 고 백남기 농민의 큰 딸인 백도라지씨는 “박대통령 재임기간 세월호 참사, 굴욕적인 위안부 어르신 협상 등 많은 일이 일어났다”며 “대통령이 나라를 진정으로 생각한다면 반드시 내려와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이번 집회에서는 ‘100만’이란 숫자에 걸맞게 다양한 참가자들을 볼 수 있었다. 유모차를 끌고 나온 부모, 노부부도 돗자리를 챙겨 거리로 나와 ‘박근혜 퇴진’을 외쳤다. 한 참가자는 “배터리도 5%면 교체한다”며 “임기가 1년 넘게 남았는데, 이 정도 지지율이면 사퇴하는게 맞다”고 말했다.

시위장소 곳곳에서는 시민들이 직접 준비한 문화제가 열리기도 했다. 예술가들은 길거리 공연을 열었고, 걸으면서 노래를 부르거나 단체로 춤을 추는 등 퍼포먼스를 하는 시민들도 눈에 띄었다. 시민들은 일본대사관 앞 평화의 소녀상 앞에서 줄을 서 사진을 찍으며 이 날을 기념하기도 했다.

청년대학생시국회의에 참가한 청년들이 거리행진을 하고 있다.

오후 6시가 넘어가자 일부 시위대는 청와대를 향해 행진을 시작했다. 경찰은 안국역 사거리부터 경복궁역 사거리까지 청와대로 가는 모든 길목을 봉쇄했다. 이에 시위대는 ‘박근혜는 퇴진하라’, ‘경찰은 비켜라’라며 경찰과 대치했다. 하지만 실제로 경찰차벽을 뚫으려는 사람이 나타나면 ‘비폭력’과 ‘평화시위 하자’는 구호를 외치며 만류했다.

한 시위 참가자는 “시민이 폭력시위를 조장하는 모습을 스스로 절제하고 새로운 시위문화를 만든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참가자는 “언론에서는 최대 규모의 ‘비폭력’ 집회였다고 추켜세운다”며 “그러나 이것이 진정 평화였는지, 그리고 누구의 평화였는지는 냉철하게 판단하고 다음 행동을 준비해야한다”고 말했다.

전국 각 지역에서 깃발을 들고 집회에 참가한 국민들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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