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평역 촛불집회 자유발언-조훈희(양평고1)>

2012년 12월19일, 역대 최다 득표수를 기록하며 제18대 대통령에 당선된 사람은 박근혜였습니다. 그리고 2016년 현재, 역대 최저 지지율 5%대를 기록하며 헌정사상 최초로 임기 중 수사를 받게 된 대통령의 이름도 다름 아닌 박근혜입니다.

집회를 주최한 ‘양평비상국민행동’의 깃발

그녀가, 아니 실질적으로 최순실씨가 우리나라의 대통령직을 맡았던 4년 동안 우리는 참 많은 일들을 겪었습니다. 자주국방을 통해 국민의 행복과 안전을 확보하겠다던 박근혜 대통령은 20년이 넘는 시간 동안 가슴에 박힌 상처를 안고 살아가던 위안부 할머니들과는 아무런 협의도 없이 단 10억엔에 할머니들의 긴긴 투쟁의 시간과 자존심을 팔아넘겼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대선 출마 전 “한평생을 한 맺힌 억울함과 비통함 속에 살아오신, 이제 쉰다섯 분밖에 남지 않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의 상처는 당연히 치유 받아야 합니다”라고 말한 자신의 모습을 완벽하게 망각하고, “일본 정부로부터 최상의 것을 받아냈다”고 자평해 우리들을 분노하게 만들었습니다.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를 정착해 남북간의 신뢰를 형성해 한반도에 평화를 구축하겠다던 박근혜 대통령은 북한의 4·5차 핵실험, 목함지뢰 사건을 겪고도 “강경하게 대응하겠다”는 말만 되풀이 할 뿐이었습니다. 지뢰 사건의 피해자인 곽 중사의 군 치료비 논란이 있은 후에도 국방부는 곽 중사의 치료비를 전액 부담하겠다고 발언했으나, 21사단 장병들의 월급을 징수해 그 돈을 치료비로 쓰는 만행을 저질렀습니다.

더불어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사태, 개성공단 폐쇄 사태, 그리고 가습기 살균제 논란 등 박근혜 정부의 임기 중 발생한 주요 사건사고는 일일이 다 말할 수 없을 만큼 많습니다. 유일하게 박근혜가 지킨 약속이 있다면 이렇게 국민들을 한자리로 모이게 만든 ‘국민 대통합’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이런 정부와 국가를 우리 국민들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요? 한국 사회를 지옥에 비유한 헬조선, 부모에 따라 청년들의 계급이 정해진다는 수저계급론, 사회적인 압박으로 인해 결혼, 취업 등 많은 것을 포기한 N포 세대 등의 단어들은 대한민국 국민들의 국가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적나라하게 표현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대통령이었던, 국민을 대표하는 국가원수였던 박근혜는 스스로 최순실의 꼭두각시놀이의 인형이 되어, 최순실의 아버지 최태민의 ‘영세교’에 홀려 국민의 목소리를 듣지 않은 채 애국심을 강요했습니다.

하루의 대부분을 공부하는데 투자하지만, 대한민국의 교육 현실에 좌절하며 입시 지옥에 시달리는 학생들이 과연 애국심을 가질 여유가 있을까요? 누구보다 열심히 일하며, 이 힘든 세상을 살아가시는, 하루하루 살아내시는 우리 부모님들에게 국가는 나라를 사랑하는 마음을 강요할 권리가 있을까요? 국민들에게 애국심을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을 위한 정책과 제도를 펼쳐 애국할 수 있을 만한 나라를 만드는 것이 대통령이 진정으로 해야 할 일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지금 우리는 이 양평역 광장에 단 하나의 이유로 모였습니다. 우리가 살아가야 할 대한민국의 미래를 사이비 종교의 신도에게, 국가의 일을 아무런 관련도 없는 일반인에게 맡겨버린 무능한 사람에게 맡길 수 없기에, 우리는 한 목소리로 박근혜의 하야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이미 민주공화국의 모습을 찾아볼 수 없는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에서, 국민들은 너무도 오랜 시간을 힘든 현실에 부딪치며 살아가야만 했습니다. 그리고 이에 대한 가장 큰 책임은 최순실도, 정윤회도 아닌 이들을 누구보다 믿고 신뢰한 박근혜 대통령에게 있습니다.

박근혜가 모든 직위를 내려놓고 청와대를 나오는 그 날은, 청소년들에게는 역사 왜곡과 사교육, 입시 위주의 교육에 찌든 나라로부터 독립하는 광복절이 될 것이며, 어른들에게는 숨 막히는 과거에서 벗어나 새로운 사회의 규범과 행동 양식을 마련하는 제헌절이 될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의 모든 국민들에게는 대한민국의 건국, 더 나아가 우리가 앞으로 써내려갈 빛나는 미래를 여는 개천절이 될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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