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미롭다. 막장드라마도 보다보면 싫증에 짜증까지 나기 마련인데 이건 날마다 새롭게 끝도 없는 이야기가 쏟아져 나온다. 사실, 이런 세상에서 살고 있다는 게 슬프지만 슬픈 현실에 그만큼 둔감해진 덕인지 드라마 보듯이 뉴스를 훑어보는 게 연속극 기다리듯 버릇이 되어 버렸다. 그리고 은근히 더 센, 더 확실한 이야기를 기대하게까지 되었다. 검찰이 ‘무엇을 밝혔습니다’라고 할 때 그 내용이 어제보다 약하면 ‘그래 검찰도 한 통속이지’ 하다가도 내 생각보다 좀 강하다 싶으면 ‘그럼 그렇지 세상에 믿을 X는 하나도 없는 게 맞구나’라는 데까지 도달한다.

나라 일을 한다는 사람들이 모두 의심스러운 세상이 되어버렸다. 상식적이지 않은 일들이 줄줄이 사탕으로 엮여있으니 그동안 세상에 속은 거 같기도 하고, 그렇게 돌아가는 거였다면 뭔들 믿고 살아갈 수 있는 나라일까 우울해지기까지 한다. 부정입학에 부정청탁에 부정자금 조성에, 게다가 안 엮인 곳이 없어 보인다.

어떤 사람이길래? 그 얼굴이 몹시 궁금했다. 빨간 티셔츠에 선글라스 낀 사진만 크게 나왔다 작게 나왔다 우려먹을 뿐 그 실체가 벗겨지지 않다가 드디어 말 타는 딸의 모습과 선글라스를 머리에 얹은 얼굴들이 뉴스에 등장하기 시작했다. 잘 알지 못하는 내 눈에 비친 말은 누군가를 대학에 보내고도 충분한 능력의 말처럼 보였다.

억 단위 ‘말’을 사면 그 ‘말’이 대학 보내준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사실 확인은 할 수 없었지만 지금 상황에선 상당히 신빙성 있는 이야기가 되었다. 35억원이라는 돈이 명마 구입에서 이동 및 대회 출전 등등으로 쓰였단다. 하도 백억 단위로 왔다 갔다 하는 기사를 보다보니 ‘35억이 뭔 대수?’라는 생각이 들다가 신문에 쓰인 글 한 줄이 눈에 들어 왔다.

‘유기동물 보호소 운영에 드는 예산이 구청 당 연간 600만원 정도.’ 매달 만원씩 기부하는 사설 보호소가 부지 확보를 위해 고군분투하며 보내는 이메일을 받아보며 이번 달은 ‘2만원을 낼까?’ 갈등하던 순간과, 하루가 멀게 올라오는 학대와 버림에 상처받은 강아지 고양이들의 입양처를 알아보는 페이스북 사진들, 유기동물 보호기간이 다 되어 안락사 날짜가 잡힌 강아지와 고양이들을 위기에서 구해줄 것을 간절히 호소하는 이메일, 사고를 당하거나 질병이 있어 치료비를 호소하는 글들….

이런 내용을 볼 때마다 이걸 다 어떻게 감당하나 싶어 열지도 않고 눈 감았던 일들이, 35억원이 사회적으로 얼마나 유익하게 쓰일 수 있는지를 줄줄이 떠오르게 한다. 말 못하는 동물만 있나? 어른들의 잘못으로 버려지는 아기들은 어떻고. 생각해보니 한도 끝도 없다.

사실 ‘명마’라고 알려진 말의 뛰는 자세도 예사롭지 않게 보인다. 초원을 달리는 본능을 가진 말의 모습이 아니다. 고개를 굽히고 예쁜 자세로 뛰어야 하는 말, 자연스럽지 않다. 마장마술이라는 분야는 몰랐던 불편한 모습을 본 듯하다. 뭐 불편한 부분이 한둘이었나? 그래 그냥 오늘은 여기까지만 생각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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