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속으로] '꼬마야 꼬마야', '비석치기' 등 전래놀이. 보여주기식 아닌 관객참여로 완성된 공연

‘놀이사용설명서’ 공연이 지난 5일 어린이도서관 앞마당에서 열렸다. 5명의 배우들이 몸짓만으로 관객과 소통하며 공연을 이끌어갔다.

지난 5일 오후 1시 양평 어린이도서관 앞마당에 놀이마당이 펼쳐졌다. 휴일을 맞아 엄마아빠 손을 잡고 도서관을 찾은 아이들의 웃음소리로 조용한 도서관이 1시간 동안 들썩였다.

공연이름은 ‘놀이사용설명서’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복권기금 문화나눔이 주최하고 ‘코끼리들이 웃는다’ 공연단체가 주관한 관객참여형 공연이다. 노란 점프슈트를 차려입은 배우 5명이 등장해 몸짓만으로 공연을 시작하자 둘러앉은 관객들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대사 없이 어떻게 이야기를 이해해야할지 쉽사리 몰두하지 못했다. 정자에서 배우들의 연기를 지켜보던 조평기(7) 어린이는 “서커스 같아. 재미없어.” 낯설어하면서도 어떤 일이 벌어질지 궁금증에 눈을 떼지 못한다.

배우들은 ‘고무줄놀이’, ‘비석치기’ 등 부모세대들이 어린 시절 즐겼을 놀이를 하나둘 시작한다. 관객 중 아이 엄마 두세 명을 초대해 배우들과 함께 고무줄놀이를 시작한다. 익숙한 장면에 신이 난 어른들은 “엄마 어렸을 때 하던 놀인데 너희들은 모르지.” “학교에서 해봤니?” 자녀들과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추억을 떠올렸다.

이어서 아이 아빠 몇몇이 비석치기에 나섰다. 한 참가자가 넓적다리 사이에 낀 돌을 비석 위에 떨어뜨리려는 찰나, 모든 관객이 숨을 죽이며 지켜본다. 떨어진 돌이 비석을 쓰러트리는 순간 환호성이 터진다. 놀이 중간 중간 ‘푸른 하늘 은하수’, ‘뿅망치’, ‘오자미’ 등 익숙한 놀이들이 진행되면서 어느새 관객과 배우의 경계가 무너졌다.

공연이 후반으로 들어서며 ‘꼬마야 꼬마야’ 놀이가 진행되자 부모들의 권유에도 망설이던 아이들이 마당으로 나오기 시작했다. 줄넘기 줄이 돌기 시작하자 누가 신호를 주지 않아도 아이들은 “꼬마야 꼬마야 뒤를 돌아라, 꼬마야 꼬마야 땅을 짚어라, 꼬마야 꼬마야 만세를 불러라” 노래를 합창했다. 줄이 돌아가고 아이들이 뛸 때마다 객석에선 환호와 탄식이 교차한다. 가뿐하게 만세까지 부르고 나온 조담희(강상초4)는 “‘꼬마야 꼬마야’는 학교와 집에서 해본 놀이라 잘 한다”며 “엄마가 가자고 해서 왔는데 재밌다”고 들뜬 기색이다.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익숙한 놀이가 시작되자 아이들이 모두 마당으로 뛰어나왔다.

이날 놀이의 절정은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배우가 한 어린이의 손을 잡고 술래로 나서자 아이들이 모두 마당으로 쏟아져 나왔다. 한발 두발 술래 뒤로 다가서는 아이들 발걸음에 긴장감이 감돈다. “영철아, 너 좋아하는 갈치조림 해놨다”, “현우야, 밥 먹자” 아이를 부르는 골목길 엄마들의 목소리를 끝으로 놀이마당이 끝났다.

임재순(39)씨는 “무언극인지 모르고 와서 초반엔 아쉬웠는데 후반에 아이들이 참여해서 좋았다”며 “예전에 즐기던 놀이로 아이들과 다시 놀아보니 즐거웠다”고 만족해했다.

 

다양한 문화예술공연 공모… ‘동네에서 즐겨요’

양평 주민들은 연극이나 음악 등 문화예술 공연을 한해 몇 번이나 관람할까?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지난해 경기문화재단이 발표한 ‘경기도민 문화향수 실태조사’ 결과와 크게 다르지 않을 듯하다. 농어촌지역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오히려 이보다 열악하다고 판단하는 게 타당하다.

강상면 세월리 마을회 초청으로 지난해 9월 이뤄진 찾아가는 공연 ‘달리는 피아노.’ 클래식과 탭댄스라는 생소한 주제임에도 주민 모두 즐겁게 관람했다.

이 조사에 의하면 응답자의 77.9%가 1년(2015년) 동안 문화예술 행사를 관람했다고 답했는데 분야별로 살펴보면 영화가 전체 응답자의 75.9%로 압도적이다. 연극(12.9%)·박물관(12.4%)·대중음악 및 연예(10.6%)·미술관(10.1%) 관람률이 10%를 겨우 넘었고, 문학행사(3.2%)·전통예술(2.5%)·서양음악(1.4%)·무용(1.2%) 등은 매우 저조한 것으로 조사됐다. 결국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영화 이외에는 문화예술 공연을 접할 기회가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농산어촌지역, 임대주택, 사회복지시설 등 문화시설과 공연이 부족한 곳을 직접 찾아가는 다양한 장르의 문화예술 프로그램을 지원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업이 경기문화재단․한국문화예술위원회․문화체육관광부 등에서 진행하는 ‘신나는 예술여행’, ‘찾아가는 문화예술공연’, ‘움직이는 예술정거장’ 등의 공모사업이다.

강상주민자치위원회 초청으로 지난해 11월 신나는 예술여행 ‘석숭이야기’ 판소리극이 공연됐다. 어르신들이 가족과 함께 즐길 수 있는 공연이었다.

기관․단체에서 요청하는 공연도 있지만 문화소외지역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신청하는 경우 공모에 선정될 가능성이 더 높다. 지난 5일 어린이도서관에서 열린 ‘놀이사용설명서’의 경우도 어린이도서관이 아닌 양평읍 ‘고향을 생각하는 주부들의 모임’의 협력으로 공연이 성사됐다. 지난해 강상주민자치위원회, 세월리의 경우도 주민들의 요청으로 판소리극 ‘석숭이야기’, ‘달리는 피아노’공연 등을 유치했다.

공모로 진행되는 문화예술공연은 주민 참여형 예술이 많다. 관객이 점잖게 객석에 앉아 수동적으로 감상하는 공연이 아니라 주민과 예술가, 관객과 배우가 소통하는 공연이라 주민들의 호응도 높다. ‘2016 신나는 예술여행’ 참여단체인 ‘코끼리들이 웃는다’ 유병진(43) 기획자는 “흔히 어른들은 공연에 얘들만 보내려고 하는데 지역을 돌며 공연을 해보면 무릎이 불편한 어르신까지 적극적으로 참여한다”며 “‘놀이사용설명서’의 경우도 추억과 관련한 놀이를 어른이 먼저 즐기면서 가족과 공유하는 공연으로, 관객의 직접적인 참여를 통해 완성된다”고 소개했다.

생활문화예술단 파견을 통해 생활문화동호회의 문화나눔 활동을 지원하는 사업도 있다. 올해 양평 장애인시설인 ‘사람&사랑’, ‘은혜의집’은 경기문화재단 공모를 통해 악기 및 난타 공연을 진행했다.

경기문화재단(www.ggcf.kr/), 한국문화예술위원회(www.arko.or.kr/)의 문화예술공연 공모는 해마다 홈페이지를 통해 수시로 공고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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