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마을, 왜 만들어야 하는가> 성종규 서종면 주민자치위원회 위원장

아름다운 마을을 찾아가는 여행 32

 

간판이 아름다운 거리를 몇 군데 찾아가 보려 한다. 간판이란 상점이 자신의 영업정보를 알리고 내세우는 표지로써 그 상점의 얼굴에 해당한다. 사람들은 같은 업종의 상점이라면 이왕이면 간판이 끌리는 곳을 선택한다. 그 만큼 간판은 상점의 중요한 요소다. 그런데 사람들은 간판의 어떤 면을 보고 상점을 선택하게 될까?

간판의 전신은 현판(懸板, 옛날 건축물의 이름을 써 붙여 조각한 목판)이다. 그러다가 거리에 간판이 등장한 시기는 근대적 상업이 발전함과 동시에 페인트가 상용화되면서다. 그러다가 플라스틱 소재나 아크릴, LED 등이 상용화되고, 컴퓨터를 이용한 활자체도 다양해지면서 이제 간판은 일정한 기술만 익히면 특별한 디자인 감각 없이도 쉽게 만들 수 있게 되었다.

간판이 상용화되는 초기에는 간판의 효용성은 오로지 ‘영업정보를 알리는 것’ 정도로 단순했다. 크게, 뚜렷하게 사람들이 알아볼 수 있도록 알리기만 하면 됐다. 간판 경쟁은 ‘더 크게’, ‘더 뚜렷이’, ‘더 자극적으로’ 보이도록 하는 데 집중되었다.

그 결과 도시의 거리는 간판의 크기와 자극성의 경쟁의 장이 되었다. 강준만은 ‘대한민국은 왜 간판공화국이 되었나’라는 글에서 “치열한 경쟁과 속전속결주의의 상업성은 대한민국을 간판공화국으로 만들어 왔다”라고 말하고 있다. 실제로 외국인들이 한국을 처음 방문하면 거리의 간판이 ‘재밌다’라고 말한다. 그 말의 숨은 뜻은 ‘정신없이 현란하고 혼란스럽다’이다.

간판공화국 대한민국

그러나 이제 우리나라는 OECD 회원국이 되었고 사회문화의 수준도 성장했다. 이제 우리는 간판공화국이라는 불명예를 씻어나가야 하며 간판에 대한 인식을 달리 해야 한다. 아직도 더 크고 더 자극적인 간판이 매출에 효율적일까? 아직도 간판의 의미는 단순히 영업정보를 전달하는 것에 국한되고 있는 걸까? 간판이 거리에서 차지하는 역할은 무엇인가? 좋은 간판은 어떤 것일까?

우리나라 거리의 간판 문화를 바꿔보려고 야심차게 출발한 희망제작소 부설 간판문화연구소는 이제 간판은 단순히 상업정보를 전달하는 수단일 뿐만 아니라 거리 디자인이나 생활예술의 일부분을 차지해야 한다고 말한다. 사람들은 거리예술의 일부분으로써의 아름다운 간판을 선호하며, 또 그러한 간판이 실제로 매출도 향상시킨다고 말한다. 사람들도 이제 단순히 크고 자극적인 간판에 실증과 혐오감을 느끼기 시작했으며, 그러한 간판이 달려 있는 상점은 실제 내용물의 질(quality)도 떨어질 것이라고 판단한다고 한다.

‘대한민국 좋은간판상’ 시상 작품들

그러한 추세에 맞추어 간판개선사업이 확산되어 왔다. 관이 주도하기도 하고, 몇몇 문화적 거리는 민간이 스스로 디자인 감각을 발휘함으로써 간판이 아름다운 거리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그러나 어떤 방향으로 개선되어야 하는가에 대해서 시행착오도 없지 않았다. 대표적으로 혼란함을 해소하기 위해 크기나 디자인을 단순화하는 방법의 개선사업에 대해서는 오히려 반성의 목소리도 들린다.

서울시는 지금까지 진행해 온 간판개선사업에 관하여 “공공디자인 개념의 확산과 더불어 간판을 도시의 공공재로 인식해야한다는 주장이 나오기 시작한 지 어느덧 10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간판을 가로경관을 형성하는 요소로 인식하고, 도시의 매력을 상승시키는 주요도구로 활용하고자 하는 시도는 관주도의 간판개선사업을 통해 지속적으로 이루어져왔다. 그러나 간판의 양적인 축소 성과를 이루었지만, 천편일률적인 디자인, 일원화된 간판들이 가로의 매력을 오히려 저해시켜온 것도 사실이다. 수년간 진행되어온 간판개선사업들을 타산지석으로 삼아 가로의 지리, 문화적 특성 및 도시맥락을 반영한 개성적이면서도 통합적인 가로경관 형성이 무엇보다도 필요하다”고 평가하고 있다.

이미 2007년에 SBS TV가 6부작 특집으로 우리나라의 간판문화개선의 필요성과 방향을 다루었고, 각종 ‘좋은간판상’ 시상제도도 시행되고 있으며, 우리 양평도 간판개선사업이 상당히 진행되고 있다. 아름다운 간판이란 무엇인지, 간판개선사업의 올바른 방향은 무엇인지, 그리고 간판이 아름다운 거리를 어떻게 만들어갈지를 본격적으로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저작권자 © 양평시민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