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진단> 표류하는 세미원, 어디로 가나

새 대표이사 추천위 구성부터 난항
군-군의회, ‘인물’ 놓고 동상이몽
물적·제도적 시스템 바꾸지 않고
사람만 교체해선 ‘도로 이훈석’ 꼴 

 

온갖 비리와 부정행위 등으로 양평 시민사회의 공분을 사고 있는 (재)세미원(이사장 김성재 부군수)을 두고 양평군이 사실상 손을 놓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훈석 세미원 대표이사의 무분별한 독도사업 추진으로 촉발된 감사원 감사가 벌써 석 달째 접어들고 있고, 이와 별도로 경찰 조사가 진행 중이다. 새 대표이사 선임을 위한 추천위원회 구성도 군과 군의회가 서로 우물쭈물하는 사이 예정보다 2주일가량이나 뒤처지고 있다. 세미원의 혁신과 쇄신의 시간도 부족한 마당에 군과 군의회가 제 할 일조차 하지 않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는 이유다.

(재)세미원은 지난달 12일 시행한 공문에서 대표이사 추천위원회 구성을 위해 10월20일까지 추천을 회신해줄 것을 양평군에 요청했다.

새 대표이사 추천위원회는 이사장이 3명, 군의회가 2명을 추천해 구성된다. 추천위원 5명은 ‘이훈석의 독도사업’으로 점철된 세미원을 새롭게 이끌 적임자를 가려내는 막중한 임무를 맡게 된다. 이 대표이사의 임기 만료가 다음달 28일이고, 업무 인수인계 절차, 감사원 감사가 이달 중순께 마무리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점 등을 감안하면 시간이 많지 않은 상태다.

그럼에도 군과 군의회는 세미원이 지난달 20일까지 회신해줄 것을 요청한 대표이사 추천위 구성을 보름 가까이 지연하고 있다. 군과 군의회 관계자 등에 따르면 군의회는 뒤늦게 추천위원 몫을 1명 늘려 3명을 요구하는 것으로 전해졌고, 이사장 몫의 추천위원 3명은 구체적인 윤곽이 나오지 않은 상태로 알려졌다. 세미원 주무부서인 관광진흥과 관계자는 지난 1일 “어느 쪽으로부터도 추천위원과 관련해 전해들은 바가 없다”고 밝혔다.

세미원 정관에 따르면 대표이사를 새로 임명하고자 할 때는 ‘지체 없이’ 추천위원회를 구성해야 하는 데도 군과 군의회 모두 책임을 방기하고 있는 실정이다. 한 전직 지방의원은 “군과 군의회 모두 출연기관에 대한 관리감독 부실로 비롯된 세미원 문제를 수습하기는커녕 적극적인 해결의지도 밝히지 않고 있다”며 “더 이상 사태를 관망만 하는 자세에서 벗어나 현 사태를 수습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러는 사이 세미원 내부에서는 재단의 파행 운영 당사자들이 서로 책임 떠넘기기에 급급하는 등 극심한 내홍을 겪고 있다. 감사 당사자인 이훈석 대표이사는 간간이 출근하면서 자신의 과오에서 비롯된 책임을 직원들에게 전가하는데 급급하고 있다.

기노준 사무국장은 “세미원에 온 지 얼마 안 돼 예전 일은 잘 모른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기 국장은 지난해 12월 군 지역개발국장(4급)을 끝으로 명예퇴임한 후 올해 3월 세미원 사무국장으로 갔다. 사무관 이상 퇴직공무원들이 군 출자출연·산하기관 등에 고액연봉을 받으면서 재취업하는 악순환은 전형적인 ‘양평군 지방관피아’의 관행으로 지적된다.

이런 가운데 세미원 안팎에서는 향후 대표이사에 대한 ‘시나리오’까지 나오고 있다. 다음달 중 선임될 새 대표이사는 이훈석 대표처럼 연임을 거치지 않고 2년 임기를 끝으로 퇴직하고, 그 다음 대표이사와 사무국장을 누가 맡는다는 식이다. 익명을 요청한 한 양서면 주민은 “군과 군의회, 세미원 파행의 당사자들이 서로 책임을 떠넘기는 사이 표류하고 있다”며 “주민세금으로 설립한 세미원은 그 누구의 사유물도 아니다. 이제라도 책임 있는 자세로 세미원을 하루빨리 정상화시켜 주민 품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감사원은 지난 9월12일 세미원에 대한 본 감사에 착수해 세미원이 연꽃 식재 사업비로 지출한 2076만원과, 직원성과급 중 700만원이 이훈석 대표이사에게 흘러간 경위 등을 조사했다. 이훈석 대표이사의 세미원 예산 횡령 의혹 등을 중심으로 종료될 것으로 보였던 감사는 이후 세미원 시설물인 세한정의 사업비 내역과 연꽃박물관 수장고 및 이 대표이사 사택의 골동품·유물 등의 구입 과정 등을 조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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