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정우 양평정신건강의학과 원장

안정우 양평정신겅강의학과 원장

충격적인 요즘입니다. 사람마다 마음에 받는 충격은 정도가 다르겠지만 어느 정도이든 영향을 받지 않을 수는 없었으리라 생각합니다. 살고 있는 사회에 대한 기본적인 믿음과 기대 에 따라 그 정도가 다를 것이라 생각합니다. 정신과 의사로서는 이 상황이 궁금하기도 합니다. 작금의 상황을 보고 들으며 직업적으로 떠오르는 정신 병리들이 몇 가지 있습니다.

사람의 사고는 사고 내용과 사고 처리로 이루어집니다. 조현병은 초기에는 환청과 망상과 같이 사고 내용에 문제가 생기고, 만성화되면 사고가 텅 비는 사고 빈곤에 이르게 됩니다. 사고 처리 과정에는 사고의 단절(Blocking), 비논리적 사고, 비 일관적인 합치될 수 없는 사고를 하는 등의 문제가 생깁니다. 조증 삽화에서는 과대망상, 전지전능감을 포함한 사고내용의 장애와 사고의 비약(Flight of idea), 우원증(Circumstantilaity, Tangentilaity), 사고의 탈선(Derailment) 등 일관된 사고표현을 하지 못하고 빙빙 돌리거나 중언부언하게 되고 중간을 생략하고 건너뛰는 사고처리의 장애를 보이게 됩니다.

이런 정신질환이 없는 일반인에게서 사고의 흐름이나 내용이 뭔가 이상하게 보이는 부분이 있다면 성격과 사고 과정의 문제일 것입니다. 사람을 평가하는 ‘독선적인’, ‘편협한’, ‘유아독존적인’ 등의 말은 자기애적 성격과, 사고가 고립되고 자신만의 비논리적 사고체계가 결합된 경우입니다. 정신질환이 없는데도 홀로코스트 같은 인종대학살, 일본제국주의 만행, 광주학살 등을 일으키고도 자신은 할 일을 한 것뿐이라는 말을 할 수 있는 것이죠. ‘악의 평범함’이라는 유명한 구절을 남긴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이라는 책이 떠오릅니다.

페르조나(Persona)라는 말이 있습니다. 고대에 배우들이 쓰던 가면을 의미하는 라틴어에서 유래한 용어로, 세상에 대처하기 위해 개인이 쓰는 사회적 가면 또는 사회적 얼굴을 의미합니다. 페르조나는 성정체성이나 자아정체성 또는 직업 같이 사회가 규정하는 나에 대한 인식과 관련되어 있습니다. 개인은 의식적으로나 무의식적으로 자기성격의 한 측면을 페르조나로 강조하기도 하고, 전 생애동안 많은 페르조나를 사용하는데 여러 개를 동시에 사용하기도 합니다. 누구나 직업인으로서의 나, 자식으로서의 나, 부모로서의 나, 친구들 사이에서 비치는 나 등 여러 모습으로 삽니다. 그런데 실제 무의식의 나와의 격차가 너무 크다면 그 상태를 유지하는데 힘이 많이 듭니다. 그 상태가 지속되면 파열음이 납니다. 살다 중간 중간 자신의 본모습이 나오는 것입니다. 그것은 말실수가 되기도 하고 주변 상황에 어울리지 않는 말, 말더듬을 만들기도 합니다.

공유정신병은 희귀한 병입니다. 흔히 발병 전 정신병적 증상이 있는 사람과 오랜 기간 관계를 맺은 사람에게서 비슷한 정신병적 증상이 나타납니다. 가장 흔한 관계는 자매간이며, 이외에 남편-부인, 어머니-자녀 등의 관계에서 나타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권위적이고 강력한 카리스마의 지도자적 존재와 이에 순응하는 존재로 짝을 짓게 되는 경우를 여러 차례 경험한 바 있습니다. 사이비종교와도 매우 밀접한 관계를 가집니다. 강력한 종교적 지도자의 종교적 망상과 그 전파에 주변인들이 폭력, 권력 등에 의해 압도당하고 있는 상황에서 심리적으로 꼭두각시같이 사로잡혀 있습니다. 그 가해적 존재와 심리적, 신체적 거리를 두도록 치료를 해도 쉽게 좋아지지 않는 모습을 본 적이 있습니다.

진료한 환자분 중에 JMS라는 사이비 종교를 다니시던 분은 공유정신병이 아닌데도 실형을 받고 감옥에 있는 교주를 사람들이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고 두둔해 놀란 적도 있습니다. 사람의 무의식에서는 이런 신기한 일도 일어난다는 것이 새삼 떠오르는 요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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