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여행주간 하늘숲길 임시개방

임도 중간에 위치한 포켓쉼터에서 바라본 풍경. 황금빛 논과 겹겹이 둘러친 산, 양평시내가 한눈에 펼쳐진다.

난달 24일~오는 6일은 문화체육관광부가 지정한 가을여행주간이다. ‘대한민국의 숨겨진 가을 속으로 떠나는 오픈&히든’을 주제로 지방자치단체별로 다양한 행사를 2주 동안 진행한다. 잘 알려진 여행명소만 찾지 말고 이제껏 알려지지 않은 여행지, 평소에 개방되지 않는 곳을 찾아 새로움을 느껴보라는 얘긴가 보다.

양평군은 ‘숨은 관광지! 하늘숲길 개방’, ‘헬스투어의 쉼표와 느낌표’, 군내 16개 관광지 및 관광체험 할인행사를 관광주간 동안 진행한다. ‘숨은 관광지’란 얘기에 혹해 지난달 30일 양평읍 양평쉬자파크의 ‘하늘숲길’을 둘러보았다.

하늘숲길 임도 초입. 낙엽이 떨어진 가을산길을 3대가 함께 걷는 모습이 평화롭다.

한층 쌀쌀해진 날씨 탓인지 일요일 정오를 넘긴 쉬자파크는 인적이 드물었다. 주말이면 가족과 함께 산책을 즐기는 인근 주민들과, 쉬자파크를 둘러보는 여행객들로 적막함을 느낄 정도는 아니었는데 간간히 붉은빛을 드리운 용문산의 정취가 한층 쓸쓸해보였다.

‘하늘숲길(힐링숲길)’은 양평중학교~농업기술센터~용문산자연휴양림~양평쉬자파크에 이르는 등산로와, 용문면 연수리까지 연결한 임도(7.7㎞)를 합한 13.4㎞구간을 말한다. 산림관리와 산불예방 및 방제를 위해 만든 임도의 오르막길은 콘크리트포장이 돼있는데 안전사고 문제로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 가을 여행주간을 맞아 쉬자파크에서 오르는 임도가 2주간 특별 개방됐다.

후 12시30분 쉬자파크 주차장에서 내려 인공암벽 쪽으로 향하니 바리게이트가 한쪽으로 비켜 세워져있고, ‘하늘숲길 가는 길’이란 커다란 현수막이 걸려있다. 군청 양평관광 홈페이지(tou.yp21.net)에는 가을여행주간 동안 누구나 간단한 소지품(산불방지) 검사 후 산행을 할 수 있다고 안내돼 있는데 별도의 검사는 하지 않았다. 평상시 하늘숲길과 삿갓봉 전망대를 오르기 위해서는 쉬자파크 정문 못 미쳐 오른쪽으로 난 등산로를 이용해야 한다. 주차 후 등산로입구로 가려면 5분 이상 왔던 길을 내려가야 하지만 임시개방 덕분에 수고를 덜었다.

임시개방된 임도. 오르막길은 콘크리트로 포장돼있다..

출발부터 30도 경사의 오르막길이 이어진다. 낙엽이 많이 떨어지지 않아 가을산길을 걷는 느낌은 덜하지만 조용하고 한가로운 풍경이다. 산을 내려오는 가족여행객 두어 팀과 마주쳤는데 등산화를 신지 않은 일상복 차림이다. 포장된 임도를 걷는 때문이리라. 10여분 정도 올라가니 아래쪽에서 오르는 등산로와 길이 합쳐졌다. 차량통제를 막는 바리게이트를 두 곳 지나치도록 임도를 거치지 않고 삿갓봉으로 바로 오르는 등산로를 보지 못했다. 오른쪽에 있다는데 이정표가 없으니 찾기가 힘들다.

20분 정도 임도를 더 오르니 이정표와 안내도가 나왔다. 아래쪽 길은 용문면 연수리와 학골로 이어지고 오르막길이 하늘숲길 포켓쉼터 방향이다. 여기서부터 쉼터까지는 구불구불한 오르막길이 계속된다. 임도를 낸 후 단풍나무 등을 심기 시작했는지 어린 나무들이 듬성듬성 서있다.

을 산의 운치 넘치는 산책길을 기대하고 왔다면 실망감을 감추기 힘들 듯 하다. 고갯마루에 다다르자 포장길이 끝나고 흙길이 나온다. 이곳엔 잠시 쉬어갈 수 있는 평상과 이정표, 쓰레기통이 설치돼 있다. 400m정도 비포장 길을 걸어가니 오른편 탁 트인 시야로 백안리의 황금빛 논과 겹겹이 둘러친 산, 양평시내가 한눈에 펼쳐진다. 이래서 이름을 ‘하늘숲길’이라 지었나 보다. 하늘과 닿은 숲길이라고. 포켓쉼터는 정자와 평상, 전망 데크로 구성돼 있다. 데크로 내려서니 소나무 두 그루가 시선을 가려 길에서 바라본 풍경만 못하고, 사진을 찍기에도 어딘지 부족하다. 이 길로 쭉 내려가면 용문역이 나온다는데 그쯤에서 발길을 되돌렸다.

임도에서 삿갓봉으로 오르는 이정표가 없다. 전망대 이정표 바로 뒤 산길로 오르면 삿갓봉이다.

왔던 길을 다시 내려오는데 포켓쉼터에서 마주친 관광객 한 무리가 삿갓봉으로 가는 길을 묻는다. 양평 블로그를 보고 왔는데 헛갈린다면서. 초행길이긴 마찬가지라 시원스레 답을 못 주고 내려오면서 삿갓봉 이정표를 찾으니 역시 보이지 않는다.

삿갓봉을 안 보고 가면 왠지 아쉬움이 남을 것 같아 마지막 이정표 앞에 다시 섰다. 이정표 뒤로 산으로 오르는 길이 보인다. 짐작만으로 산길을 오르기 시작했는데 인적은 없고 빽빽한 소나무와 참나무가 드리운 그늘이 오후 햇살을 가려 스산한 기분까지 들게 한다. 5분쯤 오르니 나뭇가지에 매달린 색깔 리본이 보인다. 반갑다. 확신을 갖고 조금 더 오르니 흙바닥에 박힌 돌 표지판이 보인다. 작지만 정상이란 표시가 맞다. 드디어 473m 삿갓봉 정상이다.

삿갓봉 전망바위를 향해 억새풀 사이를 헤치고 돌무더기에 돌도 하나 보태며 헬기착륙장을 지나니 애타게 찾던 범상치 않은 바위가 보인다. 밧줄을 잡고 소나무 사이를 조심조심 헤치니 탁 트인 광경에 감탄이 절로 난다. 용문산 백운봉, 양평시내와 남한강, 여주 이포보까지 파노라마 그림이 펼쳐진다. 뜻밖에 보물을 발견한 기분이다. 소나무와 바위가 오랜 세월 얽히고설킨 자리에 앉아 한가로이 바라보는데, 땀 한 방울 안 흘리고 이런 장관을 느낀다는 게 노력하지 않고 얻은 행운인양 미안하다.

소나무와 바위가 오랜 세월 얽히고설킨 삿갓봉 전망바위에서 기념사진을 찍는 관광객들.

혼자 오른 길에 사진 찍기가 애매하다. 무슨 인연인지 쉼터에서 만났던 일행을 세 번째 마주쳤다. 조금 헤맸지만 제대로 길을 찾은 모양이다. 사진모델을 부탁하니 “길거리 캐스팅이 소원이었다”며 흔쾌히 포즈를 취해준다. 취재를 나왔다고 하니 삿갓봉 나무이정표의 안내 문구가 지워졌다며, 쉽게 찾을 수 있도록 산길 입구부터 이정표를 세우라고 써달라는 당부를 덧붙인다.

오늘 산행은 삿강봉을 오르내린 30여분이 제일 기억에 남을 것 같다. 탁 트인 전망과 삿갓봉 바위의 위용도 감동적이지만 오랜 세월 켜켜이 쌓인 낙엽과 흙이 발에 전해준 폭신한 촉감이 새삼스레 감사하다.

임도를 내려오는데 임시개방 소식을 듣고 산을 찾은 중년부부가 길을 묻는다. “이 길로 가면 뭐가 나와요?” 어느 코스를 권해야 할지, ‘오픈&히든’이란 말에 끌렸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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