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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미술관', 퇴색일로 전통시장에 '경쟁력' 예술인뿐 아니라 청년상인 참여 활력 이끌어서양화가 김미남, 문화장터를 보다

예술인뿐 아니라 청년상인 참여 활력 이끌어

서양화가 김미남, 문화장터를 보다

 

중견 서양화가 김미남씨가 ‘2016 원주문화재단 문화예술지원사업’으로 원주중앙시장 ‘골목미술관’에서 개인전을 열고 있다. 그는 6개월간 양평과 원주를 오가며 이전과는 다른 애착으로 ‘시장 쓰레기, 예술로 탄생하다’展을 완성했다. 그가 목격한 원주중앙시장의 모습은 지역주민과 상인들의 문화적 욕구를 충족시켜주는 ‘문화향연의 장’이었다.

배기관이 노출된 천장에 알록달록한 갓 전등이 내걸리고, 하얀 페인트로 단장한 막다른 골목은 어엿한 상설전시장이 됐다. 너덜거리던 판자 벽면은 화려한 색상의 팝 아트 인물화가 장식했다. ‘미로예술시장’으로 변신한 강원 원주중앙시장이 원주의 새로운 볼거리로 젊은이들을 모으고 있다.

원주중앙시장 2층 골목미술관에 전시된 김미남 작가의 나비를 주제로 한 회화와 설치작품들. 시장 전체는 건물 4개를 연결한 ‘미로예술관’으로 공방과 카페가 들어서있다. ⓒ

원주중앙시장은 여느 전통시장과 마찬가지로 1990년 말부터 급격하게 쇠락의 길을 걸었다. 쓰레기를 치우는 데만 2000만원이 들었을 만큼 폐허나 다름없었다. 원주중앙시장 문화관광형시장 육성사업단은 결국 재생사업으로 방향을 틀었고, 지난해 12월 시장과 문화예술이 결합된 ‘골목미술관’과 ‘미로예술시장’이 탄생했다. 건물 4개를 연결한 복잡한 미로(迷路)가 본뜻이지만, 방문객에는 아름다운 길(美路)이고 맛있는 길(味路)이다.

미로예술시장은 예술가와 입점 상인들이 직접 진행하는 프리마켓 형식으로 운영된다. 상인들이 기증한 상품을 저렴하게 구입하는 ‘미로네 100원 경매’를 비롯해 고객감사 대잔치 ‘장 보고 선물 받고’, 중앙시장 ‘천원 쿡앤쿡’ 등 이벤트와 이색공연이 열린다.

시장에 공방과 카페가 들어서고 매달 둘째 주 토요일에 열리는 프리마켓이 입소문을 타면서 원주시민뿐 아니라 타 지역주민들의 발길도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미로예술시장의 또 다른 희망은 미래의 창업자들인 청년 상인들이다. 미술학과 전공을 살려 도자기에 캐릭터와 팝 아트를 접목한 생활소품을 만들어 판매한다. 지나가다 들르는 곳에서 주문제작을 의뢰하는 단골이 생긴 시장으로 바뀌었다.

김미남은 시장에서 작업재료를 찾았다. 버려진 페트병과 바닥에 뒹굴던 폐목, 폐지, 아동용 바이올린, 폐업한 한복집에서 얻어온 조각천 등 사람들에게 멀어진 존재들에게 새로운 가치를 부여했다. 그는 “쓰러져가는 전통시장을 젊은 열기들로 가득 채워나가듯 나의 작업에 힘을 다해 생기를 불어넣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버려진 것들에 색책을 입혀 온기를 불어넣었고, 10여 년간 작업해온 나비 날개를 형상화해 부활하고 싶은 꿈의 날개를 만들었다.

김미남의 32번째 개인전 작품들은 오는 30일까지 원주중앙시장 2층 골목미술관에서 관람할 수 있다. 원주중앙시장은 원주역에서 약 1㎞, 걸어서 15분 거리다. 1층은 기존 상가, 2층에 골목미술관과 미로예술시장이 있다. 

 

“청정 양평… 정크아트 페스티벌 하나쯤은”

 

‘시장 쓰레기, 예술로 탄생하다’ 전시를 준비하면서 3년간 준비해오던 작품들을 모아 정크아트를 선보이는 자리를 마련했다. 시장에서 버려지고 폐기처분될 처지에 놓인 여러 폐품들을 수거하고 세척하며 손질했다. 이런 작업 과정을 거치면서 느끼는 건 물건들의 순환이다. 점차 쓸모없게 된 물건은 생명력을 잃어가고 있지만 과거 영화를 누리던 시절이 있었다.

문화·예술인들이 원주중앙시장에 접근해 그들 방식대로 역할을 분담하면서 얻어지는 문화적 시너지는 상상초월 그대로다. 지역민들조차 발걸음이 뜸하던 시장은 지역 예술인들이 저렴한 임대료로 한두 명씩 모이더니 최근 2∼3년간 새로운 문화예술 타운으로 급격히 변모했다.

정크아트 작업을 통해 양평을 떠올리게 되는 것은 필연적 환경 요인이 아닐까 싶다. ‘양평’은 깨끗함, 수려한 강과 산 등 아름다운 자연환경을 자랑하는 고장이다. 이 산명수려(山明水麗)한 청정 양평에 정크아트를 이용한 아트페스티벌 하나쯤 없다는 것은 양평 예술인의 한 사람으로서 상당한 아쉬움이 든다. 아쉬움보다는 차라리 예술인들의 역량 부족이 아닐는지 모르겠다.

생각만하다 지쳐 아무것도 안 하는 것보다, 때론 소박한 용기가 필요하다. 

용은성 기자  yes@ypsor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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