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관 1주년 맞은 ‘고읍내도서관’
‘걸어서 10분 거리에 작은도서관을!’
2010년 이후 공공도서관 정책은 주민들이 걸어서 갈 수 있는 가까운 거리에 작은도서관을 만드는 방향으로 전환됐다. 주민 삶의 공간 가까이 있는 도서관, 내 집 드나들 듯 문턱이 낮은 도서관이 지향점이 됐다. 문화의 출발은 책이고, 도서관은 책을 퍼트리는 실핏줄이라는 인식에서다. 요즘은 작은도서관을 통해 마을과 사람이 함께 성장하고 마을공동체의 기반을 다지는 역할도 강조되고 있다.
하지만 양평처럼 땅은 넓고 대중교통이 불편한 곳에서는 작은도서관 운영이 녹록치 않다. 5개 면소재지에 작은도서관이 들어섰는데, 걸어서 10분은 꿈에서도 바랄 수 없는 환경이다. 이런 열악한 상황 속에서도 지역공동체 속으로, 주민 속으로 들어가려는 도서관의 노력은 계속되고 있다. 걸어서 10분은 아니지만 심리적인 거리는 10분인 도서관이 되기 위해.
지난해 10월 문을 연 옥천작은도서관 ‘고읍내도서관’이 20일 개관 1주년을 맞았다. 문화체육관광부의 작은도서관 지원 대상으로 선정돼 옛 옥천면민회관을 리모델링해 개관한 도서관은 성인열람실, 영․유아열람실, 다목적실, 서고, 공부방 등을 갖춘 360㎡ 규모의 작은도서관이다. ‘고읍내도서관’의 지난 1년을 돌아보며 작은도서관이 나아가야할 방향을 가늠해본다.
먼저 눈에 띄는 것이 도서관 이용시간 연장이다. 개관 한 달 뒤인 지난해 11월부터 3개월간 성인열람실을 오후 9시까지 연장해 운영했다. 낮 시간 도서관 이용이 어려운 직장인과 공부할 공간이 필요한 중학생, 성인수험생들의 요구를 수용한 전향적인 조치였다. 옥천면주민자치위원회가 자원봉사자를 구성해 하루 2명씩 운영을 맡았는데, 의외로 이용자가 적어 중단됐다. 요즘 연장운영에 대한 주민요구가 다시 제기돼 곧 운영을 재개할 예정이다.
여느 도서관들처럼 초등생과 성인들을 대상으로 한 상․하반기 문화교실, 방학특강과 재능기부를 통한 특강을 운영한다. 권미정(40) 사서는 “도서관을 책을 보거나 빌리는 곳으로 생각해온 주민들이 다양한 프로그램이 운영되는 것을 보고 놀란다”며 “퇴직자나 주민들의 재능기부가 프로그램을 운영하는데 큰 힘이 된다”고 말했다. 초등 대상 영어공부, 학부모 대상 독서교육, 뜨개질 특강 등을 자원봉사로 운영하고 있다.
짧은 기간이지만 2개의 동아리가 활동 중이다. 발도르프 인형을 직접 만들고 인형극 공연까지 하는 엄마들의 동아리 ‘한땀’과 자녀와 함께 인문학을 공부하겠다는 아빠들의 모임인 ‘초등인문고전’이 그것이다. ‘한땀’은 햇살아래어린이집 학부모들이 주축이 돼 만든 동아리로 인형을 만들어 옥천초, 어린이집, 고읍내도서관 등 면내에서 인형극 공연을 하고 있다. ‘초등인문고전’은 5명의 가족이 주축이 된 동아리로 3~6월 모임을 운영하다 현재는 회원 사정으로 잠시 중단된 상태다.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모임을 만들고 지역 속에서 활동하는데 작은도서관이 거점의 역할을 하고 있다.
고읍내도서관은 지난 6~10월 경기도작은도서관협의회가 주관하는 마을공동체 지원사업 ‘책 따라, 길 따라, 사람 따라’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책을 통해 내 고장의 자연과 문화, 사람과 마을을 다양하게 바라보는 방법을 익히고, 도서관을 중심으로 마을과 지역 구성원간의 소통을 돕는 프로그램이다. ‘100세 인생 도서관이 처음’, ‘고읍내와 물소리길로 스토리텔링’, ‘지역축제 현장의 책과 도서관’ 등 다양한 주제로 16주에 걸쳐 진행됐다.
이명옥(49) ‘미래를 여는 창의독서연구소’ 연구위원은 “양평에서 많이 듣는 소리가 ‘타지사람’이란 말이다. 이주민, 원주민 소통을 위해서는 지역문화 속에서 서로 만날 수 있는 노출의 공간이 필요하다”며 ‘책 따라, 길 따라, 사람 따라’ 사업취지를 설명했다. 초등, 청소년, 성인, 가족 등으로 참여대상을 나눠 프로그램을 운영했는데 매회 20여명의 도서관 이용객이 참여해 만나고 소통하는 시간을 가졌다. 특히 50대 이상을 대상으로 한 ‘100세 인생 도서관이 처음’은 도서관 문턱을 낮추는 계기가 됐다.
박미경(42) 사서는 “나이 드신 분들을 위한 프로그램을 개설하니 행사가 끝난 이후에도 도서관에 놀러 오시는 분이 늘었다”며 “다양한 계층에 도서관을 홍보하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