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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도훈 한국역량개발원장

임원들의 열정을 바탕으로 마을 일을 추진하는 민주적인 의사결정체제가 갖추어지고, 주민들이 마을 환경개선을 위한 정기적인 울력을 시행하는 것이 당연한 문화로 자리가 잡혔다면, 마을 발전을 위한 든든한 기초가 구축된 것입니다. 이제 이를 더 굳건하게 할 작업이 필요합니다. 즉 마을발전을 위한 기름진 토양을 만드는 작업이 필요합니다.

농사를 시작하기 위해서 가장 먼저 살피는 것이 땅의 상태를 점검하고 비옥하게 만드는 것이듯 마을발전을 위한 일도 마찬가지입니다. 마을이 장기적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주민들이 마을 일에 지속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하는 것, 마을 일에 참여하고자하는 마음을 만드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크게 두 가지가 필요합니다.

첫째는 주민들이 마을 일에 보람을 느낄 수 있어야 합니다. 이는 민주적인 운영 절차를 굳건하게 하는 합리성과, 자신의 참여에 대한 다른 주민들의 인정이라는 심리적 보상과 연계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앞서의 기고문에서 말씀드린 생활공동체 형성의 원칙을 지속적으로 지켜나가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두 번째는 주민들이 마을 일에 재미를 느끼는 겁입니다. 그러기 위해선 마을을 중심으로 다양한 활동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학습공동체 문화를 형성해야 합니다. 관심 있는 주민들이 모여 같이 배우는 기회를 가져야 합니다. 전통문화에 관심이 많은 사람끼리 마을 풍물놀이를 재현하겠다는 목표로 징, 꽹과리, 북, 장구 등을 배우거나 만드는 것에 관심이 있는 사람끼리 목공예, 한지공예 등을 배우는 것이 이러한 학습공동체 활동에 해당합니다. 어르신을 위한 한글교실, 각종 요가교실 및 체조교실, 문예교실, 서예교실, 서각배우기, 재봉기술 배우기 등 주민들이 어떠한 것에 관심을 가지고 있느냐에 따라 무궁무진하게 전개될 수 있습니다.

학습활동을 통해 주민 간의 친밀도가 높아지는 것은 물론 새로운 것을 알아가는 재미를 느낌으로써 진정한 즐거움이 무엇인지를 체득하는 효과도 있습니다. 그간 빠른 산업화로 인해 주민들이 모일 수 있는 기회가 점점 줄어왔습니다. 기회가 줄다보니 주민 간의 교류기회가 적어져 마을일에 대한 관심도 자연스럽게 줄어든 것입니다. 마을이 공동체로서의 모습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주민 간의 교류활동이 많아져야 합니다. 현대에 맞는 교류활동의 하나가 바로 학습활동인 것입니다.

마을에서 다양한 학습활동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강사비와 재료비 문제가 대두됩니다. 아무리 뜻이 좋아도 현실적인 문제를 외면할 수는 없습니다. 흔히들 뜻이 좋으니까 지방자치단체가 지원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하지만 처음부터 외부 지원을 받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마을 발전의 힘은 우리의 문제를 우리 스스로 해결하는 자조의 원칙이 매우 중요합니다. 마을에서 스스로 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일까에 대한 고민이 선행되어야 합니다.

우선 주민들의 관심사가 무엇인지를 알아보는 것이 첫 번째 고민이어야 합니다. 몇몇 사람의 주장에 의해 학습주제를 정하지 말고 전체 주민에게 의견을 물어보는 방법을 통해 관심사를 파악하는 절차적인 민주성이 확보되어야 합니다. 주민 전체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를 권하고 싶습니다. 임원들이 설문지를 작성해 주민 전체에 돌리고 수거하는 과정을 통해 마을에서 진행하는 일을 알릴 수 있는 효과도 거둘 수 있습니다.

조사를 통해 배우고 싶은 주제들이 선정되었다면, 이제는 마을 내에 그러한 주제를 잘 알고 있는 인재가 있는지를 우선 파악하시기 바랍니다. 마을 내에 인재가 없다면 도와줄 수 있는 인재를 주민의 인맥을 통해 섭외할 수 있는지 알아보는 것도 방법입니다. 우선 우리 힘으로 시행할 수 있는 학습주제를 시행해보는 것이 양평군 지원으로 일방적으로 진행하는 학습활동보다 훨씬 큰 발전의 원동력이 될 것입니다. 이렇게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을 우리 노력으로 해냈을 경우 상호 재능기부라는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 낼 수 있기에 더욱 더 바람직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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