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얘들아 밥먹자!”

빼꼼인 집으로 기어들어 간다. 은하는 달구랑 장난감 놀이를 하러 간다. 방금 전까지 친한 척 하던 진돌이는 슬금슬금 안 보이는 데로 간다. 요비만 내게 눈인사를 하며 아는 척을 하고 앞으로 온다.

“빼꼼이 밥!” “진돌이!” “요비” “달구야! 달구~ 밥!” “그래그래 은하!”

이건 내가 밥 주는 순서다. 아이들이나 남편이 개밥을 줄 때는 순서가 다른데 각자 나름의 규칙과 이유가 있다. 합리적이다 싶어 각자 방식대로 밥을 주기로 했다.

나는 밥을 잘 안 먹는 개부터 준다. 단, 요비는 다른 개들 줄 동안 참게 하면 정신병 걸릴 거 같아 그나마 양보해서 중간에 넣었다. 하지만 아이들과 남편은 아마도 요비를 제일 나중에 주는 것 같다.

빼꼼인 내가 밥 주고 나서 몇 번 귀청소를 하고 약 넣고 했더니 ‘밥 먹자’ 하면 ‘귀에 약 넣자’로 들리는지 일단 집으로 들어가 내 행동을 지켜본다. ‘밥 먹을 때 개도 안 건드린다’는 말처럼 건드리면 안 되는데 제일 어린 빼꼼이가 벌써부터 좋지 않은 기억을 가져 밥 먹을 때마다 불러내느라 애 먹는다. 게다가 사료는 별로 좋아하지 않고 사식(?)먹는 걸 좋아해서 사료랑 맛있는 거랑 섞어주면 교묘하게 사료만 밖으로 골라 여기저기 흘려 놓는다. 게다가 서열이 제일 낮다 보니 주변 개들 눈치 보느라 입으로 들어가는 것보다 흘리는 게 더 많아 바짝 마른 몸이 달래 유지되는 게 아니다 싶다.

무엇을 주던 잘 먹는 은하와 요비는 3초면 사료를 다 흡입할 정도지만 다이어트 중이라 바닥에 깔릴 정도로 적게 준다. 은하는 장난감을 좋아해서 밥이 부족해 입맛 다실 때 공을 던져주면 부족함이 채워지는데, 요비는 그 무엇으로도 먹는 걸 대신할 수 없어 끝까지 남아 다른 친구들이 남긴 사료를 훑고 다닌다. 가끔 한 눈 판 사이 진돌이 밥그릇에 머리를 박고 먹어서인지 나의 관리와 상관없이 통통한 럭비공에 젓가락 꽂아놓은 모습이 바뀌질 않는다.

달구는 전날 어떤 일이 있었는지에 따라 다음날 밥을 먹을지 결정한다. 네 차례 수술로 인해 성격이 까칠하게 바뀐 거 아닌가 싶기도 해서 안 됐다는 생각이 들지만 강제로 털을 깎거나 목욕을 시킨 후 며칠 동안 밥을 안 먹으면 속이 터진다. 게다가 사료를 몇 알갱이 먹다가도 스텐 그릇에 사료알갱이 부딪히는 소리가 나면 깜짝 놀라 먹는 걸 중단하고 날 가만히 쳐다본다. 처음엔 그 뜻을 몰라 다 먹었나보다 했는데 쳐다보는 눈길이 뭔가 바라는 듯해서 혹시나 하고 남은 사료를 데크 바닥에 놓아주니 그제야 사료를 다 먹었다. 그 행동을 해석하는데 몇 개월이 걸렸다.

사람도 나이 들면 고집스러워지듯 개들도 해가 갈수록 특이한 행동이 강화되는 것 같다. 진돌이는 밥 먹으라고 재촉 하는 소리가 듣기 싫어 ‘진돌인 밥!’ 소리만 나면 슬그머니 내 시야에서 사라졌다가 식사시간이 끝났다 싶으면 나타나 얘들이 흘린 주변을 정리한다. 배고파서 주워 먹나 싶어 밥을 들이 밀면 ‘그게 아니거든요~’ 하는 얼굴로 쳐다보곤 싹 무시한다.

다이어트 중인 요비는 가끔 배고픔을 곤충으로 해결하기도 한다. 우리들이 질색을 하지만 언제부터인지 곤충의 맛을 알게 된 것 같다. 그리고 달구는 ‘밤’을 은하는 ‘감’이라는 자연간식을 마당에서 찾아냈다. 자기 취향이 있는데 일괄적으로 똑같은 사료를 주니 이런 버릇이 생긴 걸까? 사람이라면 투정부리듯 요구했겠지만 개들은 그저 말없이 자기가 필요한 것을 주변에서 최선으로 찾아낸다. 다 다른 성격 다른 취향 – 이게 ‘개 성 !’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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