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평시민의소리의 칼럼 필진과 정기 기고자, 독자들이 본지 창간 5주년을 맞아 메시지를 보내주셨습니다. 축하와 격려의 내용도 있지만 에둘러 표현한 질책의 글도 있습니다. 창간 5주년을 기점으로 보다 친근한 인간적인 신문, 다양한 관점을 담아내는 균형 잡힌 시각, 공적 가치에 기반으로 한 공론의 장을 만들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창간 5주년을 축하합니다

안정우 양평정신건강의학과 원장

기자님 부탁으로 의료기고를 쓰면서 과연 저의 졸렬한 글을 신문에 기고하는 것이 가당키나 한 일인지 걱정이 많았던 기억이 납니다. 지금도 한 달에 한 번이지만 글을 드려야 할 때가 다가오면 마음의 부담이 되고 있습니다.

정신건강의학과 의사로서 의학적 정보를 전달해드리는 경우도 많지만 주제를 정할 때 최근의 사회적 사건과 환경에 대한 주제를 선택하게 되는 경우가 많아집니다. 저의 주관적인 의견이 많이 들어가기도 하고, 제 글에 기분이 좋지 않을 분도 있을 것 같아 더 신경이 쓰입니다. 중립적인 태도를 취해야 하지 않을까 걱정도 되지만 정치가도 아니고 완벽한 인격자도 아닌 부족한 한 인간일 뿐이니 뭐 어떠랴 하는 마음으로 글을 쓰기도 합니다.

정신과의사는 분명 생물학자이며 과학자인 의사직종의 한 직군이지만 표면적 증상의 종류가 정해지는 부분, 그 변화를 일으키는 스트레스나 사회․환경적 요인은 너무나도 심리적이고 결국 인간적인 내용입니다. 양평시민의소리 신문이 지역에서 사람을 생각하는 인간적인 신문이기를 기원합니다.

 

‘시민의 소리’를 위해

최형규 서종중학교 교장

 

양평시민의소리에 교육칼럼을 쓰는 일이 쉽지만은 않다. 한 달에 한 번임에도 항상 기한에 쫒기는 것은 천성이 게을러서이기도 하지만, 깊이 있는 생각이 부족하고 글 솜씨 또한 어눌하기 때문이다. 그래도 지금까지 잘 버텨오면서 얻은 기쁨이 있다면 ‘공공성과 시민’에 대한 고민과 공부를 더 하게 되었다는 점이다.

선천적으로 의지가 박약하다보니 외부의 강제와 압박(?)이 생각하고 글을 쓰는데 많은 도움이 된다. 생각하지 않는 삶은 노예이며 신민의 삶이다. 결정하지 않고 실천하지 않는 삶 또한 노예의 삶이다. 공동체의 공적 시민은 생각할 줄 알고 공적 결정에 참여하며 이를 실천으로 옮긴다.

이처럼 시민은 공동체 안에서 ‘관계’를 통해 성장한다. 마치 아기가 엄마와의 관계를 통해 성장하듯이. 그래서 인류의 생존은 이기심에 기초한 경쟁이 아니라 관계를 기반으로 한 협력과 상호의존에 달려있다.

양평시민의소리 제호처럼 ‘시민의 소리’는 생각하고 실천하는 주인의 목소리이며 삶을 말한다. 요즘 자유와 정의, 평등, 생태, 평화 등 공적 가치를 함께 모여 논의하는 공론장이 없다. 그러기에 앞으로 ‘양시소’가 관계를 통해 공적 시민으로 거듭나는 공론의 장 역할을 해주길 바란다. 학교 또한 생각하고 공론장에 참여하며 실천하는 ‘시민을 기르는 교육’에 방점을 찍어야 함은 당연하다.

 

반대를 위한, 반대편에 서성이지 마라

안정옥 시인

마음이라는 건 어쩌자고 아침저녁으로 변하는지 모르겠다. 내게는 아침이라는 놈과 저녁이라는 놈이 수시로 왔다 갔다 한다. 사람들이 달콤한 말에 얼마나 기대고 싶은지 알고 있음에도 나는 그들 귀를 즐겁게 해줄 달콤한 말을 갖고 있지 않다. 그러나 누구보다 바르게는 쓸 수 있다.

중앙의 신문들이 대형사건을 터트렸을 때 그들이 독자들에게 그 사건 이외의 개인 생활까지 파헤쳐 그 가정을 무참하게 빠트리는걸 보게 된다. 마치 무엇이 정확한 기사인지 착각하게 만드는 묘미까지 함께 주고 있다. 그것 역시 즐거움인가. 그러나 어느 누구도 죄목 이외로 인간을 폄하해서는 안 된다. 물고 늘어지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지금은 극악무도한 살인마에게도 인권이라는 걸 내어주고 있지 않는가.

치정(治定)을 이루는 관리에게는 아낌없는 찬사를 보내야한다. 누가 할 일일까.

세상일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갈등하고 수용하는 것도 각자의 몫이다. 가장 좋은 방법은,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궁금해 하는 사람들에게 신문이 각자의 인간 존엄성에 밀착되어 있으면, 가장 좋은 본보기가 될 것이다. 누구의 눈치를 볼 것인가. 지금 하고 있는 당신의 의지, 그것이 가장 정직한 뉴스다.

 

생각하게 하는 정론지 역할 기대

정도훈 한국역량개발원 원장

얼마 전 언론을 통해 보도된 한 청년의 죽음을 보고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수 없었습니다. 불이 난 빌라의 주민들을 깨우고 본인은 정작 대피하지 못해 안타까운 죽음을 맞이한 그 분을 추모하면서도 한편으로 언론의 보도태도에 의구심을 가졌습니다. 한 청년의 의로운 희생은 그 자체로 추앙받아 마땅하지만, 왜 시청자들이나 독자들이 다양한 생각을 할 수 있게 하는 보도를 하지 않을까.

아쉽게 생각했던 점들은 이렇습니다. 청년이 혼자서 이웃들을 깨우고자 고군분투할 때, 대피하던 주민들은 왜 한사람도 그를 돕지 않았을까요? 우리사회의 공동체 의식은 왜 이렇게 형편없이 추락하고 있을까요? 하지만 언론의 보도는 오로지 한 청년의 의로운 죽음만을 이야기 하고 있었습니다. 공정한 보도를 위한 냉철한 시각도 중요하지만 벌어진 사실에 대해 다양한 시각을 가질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도 언론의 중요한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창간 5주년, 진심으로 축하의 말씀을 전합니다. 앞으로 지역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사실들을 공정하게 보도하는 지역정론지로 더욱 발전하기를 기원합니다. 더불어 지역주민들에게 다양한 각도에서 생각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좋은 기사를 많이 실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논어 위정편(爲政篇)의 ‘學而不思則罔, 思而不學則殆(학이불사즉망, 사이불학즉태)’를 명심하여야겠지요. 배우고 생각하고, 생각하고 배우는 자세를 견지하시길 당부 드립니다.

그동안 수고하신 양평시민의소리 관계자 여러분께 진심을 담아 축하의 말씀을 드리며, 무궁한 발전을 기원합니다.

 

시민사회로 성장하는 밑거름

김창환 양평시민포럼 운영진

5년 전 양평시민의소리 주주로 참여하며 작지만 소중한 꿈을 꾸었습니다. 양평지역에 건강한 정론지가 발행되고 올바른 정보가 제공된다면 양평지역이 시민사회로 성장하는데 큰 힘이 되리라는 믿음이었습니다. 그리고 5년 동안 양평시민의소리는 어려운 여건에서도 한 번도 멈추지 않고 달려왔습니다.

그동안 양평에는 많은 시민사회단체들이 탄생하고 여러 다양한 활동을 전개하고 있습니다. 이제 양평지역도 시민사회로 나아가는 과도기에 접어들었습니다. 시민사회란 시군구라는 행정적인 의미가 아닌 구성원들이 소속된 사회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변화를 주도하는 사회를 의미합니다. 시민사회로 가는 길에는 언론의 역할이 매우 중요합니다. 신문의 지면을 통해 주민들과 소통하고 지역의 의제를 발굴해야 합니다. 시민사회단체들과도 대화하며 대안을 모색해나가야 합니다. 물론 철저히 지역 중심이어야 합니다. 지역의 문제를 지역주민들의 관점에서 비판적으로 바라보고 합리적인 해결방안을 제시해야 합니다.

양평시민의소리가 양평지역을 시민사회로 성장시키는 밑거름이 되기를 기대합니다. 토론의 장을 마련하며 시민사회로 첫 발을 내딛은 양평시민포럼도 양평시민의소리가 가는 길에 기꺼이 함께하겠습니다.

 

하늘빛 고운 가을날 맞이한 다섯 돌

정혜경 어울림미술관 관장

인터넷 통신기술의 발달로 시·공간의 장벽이 허물어지고 실상과 가상의 세계를 넘나드는 그야말로 꿈같은 세상에 우리는 살고 있다. 이즈음 건강한 자연환경에서 문화생활을 공유할 수 있는 미술관을 가꾸는 것이 평소 소망이었는데, 지평면 들판 한편에 어울림미술관과 인연이 닿았다. 고향도 아니고, 딱히 뚜렷한 연고도 없는 곳에 착지한 이방인을 낯가리지 않고, 양평시민의소리는 어울림미술관의 개관 소식을 군민들에게 팡파르를 울려주었다. 지역의 신생 미술관을 위해 매우 시의적절하고 실용적인 언론매체의 기능을 다해준 셈이다.

손에 잡히는 지역의 현안문제나 창의적인 문화 소식을 지역민들과 공유하고 소통하는 데는 큰 덩치의 중앙정보지보다 양평시민의소리와 같은 지역신문이 더 실용적인 매체가 아닌가 싶다.

언론계의 롤 모델이라 할 수 있는 퓰리처의 명쾌한 사설을 되새겨 본다. “어떠한 당파도 섬기지 않을 것이며, 이념의 도구가 아니라 진실의 도구가 될 것이며, 정당의 정책이 아니라 자신의 신념만을 따질 것이며, 모든 사기와 협박에 반대할 것이다. 편견과 당파주의보다는 원칙과 사상들을 옹호할 것이다.”

부디 시공간을 넘나드는 IT시대에 지역의 금쪽같은 문화예술적 자산들을 발굴하고 정론(正論)을 직필(直筆)하여, 안으로는 지역민들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해방구의 역할을 수행하고, 밖으로는 전 세계로 나비효과의 파란을 일으키는 배달부가 되길 바란다.

 

'가난한 의인의 길' 지지

이경희 본지 객원기자

제가 지금껏 보아온 지역신문의 대부분이 시·군청이나 읍·면의 기관지였습니다. 실린 내용들도 행정기관이나 공무원들의 업적을 자랑하거나 영혼 없는 행사 홍보들이 대부분이었습니다.

그런데 양평에 시민들의 입장에서 시민들의 목소리를 내는 <양평시민의소리>가 있다는 게 참 고맙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낸 맘대로 인터뷰’ 지면을 허락해주셔서 좋은 분들과 만날 수 있게 되어 무척 감사합니다.)

한 다리 건너면 다 아는 사람이고 좋은 게 좋은 거라는 인식이 팽배한 작은 지역에서, 바른 소리를 낸다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일지 미루어 짐작이 갑니다. 조금만 눈 감고 타협하면 기자들의 가난한 월급봉투가 두둑해지련만 ‘배부른 돼지’가 되기보다 ‘가난한 의인’의 길을 택한 신문사 기자들께, 임직원 여러분 모두에게 존경과 지지의 마음을 보냅니다.

많은 신문사들이 현실적인 어려움 때문에 종이신문을 포기합니다. 그런데 온라인에 익숙치 않은 어르신 독자들을 위해 지난 5년간 종이신문을 발행해 오신 노고에 감사드립니다. 앞으로도 작은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더 낮게, 더 자세히 들여다보는 시민들의 신문이 되어주시길 기대하겠습니다. 생일 축하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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