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정배초 하승주, 김시우, 조서연, 박원빈 학생 (사진=문승연 기자)

2011. 10.10. 친구처럼 감싸줄게요 함께 아파할게요 친구처럼 축하할게요 친구니까 내일인 듯 고민할게요 친구처럼 귀 기울여 들을게요 함께 싸울게요 친구보다 애인보다 사랑할게요 친구처럼 열렬히 응원할게요 친구처럼 지켜줄게요 위로할게요 친구니까 믿어줄게요 친구라도 청탁은 안 돼요 친구니까 바른말도 할게요

 

<발행인 칼럼>

'늘 곁에 두고 싶은 신문'

조병걸

창간 5주년 특집호 제작을 준비하며 1면을 어떻게 편집할 것인가를 두고 편집국 내부의 고민이 깊었다. 창간 이후 지난 시간을 되돌아보고 새로운 5년, 아니 그 이상 신문의 방향성을 제시해야한다는 부담감에 많은 시간을 토론에 투자했다. 신선한 기획, 눈이 시원한 디자인도 생각해 봤지만 만만치 않았다. 그보다 뒷덜미를 붙들고 있는 꺼림칙함은 지난 5년을 정확하게 평가했는지, 또 앞으로 5년의 신문의 편집방향을 독자들에게 선명하게 제시할 준비가 되어있는지 하는 물음에 봉착해 수렁에 빠진 것이다.

댓살 먹은 동네신문이 토박이 주민과 또 새롭게 보금자리를 튼 양평분들께 동시에 지역언론의 필요성을 제시하고 다가갈 수 있는 짝사랑 전략이 쉽게 풀리지 않았다. 일부 기자들은 언론의 본분인 권력에 대한 감시와 견제기능 강화를, 한편에선 주민들의 공감과 참여가 더 중요하다는 의견이 팽팽히 맞서기도 했다.

그동안 우리 신문을 두고 견제와 감시, 불굴의 돌파력은 인정하지만 아직도 ‘야당지’, 특정그룹 대변지, 대안은 없고 비판만하는 신문, 편협한 시각을 가진 신문이라는 꼬리표를 어떻게 지워낼 것인가 하는 대목이다. 사실 문제의 발단은 신문이 1년 정도 끌어온 화두인 ‘공감과 소통’의 폭을 어떻게 넓혀 가야하는가 라는 명제를 명확하게 정리하지 못한 탓에 논쟁이 길어진 까닭이기도 하다.

첫 키워드는 ‘공론의 장’이었다. 특정 집단이나 남다른 의견을 가진 사람도 신문에 들어와 부담 없이 자기주장을 펼 수 있는 기회가 보장된 신문이 되겠다고 천명하자는 의견이 우세했다. 그러나 신문이 가지고 있는 능동성보다 독자들의 처분에 기댈 수밖에 없어 적극적 실천력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한계가 발목을 잡았다. 선명하기는 하나 구호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두 번째 나온 의견이 ‘친구 같은 신문’이다. 같이 울고 웃고 부대끼며 속내를 드러내고 이해하려고 노력하지만 때론 서슴없이 질책할 수 있는 관계를 독자들과 맺어보자는 의견이었다. 모두 급격하게 동의했지만 문제는 친구라는 단어와 신문이라는 명사에서 느끼는 파격성과 주목성이 약해 밋밋하다는 단점을 보완 는 게 과제였다. 자칫 권력과 가진자들을 단짝친구로 허용한다는 느낌을 독자에게 줄 수 있다는 부담감도 있었지만, 이런 친구들에겐 바른 말하고 바로잡아주는 친구로, 사회적 약자와 소외된 계층에겐 같이 아파하고 편들어 싸워주는 친구의 역할을 하는 신문을 표방하기로 격론 끝에 합의했다.

그런데 표현을 어찌할지를 두고 새로운 고민이 생겼다. 평범한 단어인 ‘친구’라는 느낌을 상큼하게 전달하고 싶은데 디자이너도 없는 형편인지라 손발로 때워보기로 했다. 여기저기 온라인 사이트를 뒤져 보고 다른 출판물도 뒤졌지만 똑 떨어지게 눈에 드는 내용이 없다. 결국 창간 때부터 함께해온 문승연 사진기자가 정배초등학교로 달려가 사진을 찍고 카피문구를 마련해 1면 광고를 완성했다. 원래는 사진에 강아지 한 마리를 등장시키기로 했는데 여의치 않았다. 표현은 어색하고 억지스럽지만 신문이 가고자하는 방향성은 분명하다. 친구처럼 살갑고 믿음직한 신문을 만들어가는 것이다.

우리 속담에 ‘부모 팔아 친구 산다’ 또 ‘유언은 자식보다 친구에게 하는 게 낫다’는 말은 친구에 대한 소중함과 기대치를 드러낸 말이다. 창간에서 지금까지 친구보다는 선도부장이나 학생부장 같은 역할을 해온 게 사실이다. 엄격한 잣대를 기준삼아 지적질이 일상화되면서 사람 냄새와 체온이 사라져 생김새는 사람인데 미라처럼 무생물로 변한다는 비판에 동의한다.

신문이 친구여야만 하고 친구이고 싶다. 쉽게 다가가지 못하는 신문이 아니라 슬픔에 싸인 친구에게 조용히 손수건을 건네는, 기쁨에 겨운 친구에겐 목젖이 드러나게 웃어주고, 때론 가슴 서늘한 조언을 마다하지 않는 그런 친구 같은 신문이 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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