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마을, 왜 만들어야 하는가> 성종규 서종면 주민자치위원회 위원장

아름다운 마을을 찾아가는 여행 27

 

양평시민의소리(7월 7일)는 정부가 발표한 ‘2015 귀농,귀촌인 통계’를 인용해서, 2015년 한 해 동안 전국의 귀촌가구는 31만7409가구로 전년대비 6% 정도가 증가하는 추세에 있고, 시도별로는 경기도가 8만1465가구로 가장 많이 증가했으며, 양평군의 경우 6324명이라고 한다. 나아가 귀촌가구주는 30대가 26.2%로 가장 많았으며, 40대 19.9%, 50대 18.8% 순이고, 평균 연령은 44.1세로 점점 낮아지고 있다고 한다.

그리고 농림부가 기존의 농민들을 상대로 조사한 ‘귀농․귀촌인에 대한 수용성’과 ‘귀농․귀촌 마을리더에 대한 수용성’ 조사에서는, 일반 수용성에 대해서는 찬성의견이 53.7%로 절반이 넘어 대체로 수용적임을 보였는데, 귀촌인이 마을 리더를 맡는 데 있어서는 아직도 38.5% 정도에 머무르고 있다고 한다. 그래도 작년보다는 수용도가 높아져 매년 긍정적인 면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한다. 연령대는 낮을수록 대체로 수용적이다.

일본사람 마루야마 겐지(丸山健一)가 쓴 ‘시골은 그런 것이 아니다’라는 재미있는 책이 있다. 본래 소설가였던 사람인데 사회 일상의 모순에 대해 촌철살인의 수필을 잘 쓴다. 좀 투박하긴 하지만 재밌다. 한번 가볍게 읽어볼 만은 하다. 한글로로 번역이 되어 있다.

효고현(兵庫&#30476;) 신나카타(新長田). 물길이 흐르는 아름다운 마을.

아름다운 전원생활을 꿈꾸며 귀촌한 도시이주민들에게 따끔한 침을 놓는 글이다. 원주민들의 텃세와 이주민들의 헛된 꿈이 만나서 일어나는 원주민과 이주민 사이의 문화적 갈등을 파헤쳤다. 몇년 전 나는 이 책을 읽어 나가면서 어떤 태도로 마지막 책장을 덮을까를 내내 고민했다. “그래 역시 함께 하긴 어려워”라고 해야 할지, 아니면 “그래도 이겨내야 해”라고 해야 할지 말이다.

우리나라는 1960년대부터 약 20년간 농촌으로부터 도시로의 대규모의 이주가 일어났다. 그리고 도시로 이주한 사람들은 또 서울에서 인천으로, 인천에서 수원으로. 그리고 서울 안에서도 강북에서 강남으로, 강남에서 강북으로. 이제는 또 귀촌의 바람이 분다. 이제 새로이 농촌을 찾아 들어온 유랑하던 이주민과 자신의 이웃을 떠나보냈던 원주민들이 다시 농촌의 공간 안에서 만나고 있다.

도시는 어차피 이주민들끼리의 공간이어서 별 문제가 없다. 그러나 농촌은 원주민과 이주민의 구분이 분명하다. 완전히 선을 긋고 살 수도 있다. 원주민끼리 이주민끼리 각각 그룹을 지어 그들만의 문화를 즐기며 살아 갈 수도 있다. 그러나 한 동네에서 그렇게 살아가는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왠지 이상하다. 그런 게 사람살이일까.

앞으로 마을만들기에서 원주민과 이주민의 협력은 필수적이다. 아니 필수적임을 넘어 가장 결정적인 열쇠에 해당한다고도 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농촌 특히 경기도는 구성 자체가 원주민과 이주민의 공동의 공간으로 변화해 나갈 것이 분명하며, 마을만들기에서 필수적인 요소인 마을의 정체성 찾기는 원주민 없이는 불가능하며, 새로운 문화적 콘텐츠는 이주민의 문화적 임팩트를 활용하지 않으면 큰 손해다.

고베시(神戶市) 마쓰모토(松本)의 물길이 흐르는 마을. 고베 대지진 이후 원주민과 이주민이 함께 만든 마을만들기 협의체의 힘으로 지진화재를 방지하기 위해 만들었다. 아름다운 물길 조형물들이 인상적이다.

특히 이주민의 연령대가 낮아지고 있다는 것은 단지 주거의 공간만 함께 하는 것이 아니라 공동의 문화를 창조해야 할 필요가 있음을 요구하고 있다. 다음 세대의 아이들을 고려한다면 더욱 더 그러하다.

원주민이든 이주민이든 누가 먼저랄 것 없이 서로 주체가 되고 서로 협조하여 마을의 새로운 공동체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 일본에서도 원주민과 이주민의 갈등이 있었지만 결국 자신의 마을과 자신들의 삶을 아름답게 만들겠다는 꿈과 목표가 동일하다는 깨달음으로 협력과 공동사업이 강화되다가 지금은 거의 모든 사업에서 공동의 조직을 만들어서 일하고 있다.

“원주민과의 사이에 갈등은 없었습니까? 어떻게 극복하셨습니까”

지금까지 무수히 이런 질문을 받아 왔다. 그리고 그 대답은 시간이 흐르면서 점차적으로 달라져 왔다. 처음에는 “어려웠지요. 힘들었습니다. 막걸리 꽤나 마셨지요” 등등 경험을 주절거리며 말이 길었었다. 그러나 요즘에는 비교적 간단해 졌다.

“하하. 그렇지요 뭐. 마음으로 노력하며 시간이 흐르면...”

마음만 열면 못할 일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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