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라는 직업이 3D업종이 된 지 오래다. 중앙지에 비해 열악한 제작환경에서 일하고 있는 지방지 기자의 경우엔 더욱 그렇다. 자료조사와 통계, 사진촬영, 교열과 교정, 디자인까지 한 사람이 열 사람 몫을 해야 하는 현실이다.
‘양평시민의소리’ 기자로 산다는 것은 어떤 것인지, 무엇을 고민하며 살고 있는지 편집국 취재기자 3명의 속내를 내보인다. 회고가 아닌 독자들께 드리는 다짐이다.

 

현재‧과거 위주 기사만 생산… 미래지향적 테마로 이웃과 함께
용은성 기자 yes@ypsori.com

많은 전문가가 현재의 직업 대다수가 멀지 않은 미래에 사라질 것이라는 우울한 전망을 내놓습니다. 심지어 요리사나 기자 같은 어느 정도 전문성이 필요한 일도 로봇이나 인공지능으로 대체될 것이란 비판적인 관측도 나옵니다.

세계 최대 인터넷 업체인 구글이 최근 첫 자체 제작 스마트폰 ‘픽셀’을 선보였습니다. 전문가들은 구글의 궁극적 목표는 ‘인공지능(AI) 생태계 장악’일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더 나아가 구글은 데이 드림 가상현실(VR) 헤드셋도 공개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인공지능 기술은 발달하는데 이 분야의 구인난은 점점 심해지고 있습니다. 반면 청년들은 아직도 공무원에 목을 맵니다. 지난해 청년층(15∼29세) 취업시험 준비자 가운데 34.9%가 일반직 공무원 시험 준비자였다는 게 통계청의 조사 결과입니다.

이미 10여 년 전쯤에도 달라진 세상에 준비해야 한다는 경고음이 요란했지만 다들 당장 눈앞의 스펙과 돈·명성만 좇았습니다. 그런데 청년들만 이런 게 아닙니다. 저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편집국은 창간 5주년을 맞아 우리들의 이야기를 한번 해보자는 취지로 특집 꼭지를 준비했습니다. 5년 전 창간 이후 기억에 남는 기사, 아쉬운 장면들을 회고해보자는 취지였습니다.

돌이켜보니 막상 머릿속에 남는 기사가 있긴 한데 그다지 별 볼일 없더군요. 기사 한 꼭지를 위해 몇날며칠씩 취재를 하고 기사 쓰느라 야근을 밥 먹듯 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나온 기사가 지역사회의 반향을 불러일으켜 구태와 관행이 개선된 적도 있긴 했습니다. 그런데 그냥 여기까지였습니다. 지나간 일에 대한 현상 보도에만 주력한 것입니다. 정의감만 투철했지 보이지 않는 이면의 진실은 기사 어디에도 찾아볼 수가 없습니다. 이런 현재·과거 위주의 기사에 미래지향적인 테마가 있을 리 만무합니다.

‘그때 그 기사’를 새삼스럽게 언급하기보다는 다짐을 해봅니다. 양평시민의소리가 창간 5주년을 기점으로 던진 화두는 ‘친구 같은 신문’입니다. 친구가 되겠다는 데 이웃들의 이야기가 빠져서는 안 되겠죠. ‘이웃과 이웃을 연결시켜주는 소통망 같은 신문’, 그런 기사를 쓰는 기자가 되겠습니다. 궁극적으로는 ‘지역공동체(Local Community) 구축’입니다. 내 가까이에서, 언제든 내가 하고픈 이야기를 실을 수 있고, 이웃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그런 친구 같은 신문이 되고자 합니다.

대신 단순히 사실을 전달하는 건조하고 딱딱한 스트레이트 기사는 꼭 필요한 지면으로 한정하고, 재미와 감동이 있는 이야기 기사를 많이 쓰겠습니다. 우리 이웃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이야기를 통해 우리 사회의 뿌리 깊은 모순과 구태의연한 관행을 찾아내고, 해결책을 찾아나가는 내러티브 기사로 독자 여러분을 찾아가겠습니다. 이웃과 함께하고픈 이야기가 있으면 언제든 저를 찾아주십시오.

신문을 단지 뉴스산업에 국한하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종합콘텐츠산업의 일환으로 양평지역의 공공자산을 질 높은 콘텐츠로 만들어 공공자원화 하는 등 공익적 콘텐츠 생산에 앞장서겠습니다. 

 

초짜 기자의 좌충우돌 5년… “기레기는 안 되려고요”
황영철 기자 hpd@ypsori.com

2011년 10월, 서울로 출퇴근하는 것이 힘들어 양평을 살펴보니 ‘양평시민의소리’가 창간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 더구나 ‘군민의 힘을 모아 약자의 편에서 정론을 펼치겠다’는 창간 취지가 구미를 당겼다.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이력서를 넣었는데 덜컥 합격이 됐다. ‘기자’라는 직업을 대충만 알고 있었기에 걱정이 컸다.

입사 후 무작정 현장으로 나갔다. 2012년 기자수첩이 손에 익어갈 쯤 4대강 사업에 맞선 ‘두물머리 농부’들이 싸움을 벌였고, 양평공사(당시 양평지방공사)는 132억원 사기사건이 터졌다. 두 사건을 취재하면서 한 해가 어찌 흘렀는지 모르게 뛰어다녔지만, 이를 통해 ‘지역신문 기자’는 어떤 기사를 써야하는지를 배운 듯하다.

당시 작성한 기사들을 다시 읽어보니 부족한 부분이 많이 보인다. 특히 양수리 지역주민들은 이 사건을 어떻게 느끼고, 무엇을 바라는지가 제대로 드러나지 않았다.

현재 농부들과 주민들은 두물머리활짝협동조합을 만들어 두물머리를 생태공원으로 조성해가고 있지만 양평군은 이를 외면하고 자신들만의 개발계획을 만들고 있다. ‘제2의 4대강’ 싸움이 다시 일어날지도 모를 일이다.

양평공사 군납 사기사건은 양평군 공무원들의 뻔뻔함과 무능함, 군민을 대하는 자세를 알게 해 준 계기였다. 132억원의 사기를 당했음에도 관련 공무원은 제대로 된 징계는커녕 빠른 진급을 하고, 아직도 퇴직 공무원의 일자리를 마련해주는 역할을 한다. 공사 사장을 비롯해 이사들 중 농산물유통 전문가는 찾아볼 수 없고, 여전히 매년 수십억원의 주민혈세가 지원금으로 집행되고 있다.

당시 공무원들과 가장 많이 싸웠던 부분은 ‘자료요구 거부’였다. 사건이 터지면 ‘왜 이런 일이 벌어졌고, 어떻게 수습할 것이고, 개선하겠다’를 이야기하는 것이 공직자의 자세이건만 군 공무원들은 본능처럼 무조건 숨기고 감추는 데 급급하다.

주로 군정과 사건사고를 담당하다보니 이런 모습을 거의 매일 대한다. 자료를 받기 위한 기싸움과 인터뷰의 진실성을 따지다보니 항상 바짝 긴장한 스스로의 모습을 보곤 한다. 문제는 이런 태도가 실생활에도 적용되면서 극심한 스트레스를 준다. 스스로 방어기제가 작동해서인지 요즘 부쩍 ‘에이, 이 정도는 그냥 넘어가자, 이 만큼 했으면 됐어’라는 생각이 고개를 든다.

돈을 받고 기사를 쓰는 기자만 ‘기레기’가 아니다. “눈 감지 말고 귀 닫지 말자. 진실을 파고드는데 게으르지 말자. 강자를 비판하는데 쫄지 말자. 기레기는 절대 되지 말자.”

 

주민 삶과 밀착된 기사… “쉽고 재밌게 쓰겠습니다”
성영숙 기자 sys@ypsori.com

2014년 입사 후 썼던 기사 중 메르스사태 관련 기사가 기억에 남는다. 메르스가 한창이던 지난해 6월, 양평군보건소는 5일까지 양평에는 메르스 의심 환자가 없다고 밝혔다. 양평주민 A씨가 2일 만난 사람이 7일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음에 따라 밀접접촉자가 발생했는데, 군이 이를 공식발표한 것은 이틀 뒤인 9일이었다.

본지는 8일 경기도 메르스 발생현황을 점검하다 이 같은 사실을 인지하게 됐다. 군 보건소 확인을 거쳐 8일 최초로 온라인 속보를 낸 뒤 시흥시 담당자를 통해 추가취재를 했다. 당일 접속자수가 급증하는 상황에서, 밀접접촉자를 감염자로 잘못 이해한 주민의 전화로 보건소 담당자가 곤혹을 치르기도 했다.

남의 일만 같던 지진이 발생하고, 비상상황에서의 신속한 정보전달과 대처의 중요성이 대두되는 요즘 지역신문의 역할을 되돌아보게 된다. 속보에 취약한 주간신문의 한계를 넘어 온라인뉴스와 카톡뉴스에도 힘을 기울이는 이유다.

통계를 통한 뉴스 발굴에 관심이 많다. 2014년 12월4일자 본지 커버스토리로 다룬 ‘세월호 사고 때보다 더 힘들다’는 한국은행의 ‘월별 소비자 심리지수’가 토대가 됐다. 음식점 주인들은 경기가 바닥이라고 한숨을 푹푹 내쉬는데 객관적인 분석이 필요했다. 양평군에 문의하니 “전체적인 통계는 없고 휴게음식점 현황은 있다”는 답을 들었다. 5년간 양근리 휴게음식점 통계를 요청해 분석하고, 양평5일장 상인, 양평물맑은시장 상인 등을 인터뷰했다. 업종 과포화 현상, 문화관광형 시장의 한계, 양평5일장의 문제 등을 폭넓게 다뤘는데, 경제기사로는 드물게 반응이 뜨거웠다.

순이동인구를 기초로 한 기사(2016년 3월24일자)에서는 지난 15년간의 인구변화와 읍․면별 추이, 전입 이유와 연령, 직업 등을 상세히 소개했다. 인구통계는 경제, 문화, 복지 등 지역사회 전반에 영향을 끼치는 지수이므로 지속적으로 소개할 예정이다.

현장취재를 하며 느낀 것들을 기획기사로 쓰고 있는데, 지난 5월 ‘프리마켓 진단&모색’을 4회에 걸쳐 연재했다. 프리마켓이 늘어나는 현실에서 문호리 리버마켓, 양평시장1길, 트리마켓 등 군내 프리마켓을 현장 취재하며 갈등과 문제점, 대안을 제시했다. 두 달에 걸쳐 문제의식을 갖고 쓴 기사지만 독자반응이 아쉬웠다. 문제점을 들추는 것에 적대감을 나타내는 것쯤이야 웃으며 넘길 수 있다. 하지만 똑같은 오류가 반복되는 현재 프리마켓을 보면 신문이 공론장의 역할을 하기 위해선 영향력이 커야 한다는 사실을 절감한다.

양평의 자연환경이나 문화와 관련한 취재를 통해 지역의 기본 자료를 축적하는 것도 지역신문의 몫이다. 양평의 봄 꽃길, 옥천면 대부산 억새평원과 용문산 상원사길, 유명한 계곡, 개군면 앙덕리․상자포리 고인돌유적지, 양서면․서종면 겨울철새도래지 등을 취재해 보도했다. 신문사 여건상 본격적인 탐사취재에는 한계가 있지만 의미 있는 기사였다고 자평한다.

‘어려운 기사는 쉽게, 쉬운 기사는 재밌게, 재밌는 기사는 깊게.’ 늘 새기는 말이지만 어렵다. 특히 통계나 자료를 이용한 사회, 경제, 정책기사는 독자의 피부에 와 닿게 써야하는데 정보전달에 그치고 있다는 자책이 들기도 한다. 어쩌랴, 신문발행일인 목요일에 맞춰 주 단위로 돌아가는 인생이지만 최선을 다할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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