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마을, 왜 만들어야 하는가> 성종규 서종면 주민자치위원회 위원장

아름다운 마을을 찾아가는 여행 26

마을만들기가 기존의 도시계획과 다른 점은 시민(주민)이 주도가 되어 도시와 마을의 공간을 만들어나가는 데 있다. 따라서 마을만들기의 주체는 무엇보다 주민이다. 주민이 주체가 되지 않는 마을만들기는 진정한 마을만들기라고 보기 힘들고 행정행위 또는 행정지도라고 보아야 한다.

그런데 마을만들기의 주체가 되는 주민은 단순한 마을의 구성원이 아니라 주체적이며 자각있는 주민이다. 마을에서 주체적이고 자각이 있다는 것은 공공성을 말한다. 자신의 일만 신경쓰고 자신의 공간만을 꾸미는 것이 아니라, 공공의 문제나 공간에 대한 책임과 자각을 가지는 것을 말한다.

사실 행정이나 공무원과 비교할 때 주민들은 그다지 주체적이거나 책임성을 가지지 않았다. 주민들은 대부분 행정에 대하여 자기 위주의 불만이나 불편만을 요구해 왔다. 소위 민원(民願)을 제기하는 정도가 대부분이었다. 따라서 행정은 주민의 주체성과 자각성을 믿지 않았고, 그저 지도의 대상으로만 바라보았다. 그러나 마을만들기에서의 주민은 다르다. 자신의 개인적인 이익과는 전혀 관련없는 일, 오히려 자신의 노력과 시간, 그리고 심지어는 비용까지 투자해야 하는 일에 스스로 나서고 있다. 주체적이며 자각한 인간이 마을만들기의 과정 속에서 탄생하고 있는 것이다.

일본 가나가와현(神奈川県)의 마나즈루(眞鶴) 마을(町)의 주민들은 행정과 더불어 마을만들기 조례인 ‘미의 조례’(美の条例)를 만들었다. 현재 마나즈루 마을은 주민자치적으로 마을의 경관을 아름답게 만들어 나가는 대표적인 곳으로 유명하다.

그렇게 주체적이며 공공성을 가지게 된 주민은 자연스럽게 조직이나 단체를 만들어 조직된 주민으로서 행동한다. 공공성은 관계를 전제로 하기 때문에 자연스러운 일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농촌에는 대부분 비슷한 형태의 주민단체나 조직들이 있다. 농림축산식품부가 사용하는 대부분의 마을 개념은 행정구역상 리 단위와 혼용되는데, 리 단위로 이장과 새마을지도자, 부녀회장, 개발위원들이 리 조직의 리더를 이룬다. 그리고 거기에 기반을 두고 읍,면 단위로 이장협의회, 새마을지도자와 부녀자회, 청년회, 노인회 등이 전통적이며 대표적인 조직으로 존재한다. 주민자치위원회는 거기에 비교하면 역사가 짧다.

양평의 경우 군이 지원하는 지역만들기는 철저히 리 단위를 기반으로 한다. 리라고 하는 전통적인 조직을 기반으로 하고 있는 것이다. 리 단위로 새싹, 뿌리, 기둥, 열매 마을로 단계적으로 발전하면서, 마을만들기의 원칙과 규칙을 정하고, 회의와 토론을 통해 마을만들기 사업의 내용을 정하고 있다. 아무래도 현재 우리나라 농촌에서 가장 일반적이며 가장 책임있는 주민조직은 리 단위인 것은 틀림이 없는 것 같다.

그러나 전통적인 조직이 가지는 한계도 무시할 수 없다. 도시계획의 전통적인 방식은 행정위주였고, 마을만들기는 주민이 주도가 되는 도시계획의 새로운 개념이기 때문에 전통적인 주민조직으로는 적합하지 않을 때가 많다. 마을에 대한 정체성과 책임성은 크지만, 주체성이나 새로운 컨텐츠와 문화의 창조에는 한계가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귀촌인이 늘어나고 있는 현재의 우리 농촌의 추세에서 전통적인 조직의 경우 새로운 인적 자원을 끌어들이기에도 충분하지 않다. 리 단위의 지도자, 이장으로 성장하기에는 쉽지 않은 시간과 조건들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마나즈루 마을의 마을만들기 주민조직원들이 마을 곳곳의 경관을 돌아보고 분석하고 검토하고 있다.

마을만들기는 철저히 사람의 일이다. 사람의 마음과 마음, 뜻과 뜻이 모여 이루어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주체적이며 자각 있는 사람들이 더 많이 필요할 뿐만아니라 새로운 조직들도 더 필요하다. 전통적인 조직에 다가가기 힘들다면 새로운 형태의 조직을 만들면 된다. 일본에서는 고베 대지진 이후 자신의 마을을 살기 좋게 만들려고 나선 NPO(비영리민간단체) 조직들이 대거 탄생했다. 그리고 그러한 NPO들의 노력은 일본의 지방자치를 굳건하게 발전시키고 있다.

원주민 뿐만아니라 귀촌 이주민들도 자신의 마을에 책임을 가지고 나서야 한다. 마을의 전통을 존중하면서 새로운 문화적 임팩트를 제공해야 한다. 어우러져 함께 마을을 만들고 공동체를 형성해 나가야 한다. 다음 회에는 원주민과 이주민의 어울림을 노래해 보기로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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