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머스 가든 ‘봄’ 곽상용 대표

농사가 기원인 정원, 그 정직한 시간의 기록
온전한 휴식 누리고 ‘바라봄’이 가능한 정원

 

사진=파머스 가든 봄 제공

소설가 헤르만 헤세의 책 ‘정원 일의 즐거움’에 이렇게 쓰여 있다. “나는 유감스럽게도 쉽고 편안하게 사는 법을 알지 못했다. 그러나 한 가지만은 늘 내 마음대로 할 수 있었는데, 그건 아름답게 사는 것이다.”

상상력으로 자연의 일부분을 만들어내는 정원사의 일은 시인이나 화가의 일과도 다름없다. 사람은 모름지기 자신이 좋아하고 아름다움을 느끼는 것에 닮아가기 마련이다. 미국을 대표하는 동화작가 타샤 투더도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정원의 주인으로 더 유명했다.

곽상용 파머스 가든 봄 대표의 꿈은 단순하다. 타샤의 ‘비밀의 화원’이나 헤세의 ‘오래된 정원’을 바라는 게 아니다. 그저 눈에 아름다워 보이는 정원도 아니다. 사람들이 와서 편안하게 쉴 수 있는 정원을 가꾸는 것이다.

사진-파머스 가든 봄 제공

단아한 미니어처로 정원 안에 또 하나의 자연을 만드는 게 일본식 정원이라면 우리의 정원은 자연을 차경(借景)한다. 원래 그 자리에 있는 자연을 그대로 보존하면서 정원의 일부로 끌어온다. ‘바라보다’에서 따온 ‘봄’을 파머스 가든의 이름으로 지은 이유다. 강상면 병산리 남한강변에 병풍처럼 둘러싼 산과 강, 들판을 5만9400㎡(약 1만8000평) 부지에 조성한 정원으로 오롯이 들였다.

곽상용 대표는 정원의 기원이 농사라고 믿는다. 밭고랑에 가지런히 자리한 채소를 보면 고개가 끄덕여진다. 모든 채소에는 꽃이 핀다. 부추꽃, 치커리꽃, 쑥갓꽃, 유채꽃, 장다리꽃, 샐러리꽃, 방풍나물꽃… 장미처럼 화려하지도 않지만 묵묵히 자기가 맡은 일터에서 소박하게 꽃을 피운다. 장미나 튤립의 꽃은 화려하게 피었다 이내 지고 말지만 토마토와 가지 같은 채소는 열매를 맺기 위해 꽃을 피운다.

곽상용 파머스 가든 봄 대표가 흙 묻은 작업복을 입고 햇볕에 그을려 까무잡잡해진 손으로 화단에 모종을 옮겨 심고 있다. 그는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정원과 식당에서 편안하게 쉬고 건강한 삶을 누릴 수 있기를 바란다.

123종 8만 본 이상의 식물이 자라는 정원에는 식물의 학명이나 생육조건이 적힌 팻말하나 보이지 않는다. 대신 곽 대표는 손님이 궁금증을 번거롭더라도 일일이 설명해준다. 하루의 대부분을 정원에서 보내기에 사람들과 자연스럽게 대화도 할 수 있다.

파머스 가든 봄은 2014년 4월 문을 열고 그해 농촌진흥청과 MOU를 맺어 ‘도시농업 시범정원’으로 지정됐다. 키친가든, 옥상정원 등 누구나 쉽고 저렴하게 안전한 먹거리를 생산하고, 도시민들도 쉽게 아름다운 정원과 화단을 꾸미고 즐기자는 취지다.

사진=파머스 가든 봄 제공

넓디넓은 정원에 텃밭과 키친 가든, 레스토랑, 아트 파크, 갤러리 등 서로 다른 목적의 건물이 자연과 조화롭게 공존하고 있다. 텃밭과 키친 가든에는 토마토와 갖가지 허브, 가지, 감자, 쌈 채소, 아티초크, 오크라, 블루베리 등 다양한 채소가 나고 자란다. 봄에 보라색 꽃을 피우는 아티초크는 지중해 지역에서는 통조림으로 판매할 정도로 대중적이지만 우리나라에선 고급 식자재로 통한다. 뚱딴지로 부르는 돼지감자의 본래 이름이 ‘예루살렘 아티초크’라는 사실도 재미있다. 노란색 꽃이 피는 오크라를 이용한 요리법도 다양하다. 이들 채소는 모두 레스토랑 식자재로 사용한다.

파머스 가든 봄의 아트 파크(Art Park)는 갤러리 건물뿐 아니라 숲과 하늘, 너른 잔디까지 전시공간이 된다. 미술 전시뿐만 아니라 가을에는 클래식부터 국악, 재즈 등 야외 음악공연을 연다. 사진=파머스 가든 봄 제공

“사람의 뇌는 기본적으로 편안하고 즐겁게 사는 것을 추구해요. 식물도감을 보며 공부하는 정원이 아닌 뇌가 쉴 수 있는, 눈이 즐거운 공간으로 남겨두고 싶어서죠.” 곽상용 대표는 많은 사람들이 자연이 내준 품속에서 그림을 감상하고, 공연을 즐기고, 건강하고 맛있는 음식을 맛보며 온전한 휴식을 누리길 바란다.

파머스 가든 봄 : 강상면 병산리 256  ☎ 774-88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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