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창화 작가와의 만남

이현숙 그림책카페 ‘블루마운틴’ 대표

요즘 동네 책방이 뜨고 있다는 언론보도가 많습니다. 동네 책방의 선두 주자이면서 작가이고 최초의 가정식 책방을 연 백창화 선생께서 양평 중앙도서관이 주최하는 ‘작가와의 만남’에 초대되어 2시간가량 산속 책방 이야기를 재미있게 들려주었습니다. 백창화 선생은 우리가 그림책카페를 열 수 있도록 멘토 역할을 해 주셔서 저와는 특별한 인연이 있습니다.

강의 30분 전에 자리를 잡고 많은 사람이 오기를 기대했으나 생각보다 적은 인원이 참석해 공연히 미안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백창화 선생은 인구가 3만5천명 밖에 안 되는 충북 괴산군의 미르마을에서 가정식 서점을 2년째 운영하고 있습니다. 서점을 운영하기 전에는 어린이 책읽기에 관심이 많아 일산에서 어린이사설도서관을 10여년 운영하기도 했습니다. 공공도서관이 많아지면서 사설 도서관을 정리했으나 동네 책방이 사라져가는 것이 안타까워 유럽의 동네 책방을 37일간 순례하면서 그 답을 찾았답니다.

영국의 산골 오지 책마을에 주말이면 세계 각국에서 수만 명의 관광객들이 찾아오는 모습을 보면서 충북 괴산 숲속 책방을 통해 미래의 모습을 그렸습니다. 유럽 책방 순례기 <유럽의 아날로그 책공간>과 숲속 책방을 만들게 되는 과정과 책방 이야기를 자세히 쓴 <작은 책방 우리 책 쫌 팝니다>를 보면 선생님의 책에 대한 열정과 그 지역사회에 이바지하고자 하는 헌신적인 노력을 느낄 수 있습니다.

숲속 책방은 특이한 점이 많습니다. 우선 책방에 들어오는 사람은 누구나 책 한권을 사야하는 행복한(?) 의무감이 있습니다. 카페에 오면 커피 한잔 사야하는 것처럼 책방에 오면 책 한권 사야하는 의무, 이것을 예의라고 합니다. 그 당당함 뒤에 동네 서점이 살아남기 위한 자구책과 책을 사는 기쁨을 맛보게 해주고 싶은 선생님의 철학이 엿보였습니다.

또 책방이 주는 딱딱한 이미지를 벗어나 자연 친화적인 공간에서 쉽게 책을 가까이 할 수 있도록 책 읽는 공간을 만들어놓고 아이와 어른이 즐겁게 책을 볼 수 있도록 꾸며 놓았습니다. 스마트폰에 파묻혀 아이나 어른이나 책을 읽지 않는 요즘의 현실이 너무나 안타까워서 책을 읽게 하기 위한 노력과 연구를 많이 합니다. 책방에서 책만 파는 것이 아니라 북 콘서트나 책 읽기 수업, 책 만들기 등 다양한 체험 활동도 합니다. 이런 활동을 통해 조금이나마 지역의 문화적 소외감을 덜어주고 책을 통해 만나는 사람과의 관계, 좋은 책이 한 사람의 운명을 바꿀 수 있다는 책방 주인다운 신념 속에 오늘도 숲속 책방에는 책 1권 사야하는 행복한 의무를 기쁘게 받아들이며 많은 사람이 찾아오고 있답니다.

강연 마지막에 깜짝 북쇼(Book Show)도 해주셨습니다. 신비한 팝업북을 보면서 책이 주는 또 다른 즐거움을 느꼈습니다. 이런 동네 책방이 더욱 많아져서 우리나라의 품격이 높아지길 바란다는 선생님의 마지막 말씀을 들으면서 우리 집, 그림책 북카페도 서점은 아니지만 책 읽기를 통해 조금은 품격을 높이는 일에 일조를 하고 있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에 마음이 뿌듯했습니다. 앞으로 이런 작가와의 만남이 일회성이 아니라 자주 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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