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마을, 왜 만들어야 하는가> 성종규 서종면 주민자치위원회 위원장

아름다운 마을을 찾아가는 여행 24

 

지방자치를 풀뿌리 민주주의라고 한다. 그렇다면 마을만들기는 지방자치와 민주주의의 풀뿌리이며 학교다. 아름다운 마을을 찾아다니는 여행을 하다가 왜 뜬금없이 민주주의 타령인가 할 것이다. 이번 회부터 몇 차례는 구체적인 마을의 여행이 아니라 사념의 여행을 떠나보려 한다. 마을만들기의 이념이 띄고 있는 민주주의의 의미와 그 민주적 마을만들기의 주체들을 살펴보고자 한다.

아름다운 마을을 찾아다니는 여행에서 항상 민주주의라는 이념이 머리에서 떠나본 적이 없다. 그 아름다운 마을을 스스로 만들어 온 주민들이 그들의 지역사회에 직접 참여하고 주인이 되어 온 과정의 향기가 마을의 모습으로부터 피어오르기 때문이다.

나는 젊을 때 민주주의란 독재세력이나 반민주적인 세력에 대항하여 싸우고 투쟁하는 것, 그 자체라고만 생각했던 것 같다. 그것도 이해가 가지 않는 것은 아니다. 우선 독재적인 권력에 대항하여 시민의 권리를 최소한이라도 지켜내어야만 하는 시대도 있었다. 그 때는 그것이 민주주의라는 의미의 전부였을 수도 있겠다. 그러나 이제 민주주의의 이념은 더욱 확장되고 성숙해야 한다.

서종 주민자치위원회의 농림부 행복마을 콘테스트 한 장면.

며칠 후면 서종면 주민자치위원회가 중심이 되어 농림축산식품부가 개최하는 ‘전국 행복마을 콘테스트’에 나가야 한다. 읍면 농촌공동체 운동 분야에서 예선을 거쳐 이미 전국의 5개 읍면으로 선정되었고 이제 본선을 겨룬다. 본선은 대전광역시에서 개최되는데 마을 공동체운동의 성과 발표뿐만 아니라 주민들의 퍼포먼스도 함께 경연해야 한다.

그런데 20~30명이 무대에 올라서서 벌이는 퍼포먼스를 준비하면서 이번에는 아예 각본을 준비하지 않았다. 어느 정도 경험을 쌓고 있는 우리 자치위원들의 주체성에 기대어 보고자 하는 마음이 있었다.

엊그제였다. 퍼포먼스 준비를 위한 모임이 시작되었고, 나는 아무런 각본도 없이 전체적인 줄거리 구상만 내놓았다. 그리고는 각자의 아이디어와 주체성을 기다렸다. 먼저 앞부분의 짧은 연극 부분의 연습이 시작됐다. 두런두런 논의 속에서 배역이 결정되었고, 배역들은 직접 무대에 올라가 상황에 맞추어 즉흥적으로 대사를 만들었고, 그 대사가 다시 서로서로 다듬는 과정에서 대본으로 결정됐다. 다음으로 농악을 곁들인 퍼포먼스 부분의 연습이 시작됐다. 이 부분 역시 아무런 구체적인 사전 극본 없이 주민자치센터의 사물놀이 팀과 함께 무대 위에서 즉흥적으로 만들어져 갔다. “땅도 땅도 내 땅이다.”, “네 땅이냐. 내 땅이냐.” 원주민과 이주민 사이의 갈등과 화합을 표현하는 요란한 퍼포먼스가 실제 원주민과 이주민이 함께 만드는 하나의 작품으로 만들어져 갔다. 이제 우리가 함께 스스로 만든 작품은 전국 본선무대에 올라가 펼쳐질 것이다.

일본 유후인(湯布院)의 긴린코(金鱗湖) 호수로 통하는 거리.

일본 큐슈지방에서 젊은이들이 가장 여행하고 싶은 마을로 꼽는 곳은 유후인(湯布院)이다. 유후인의 오늘의 모습은 1970년대 거대한 골프장 설치계획을 주민들이 반대하고 마을을 지켜낸 데서부터 비롯된다. 그러나 그것만으로 끝이었다면 지금의 유후인은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당시 유후인을 지켜내었던 ‘자연을 지키는 모임’은 그 다음 차례로 상인들을 포함하여 ‘내일의 유후인을 생각하는 모임’으로 변신해 나갔다. 적극적인 마을만들기가 시작된 것이다. 온갖 아이디어가 주민들로부터 스스로 샘물처럼 솟아나왔다. 킨린호(金鱗湖)로 이어지는 상징적인 길은 올망졸망 재미있고 모든 상가의 간판도 예술적이면서도 개성적이어서 우리나라 마을만들기의 끊임없는 벤치마킹의 대상이 되고 있다.

민주주의란 스스로 사회의 주인이 되는 것을 말한다. 주인이 되기를 막는 장애물을 떨쳐내는 과정뿐만 아니라 더 나아가 실제로 주인이 되어야 한다. 그것도 서로서로 도와서 한다면 더없이 좋을 것이다. 밀어주고 당겨주고 끌어주고.

마을만들기는 주민들이 함께 스스로 지역사회의 주인이 되는 아주 실천적이며 행복하기까지 한 길이다. 마을만들기는 민주주의와 지방자치의 뿌리이며 학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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