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공동체 만들기②

정도훈 한국역량개발원 원장

정관과 명부를 작성하여 비영리법인으로서 마을등기를 완료했다면 이제는 본격적으로 마을을 생활공동체로 만드는 일에 착수해 보겠습니다. 어느 조직이나 그러하듯이 조직은 바람직한 방향으로 발전시키는 것이 중요합니다. 마을도 이제 법인격을 부여했으니만큼 어엿한 하나의 조직이 된 것입니다. 따라서 조직구성원인 주민들이 서로 친밀감을 느낄 수 있고, 마을 일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분위기를 형성해야 합니다. 이것이 흔히 말하는 건전한 마을문화를 형성하는 것입니다.

건전한 마을문화는 모든 마을이 바라는 모습이지만 하루아침에 이뤄지는 것은 아닙니다. 오랜 시간과 노력을 들여 마을을 생활공동체로서 인식할 때 나타날 수 있습니다. 흔히 ‘주민 단합이 잘 된다’, ‘주민들 인심이 좋다’라는 식으로 이야기하는데, 이것이 바로 건전한 마을 문화가 형성된 마을의 특징입니다.

이런 마을로 만들어가기 위해서는 먼저 마을 임원진의 협조와 합리적 운영이 필요합니다. 통상 마을에는 이장을 비롯하여 노인회장, 부녀회장, 새마을지도자, 청년회장 그리고 개발위원 등으로 구성된 마을운영 임원들이 있습니다. 임원 활동이 활발하게 이뤄지는 마을과 그렇지 않은 마을은 여러 차이가 있지만, 임원 활동이 없는 마을의 특징은 모든 일을 이장이 나서서 혼자 처리한다는 것입니다. 이장 혼자서 마을 일을 모두 처리하고 임원들이 협조를 하지 않는 마을은 수동적인 분위기를 갖기 마련입니다. 매사를 이장에게 의존하게 되고 이장은 모든 일을 처리해야 하는 관계로 피곤할 수밖에 없습니다. 마을을 생활공동체로 만들어 가는 첫 번째 조건은 임원 활동이 활발한 마을을 만드는 것입니다.

그 첫 번째가 임원회의를 정례화하는 것입니다. 최소한 월1회 임원회의를 정기적으로 개최하는 것인데, 이렇게 날짜를 정해놓아야 임원들도 미리 알고 각자의 일정을 미리 조정할 수 있습니다. 두 번째는 체계적이고 합리적으로 회의하는 습관입니다. 대개의 마을 회의는 두서없이 진행되다보니 결론이 나는 것도 없고 무엇을 이야기했는지도 모른 채 끝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러한 회의가 계속되면 임원들은 회의를 해서 뭐하느냐는 반응을 보여 소극적이 됩니다. 이장은 회의 전에 안건을 미리 공지하고 안건 순서대로 토론을 진행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토론 결과는 반드시 서기를 한 사람 지정해 기록하게 한 후 회의 종료와 동시에 확인하게 하고 서명하도록 합니다. 또한 회의결과는 반드시 마을 게시판을 활용해 주민들이 알 수 있도록 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이렇게 임원회의가 활성화되고 민주적인 의사결정 절차를 거쳐 회의를 진행하는 습관이 들면 다음은 주민들에 대한 활동을 시작해야 합니다. 주민들이 마을 일에 관심을 갖게 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마을의 환경개선을 함께하는 것입니다. 주민들 간에 정기적으로 얼굴을 대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드는 의미와 스스로 마을의 환경을 가꿈으로써 동지의식을 느끼게 하는 좋은 방법입니다. 마을환경 개선도 월1회 일정한 날을 정해 정기적으로 개최하는 것이 좋습니다. 주민의 다양한 형편을 고려해 가급적 토요일 오전으로 정하고, 정해진 날짜는 주민들이 잘 볼 수 있는 곳에 현수막을 걸어두는 것이 좋습니다. 현수막은 1년 내내 걸어 둘 것을 권장하는데, 그 이유는 주민들이 자주 보게 하여 마을청소 날을 머리에 기억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입니다.

매월 마을 정기청소를 시행하다 보면 참여 인원수가 점차로 증가하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더불어 이사 온 사람들의 참여가 점차적으로 늘어나는 효과도 거둘 수 있습니다. 다소 어려움이 있겠지만 청소 후에 그냥 헤어지지 말고 반드시 마을회관에 모여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도 마련할 것을 권해드립니다. 자연스러운 분위기를 위해 국수를 삶아 대접하는 시간을 갖는 것도 좋습니다. 물론 부녀회원들의 수고가 있어야겠지요.

결국 생활공동체를 만드는 것은 임원 결속이 우선 되고, 주민들이 마을 일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감으로써 가능해집니다. 화합에서 우선되는 조건은 서로 자주 얼굴을 보는 것입니다. 현대 농촌사회는 서로 직업이 다르고 생활시간대가 다른데, 이런 차이를 지나치게 존중하다 보면 생활공동체를 만드는 것은 불가능해집니다. 개인 희생을 어느 정도 감수해서라도 정기적인 만남의 기회를 갖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방법임을 기억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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