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미원 이사회서 대표이사직 자진사퇴의사 밝혀

김 군수 “추석 후 감사원 감사 진행 보며 조율”
정상화 방안 고민할 시점… 관피아 경계 목소리도

 

세미원과 양평군 예산 수천만 원을 가로채 우리문화가꾸기회의 독도 연구 활동에 쓴 이훈석 세미원 대표이사가 자진 사퇴의사를 밝혔다. 김선교 양평군수는 대표이사직 직무대행체제 전환을 시사했다. 감사원 감사를 받고 있는 세미원이 향후 전문가 영입을 통해 경영정상화의 길을 걸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 대표이사는 지난 6일 양서친환경도서관에서 열린 세미원 이사회에 참석해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혔다. 이사회에는 세미원 이사장인 김성재 부군수를 비롯해 임원 10명 중 8명이 참석했다.

이 대표이사의 자진사퇴 발언은 안건 의결사항을 마친 뒤 기타 토의시간에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한 임원이 “요즘 세미원을 바라보는 주변의 시선이 따갑다”고 하자 이 대표이사는 “양평을 위해 일 해왔는데 결국 그런 것(공금 유용 등) 때문에 나를 푸대접한다면 더 이상 (대표이사 자리에) 있을 필요가 없다”며 회의장을 박차고 나간 것으로 알려졌다.

이훈석 세미원 대표이사가 지난 5일 양평군청 브리핑룸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무언가 결심한 듯 입을 굳게 다물고 있다. 이 대표이사는 연꽃구입비 2076만원과 두물머리 연 캐기 사업 1000만원을 자신이 가져간 사실을 시인했다.

이날 이사회에서 대표이사 해임건의안이 상정될 것이라는 의견도 있었으나 해임건의안은 상정되지 않았고, 이 대표이사 스스로 사퇴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회의에 참석한 한 임원은 “세미원의 여러 문제들이 곪을 대로 곪아 터졌고, 이 대표이사가 물러날 때가 된 것 같다”며 “아무리 좋은 일이라도 정도를 걷지 않으면 무슨 소용이 있는가”라고 말했다. 우리문화가꾸기회의 독도 자료 수집과 무궁화공원을 명분 삼아 세미원의 예산을 아무렇지도 않게 갖다 써온 이 대표이사의 왜곡된 행태를 꼬집은 말이다.

양평군도 이제 더 이상 지켜볼 수만은 없는 상황이 돼버렸다. 김선교 군수는 지난 7일 본지와 한 통화에서 “이사회에서 자신사퇴의사를 밝혔다면 대표이사 직무대행제체로 가야 하지 않겠느냐”고 밝혔다. 김 군수는 “어제 세미원에 대한 감사원 예비감사가 진행됐고, 추석연휴가 끝난 뒤 본 감사에 착수할 예정으로 알고 있다”며 “감사 진행 중 사표수리 여부 등 관련법령과 감사 추이 등을 봐 가면서 (향후 일정을) 조율하겠다”고 했다.

세미원 한 임원은 “양평군의 출연으로 세미원이 재단법인이 된 지 4년이 지나도록 군은 도대체 무엇을 했느냐”며 “세미원이 이렇게 된 데에는 관리감독을 제대로 하지 않은 군의 책임이 이 대표이사 못지않게 매우 크다”고 지적했다.

독도 연구를 명분으로 한 이 대표이사의 전횡은 감사원 감사 결과 밝혀질 예정이다. 직무대행체제 전환 이후 세미원의 근본적인 제도 개혁과 경영 정상화 방안이 심도 있게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새 대표이사 자리가 혹여 ‘관피아’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벌써부터 경계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그러나 세미원이 그동안 회계나 조경분야 등에서 제대로 된 전문가 없이 이훈석 대표이사 의지대로 운영된 점에 비춰보면 군이 관피아 논란을 자초할 일은 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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