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식업 성공스토리> 능수엄마

41회 새우젓 사러가면서 웃긴 이야기

 

사장님은 이러실 거라예. 어여 차를 세워줘. 오줌 싸겠어. 그라믄서 자꾸 칭얼대모 지는 차를 길가에 세워놓고, 어서 내려 이 웬수야! 그라믄서 사장님 목덜미를 잡아 길가에 팽개치고는 그냥 차를 출발시킬 거라예. 지는 차를 몰고 가믄서 백미러로 뒤를 살피모, 사장님이 두 팔을 허우적대믄서 날 버리고 가지마! 날 버리모 우짜노! 지발 날 데리고 가얀다카이! 그라믄서 뒤뚱거리며 쫓아올 거라예.

 

“그럼 모금정도 춘천옥 메뉴로 바꿔서 확 붙어 봐. 이판사판인데.”
“그게 바로 네 허점이지. 그게 쉬운 줄 아니? 너는 돈으로 밀겠다는 거지만 돈보다 더 무서운 게 있어. 그걸 춘천옥이 지니고 있다 그 말이지.”
“그게 뭔데?”
“알아보는 중야.”
“맛내는 기술이나 재력 말고 또 뭐가 있다구?”
“누구나 그렇게 생각하지만, 그것 말고도 다른 뭐가 있어.”
“먹는장사 노하우 하면 뻔하잖아?”
“그러니까 알아내기가 어려운 거지.”
“그렇다면 더 말할 필요가 없네. 이미 승자와 패자는 결정됐으니.”
“그래서 대승옥을 이용하려는 거야. 대승옥 처남은 전투요원으로는 탁월하거든. 그의 힘을 빌려 춘천옥을 약화시킨 후 윈윈작전을 펼 참이라구. 거기서 잘 되면 우리가 단독 승자가 될 수도 있고.”
“내 생각엔, 메뉴가 다르니까 서로 협력해서 이 골목으로 손님을 끌어들이면 좋잖을까싶어.”
“글쎄 네 말을 모르는 것 아냐. 춘천옥이 너무 튀어서 도저히 윈윈이 안 된다는 거야. 잠시나마 춘천옥에 브레이크를 걸 수 있는 여건이 필요하다구.”
친구는 박 사장의 말이 섬뜩하다. 처남의 업소까지 자기 잇속에 이용하려는 박 사장의 계책이 어리둥절하다. 하지만 박 사장은 박 사장 대로 약은 수를 쓰고 있는 중이다. 그 친구가 돈을 더 꿔줬으면 하는 판에, 처남마저 남으로 여긴다는 철저함을 보여주고 싶었던 것이다. 그 친구는 은연중 처남 황 사장을 경계하고 있었다. 모금정을 싼 값으로 인수하려고 돈을 꿔주고 있는 참인데 갑자기 처남이 인근에 업소를 차렸으니 처남매부간의 밀착이 걱정되었던 것이다. 박 사장이 모금정을 자기에게 팔고 처남에게 달라붙으면 큰일이다.
“만약 대승옥이 춘천옥과 가물치 관계가 형성되면 어쩌지?”
친구가 박 사장의 마음을 떠본다.
“그거야 할 수 없지만… 이 상태로는 위기를 면할 방법이 없어. 춘천옥이 싹쓸이하는 상태라.”
“말이 나온 김에 하는 말인데, 대승옥이 춘천옥을 누를 수 있을까?”
“그래서 작전을 짜고 있잖아. 작전만 성공하면 가능성이 엿보이지.”
“춘천옥을 무너뜨릴 수 있다구?”
“작전 여하에 따라.”
“그 작전이 뭔데?”
“지금은 진행 중이니 나중에 말해줄게.”
박 사장은 살짝 꼬리를 뺀다. 그는 애가 탄다. 도대체 이놈이 왜 이런 식으로 나오는지 궁금하다. 박 사장은 친구가 답답하기만 하다. 네놈이 팍팍 밀어주면 춘천옥을 조질 수 있을 텐데, 박 사장은 감질나게 구는 그 친구가 원망스럽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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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좋은 새우젓을 대량으로 구입해서 현장에 보관시키면 맛도 좋아지고 가격도 저렴해서 주기적으로 소래항을 찾는다. 보통 때는 아내와 다녔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바다 구경을 시켜줄 겸 일을 많이 하는 책임자급 직원과 동행할 때도 있다. 하지만 나는 능수엄마와 단 둘만의 동행은 피한다. 아내의 입장도 있거니와 자칫 말썽을 피울까봐 저어했던 것이다.
“춘수, 미스 강, 평강댁은 마카 데불고 다니셨지만도 지는 한번도 못 가봤심더.”
그 말을 들은 아내가 함께 다녀오라고 내게 눈짓을 준다. 눈치 빠른 능수엄마가 대뜸 색안경을 끼고 나오자 아내는 자기 모자를 가져와 씌워주기도 한다. 속은 짠하면서도 경우를 참작해주는 아내의 도량이 고맙다.
시내를 빠져나오자 나는 속도를 내기 시작한다. 기분이 달뜬 능수엄마가 계속 지껄였지만 나는 그녀와의 동행이 어색해 입이 열리지 않는다. 바깥 풍경에 몰입하는 척하거나 이따금 묻는 말에 대꾸해줄 뿐이다. 광명에서 서해안 쪽으로 방향을 트니 도로가 점점 한가해진다.
“와 말씀을 안 하시능교?”
“운전 중이잖아. 귀는 열려 있으니 재밌는 얘기나 해봐. 질퍽한 얘긴 더 좋구.”
“머가 질퍽한 얘긴교.”
“손님들에게 써먹던 진한 농담이나 웃기는 얘기 같은 것.”
“우짠지 사장님캉 둘이 있으니까네 그런 말이 안 나오네예.”
“나를 손님으로 여기면 되잖아.”
“손님예?”
능수엄마는 한바탕 웃고 나서 말을 이었다.
“지가 조금 전 먼 생각을 했는지 아시니꺼?”
“네 머릿속을 내가 어찌 알아.”
“사장님캉 지가 삼십 년쯤 후에 이 길을 달리는 생각을 해봤능기라요. 그땐 지도 환갑을 넘었지만 사장님은 골골대는 할아버지가 됐을 테니까네 지가 핸들을 잡았을 테고, 사장님은 옆자리에 앉아 멀뚱멀뚱 눈알만 굴리실 거라예.”
기분이 고조된 능수엄마는 운전 중인 내 어깨를 톡톡 치며 한껏 흥을 돋군다.
“사장님은 이러실 거라예. 어여 차를 세워줘. 오줌 싸겠어. 그라믄서 자꾸 칭얼대모 지는 차를 길가에 세워놓고, 어서 내려 이 웬수야! 그라믄서 사장님 목덜미를 잡아 길가에 팽개치고는 그냥 차를 출발시킬 거라예. 지는 차를 백여 미터쯤 몰고 가믄서 백미러로 뒤를 살피모, 사장님이 두 팔을 허우적대믄서 날 버리고 가지마! 날 버리모 우짜노! 지발 날 데리고 가얀다카이! 혼자 가지말라카이! 하고 뒤뚱거리믄서 쫓아오는 거라예. 그라믄 할수없이 차를 뒤로 빠꾸해서 다시 태우고는 사장님 대머리를 어루만지며, 어이구 가엾기도 하지. 그러니까네 집을 나설 때는 오줌부터 누랬잖노. 벌써 내 말 까묵었나? 새 옷이 이게 뭐노. 시트도 젖었으니까네 이걸 어쩌믄 좋노. 하고 연방 고시랑거리며 사장님 바지를 벗긴다 그 말입니더. 지는 옷을 갈아입힐라꼬 사장님 팬티를 벗기모 이번엔 깜짝 놀라믄서, 어머 이게 웬 일이노, 이게 아직도 사내 구실하겠다꼬 까부네. 그라믄서 늙은 고추를 손가락으로 톡톡 튕긴다 아입니꺼.”
한바탕 웃고 난 능수엄마는 또 내 어깨에 머리를 기댄다. 운전 중이니 조심하라는 핑계를 대며 어깨를 슬며시 빼내지만 능수엄마는 그런 내 조심을 무시한 채 어깨를 끌어당겨 머리를 기댄다.
“제발 기분 좀 받아주소. 얼마나 멋진 이야긴데 분위기를 깨능교.”
능수엄마는 다시 너털웃음을 날리며 이런 말을 지껄인다.

김용만 소설가(잔아문학박물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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