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단방치 자전거 수거 현장

수거한 자전거를 창고에 임시보관하기 위해 내리고 있다. 수거할 자전거는 많은데 1톤 트럭으로는 한 번에 10대를 겨우 실을 수 있다.

양수․양평역 등에 무단방치 자전거 312대 수거

타인 배려 않고 자기편의 우선하는 이기심 문제

 

‘귀하의 자전거가 무단으로 10일 이상 방치되어 이용에 불편을 초래하고 있으니 7월28일까지 이전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전철역 자전거 보관대에 30여대가 넘는 자전거가 거치돼 있지만 먼지가 뽀얗게 내려앉고 녹이 슬어있는 등 언뜻봐도 장기간 타지 않은 자전거가 대부분이다. 이렇게 안장에 안내스티커를 붙여 놓았지만 방치된 자전거를 찾아간 사람은 없다. 무단 방치된 자전거들로 인해 보관대를 이용하려는 사람들이 불편을 겪겠다는 생각이 곧바로 들었다.

지난 19일 오후 2시 경의중앙선 아신역에서 수거할 자전거는 모두 10대다. 지난 5월에 20대를 수거했는데 세 달 만에 다시 10대를 수거할 정도로 자전거 무단 방치는 계속되고 있다. 양평군 문화체육과 자전거팀에 소속된 권호준씨가 도난방지 장금장치를 절단하면 신동진씨가 전철역 마당으로 자전거를 옮겼다. 누가 가져갈까봐 장금장치를 두세 번 감아놓아 절단하기 힘든 것도 더러 있다. 저렇게 꼼꼼하게 자물쇠를 채워놓고는 왜 가져가지 않는지 궁금하다. 아신역의 경우 타 지역에서 통학하는 대학생들이 자전거를 타고 왔다 바쁘다는 이유로 찾아가지 않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양평군 문화체육과 자전거팀의 신동진·권호준씨가 무단 방치된 자전거를 수거하기 위해 도난방지 장금장치를 절단하고 있다.

때마침 전철역에서 내린 옥천면 주민 김윤수(55)씨가 권호준․신동진씨가 자전거를 트럭에 옮겨 싣는 모습을 유심히 지켜보더니 수거한 자전거를 한 대 줄 수 있는지 묻는다. 김 씨는 “집에 자전거가 두 대 있었는데 한 대는 도난당하고, 나머지 한 대는 망가졌다”며 “전철역에서 집까지 운동 삼아 15분 정도를 걸어 다니고 있는데, 자전거를 얻을 수 있으면 타고 다닐까 싶어 물어보았다”고 매각 여부를 꼬치꼬치 물었다.

수거한 자전거는 양평군 소유 창고로 옮겨 임시 보관한다. 자전거도로 관리팀의 1톤 트럭으로는 한 번에 자전거 10대 정도를 겨우 옮길 수 있다. 양수역이나 양평역처럼 무단 방치된 자전거가 80~90대에 이르는 곳은 몇 차례에 걸쳐 옮겨야 한다. 자전거도로관리실 옆 창고는 이미 문을 열 수 없을 정도로 꽉 찬 상태다. 이날 수거한 자전거는 양평물맑은체육관 옆 창고에 보관했다. 창고 문을 열자 전날 양수역에서 수거한 자전거 50여대가 눈에 들어왔다. 예전에 쌀집에서 배달용으로 쓰던 짐자전거부터 바구니가 달린 여성용 자전거, 주니어 자전거까지 다양한데 바퀴 바람은 빠지고 손잡이는 녹이 잔뜩 슬어있다.

 

신 씨는 “양수역의 경우 스티커를 붙여 놓으면 스티커만 떼어놓고 정작 자전거는 가져가지 않는다”며 “전철역에서 수거한 자전거를 찾아간 사람이 딱 두 사람이었다”고 했다. 한 사람은 장기간 무단 방치한 자전거에 안내문을 붙여 공고한 후 수거를 했는데도 “‘공무원들 다 도둑놈이다. 남의 자전거를 왜 가져갔느냐’고 되레 화를 내며 찾아갔다”고 한다. 사람들이 자전거를 무단 방치하는 이유를 물으니 “방치된 자전거는 고장 난 게 대부분이다. 예전에는 고물상에 연락하면 바로 가져갔지만 요즘은 고철가격이 떨어져 운반해가는 기름값도 못 건지는 경우가 많아 선뜻 가져가지 않는 것 같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양평군은 지난 2월부터 전철역 자전거보관대에 장기간 무단 방치된 자전거에 수거 예정 안내문을 부착해 자전거 소유자들의 자율적인 수거를 유도해왔다. 안내문 부착 후 10일 이후에도 방치된 자전거 312대는 이달 말까지 모두 수거할 예정이다. 수거된 자전거는 강제처분 절차에 따라 14일간의 열람공고를 거쳐 소유자가 나타나지 않으면 매각이나 재활용, 폐기처분한다. 자전거 거치 공간을 확보해 이용자들에게 편의를 제공하고 쾌적한 도시미관 정비를 위한 불가피한 조치다.

권호일 문화체육과 자전거팀장은 “자전거보관대는 개인 한 사람의 공간이 아님을 인식해 이용객 모두가 함께 이용할 수 있도록 주민 스스로 노력해줄 것”을 당부했다. 권 팀장은 “수거한 자전거를 수리해 필요한 사람들에게 나눠주는 ‘행복나눔자전거’를 고민하고 있지만 고장 난 게 대부분이라 수리비용이 문제”라고 말했다.

 

한 주민이 김승호 양평읍장에게 자전거를 기증받고 즐거워하고 있다.

고친 자전거 타고 ‘씽씽’

읍, 자전거 수리해 어려운 이웃에 기증

공공장소나 길거리에 방치된 자전거를 활용해 도시미관 개선과 일자리 창출, 저소득층 지원의 세 마리 토끼를 잡은 사례가 있다. 양평읍이 상반기 지역공동체 일자리사업으로 진행한 ‘무단방치 및 폐자전거 재활용’ 사업이다.

양평읍은 지난해 ‘무단방치 및 폐자전거 재활용’ 사업을 2016년 지역공동체 일자리사업으로 제출했다. 올해 상반기 일자리사업으로 선정돼 지난 3월 사업을 시작했다. 도로변과 전철역 등 공공장소나 길거리에 방치된 자전거 30대를 수거해 이 중 상태가 비교적 양호한 20대를 수리했다.

일자리사업에 최종 지원한 주민은 50대 후반~60대 중반의 주민 3명이었다. 자전거 수리 경험이 없어 자전거 완제품을 해체하고 조립하면서 실력을 쌓아나갔다. 수거한 자전거의 브레이크 등 고쳐야할 부분을 차례로 수리하고, 부족한 부분은 자전거 수리점을 운영하는 사람들에게 기술자문을 받으며 고쳐나갔다.

수리한 자전거는 타이어를 교체하고 녹을 제거한 후 새로 칠까지 했다. 부품과 공구를 구입하고 직접 수리하는데 200여만원의 예산이 들었다. 수리한 자전거는 지난 6월 읍내 기초생활수급자 20명에게 기증했다.

사업을 진행한 박수석 주무관은 “주민들이 읍사무소에 올 때 기증받은 자전거를 타고오기도 하고, 자녀들도 잘 타고 있다는 얘기를 전해준다”며 “내년에도 사업을 신청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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