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푹푹 찐다. 아침 일찍 눈을 뜨면 떠오르는 해가 무섭다. 에어컨을 틀어 놓은 실내에 있으면 그나마 다행이지만 밖에서 더위와 씨름해야 하는 사람이나 동물은 힘들다. 전기료 때문에 마음 놓고 에어컨을 켤 수도 없지만 그나마 틀었다 해도 마당에서 지켜보는 개들에게 미안하고, 그렇다고 마당쇠들을 다 들여놓고 있을 수 있는 환경이 아니라 마음이 불편하다. 그래도 우리 집은 주변에 나무가 많아 저녁엔 기온이 낮아지며 바람이 불어온다.

내일은 나아지겠지 하면서 오래 버텨왔다. 이런 더위에 노령 견은 폐와 심장에 무리가 가서 심하면 피까지 토하고, 심하게 헐떡거리는 증세로 탈진하게 된다. 더위로 치료 받는 동물도 많을 것이다. 그늘에 있으면 그래도 어지간히 버틸 수 있지만 마당에서 헐떡이는 우리 집 노령 견 진돌이 입장에선 하루하루가 힘들어 보인다.

벌써 8월 중순! 다음 주면 여름방학도 끝나는데 우린 아무데도 안 가느냐는 둘째아이의 원을 들어주려고 ‘어디 가냐’고 갸우뚱하는 우리 동물님들을 두고 바다로 향했다. 강원도 고성의 한 바닷가인데 20∼30여 가구 정도 되는 1970년대 모습의 한적한 바닷가 마을이다. 우연히 들른 해변인데 다른 곳보다 해변도 작고 모래사장도 좁아서 환영받는 관광지는 아니지만 그 맛에 그곳으로 정했다. 일찍 나서서 놀다 늦게 들어가느냐, 늦게 나서서 놀고 다음날 일찍 들어가느냐, 대답 없는 개들과 의논하다 늦게 가서 1박을 하고 좀 일찍 오기로 했는데 막상 고성에 도착해서 민박을 알아보니 모두 ‘방 없음’이다.

겨우 해변에서 좀 떨어진 마음씨 좋은 할머니의 에어컨 안 나오는 방을 싼 가격에 얻었다. 집보다도 더 더운 해변에서 사우나 하듯 땀을 줄줄 흘리며 수영복으로 갈아입고 바닷물로 입성! 바닷물의 냉기가 싫어 발목만 담가도 심장이 멎는듯하더니 덥긴 더운가 보다. 내 심장도 바닷물의 찬 온도를 즐기게 되었으니. 몸의 더위가 식으니 주변이 보이기 시작했다. 요 작은 해변에도 사람이 바글거린다. 물론 경포대나 해운대의 밀도에는 못 미치겠지만 우리가 알던 풍경보다는 좀 더 해수욕장답게 사람들이 많았다. 그리고 달라진 풍경은 애견인들이 많이 보인다는 것이다.

개들도 더웠는지 가족과 함께 바닷물에 발을 담그고 함께 앉아 바다를 바라보며 해풍을 즐기고 있다. 주인과 함께해서 좋은지 계속 꼬리를 흔들어 댄다. “아 우리 집 개들도 데려왔으면….” 만약에 정말로 다 데려오면? 사람들 난리 나겠지? 아무리 인심 좋은 사람들이라도.

가만 보니 이곳 민박집은 너그러운 분들이 많은 것 같다. 손님들이 많을 때라 민박집에서 개들과 함께 자는 걸 거부할 텐데 개들을 데리고 투숙하는 가족들이 몇몇 보인다. 해변에서 개와 놀다 밤이 되니 민박집 마당에 돗자리를 편다. 굳이 에어컨이 나오는 방을 두고 마당 바닥에 돗자리를 펴고 강아지와 함께 누워서 잠을 청하고 있다. 혹시나 낯선 사람 인기척이 나면 자기식구 지키느라 짖어대는 식구를, 또 다른 식구가 민폐가 될까 꼭 안아 못 짓게 안심시킨다. 서로를 아끼고 보호하는 가족의 모습이다. 그렇게 가족은 함께 피서를 즐기고 있었다. 부럽다. 우리 대가족은 함께 오기 힘든데…. ‘우리 견공들~ 집에 가서 맛있는 거 줄게. 목 빠지게 문 앞에서 기다리지 말고 시원하게 있어야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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