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고들수록 커지는 의혹, 더 이상 감추지 마라

지난 8일 섭씨 36도를 웃도는 찜통더위에 취재차 찾아간 양서면 기곡터널 내부는 마치 에어컨을 틀어둔 듯 시원했다. 오랜 가뭄에도 습기가 넘쳐 벽면을 타고 물이 흘러내리는 터널에 설치된 ‘아트조명’은 정말 가관이었다. 전구를 둘러싼 아크릴구에는 물이 들어차 있고, 전선과 마감부위는 외부에 그대로 노출이 되어 있었다. 습도가 이렇게 높은 곳에 설치한 작품이라고는 믿기지 않았다.

이런 시설에 16억4000만원을 쓴 양평군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곧장 취재에 들어갔지만 어이없는 일이 또 생겼다. 2012~13년 사이 녹색성장사업과를 맡았던 과장만 4명이었고, 이 중 3명이 은퇴했다. 결국 팀장을 만나야 했지만 팀장도 다를 바 없었다. “그 때는 내가 팀장이 아니었고…”라는 말을 몇 차례 들은 뒤 결국 그 사업을 진행했던 이인구 팀장을 만날 수 있었다. 하지만 이 팀장도 2013년 7월 자리를 떠나 그 이후 일은 “모른다”며 기자를 우롱했다. 잦은 인사이동으로 업무의 연속성과 책임성이 현저히 떨어지는 모습이 그대로 드러났다.

이인구 팀장은 2013년 진행한 ‘폐선로 터널 관광자원화사업’을 자신이 직접 기획하고 추진한 사업이라고 했다. 행정직인 그가 이런 기획안을 만들려면 다양한 자료를 찾아보고 고민했어야 했을텐데, 왜 그는 이미 작가들이 제안한 기획안은 들여다보지 않았을까? 그 내용을 보지도 않았는데, 어떻게 이 두 개의 기획안은 폐터널을 활용한다는 기본 내용부터 세부 계획까지 유사할 수 있을까?

이쯤 되면 누구나 이런 의문을 떠올릴 것이다. 양평군이 잘 짜여진 기획안-국내 최고의 기획자가 만든-을 선택하지 않고, 이들을 따돌린 채 공모를 진행한 것은 혹여 이것으로 이익을 취하려는 누군가가 있었기 때문은 아닐까? 이러한 의문을 속 시원히 풀어내지 못한 것이 기자로서 한없이 부끄럽지만, 의문제기라도 하는 것이 또한 기자의 도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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