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12명 참여하는 ‘터널뮤지엄’ 반려하고 ‘아트조명’ 설치
전문가 “습기 높은 곳에 전기선 외부 노출, 말도 안 되는 작업”

군 “대대적인 수정작업 추진 중”

양평군이 지난 2014년 완공한 폐선로 터널 관광자원화사업이 실제로는 최초 제안자의 계획을 반려하고, 그와 유사한 공모계획을 마련해 자체적으로 추진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렇게 사업을 진행한 이유에 대해 당시 사업을 담당한 이인구 도서관장(당시 녹색성장팀장)은 “그런 게 있는 줄 잘 몰랐다”고 해 의혹을 더하고 있다.

기곡터널에 설치된 아트조명 모습. 전선이 외부로 노출되어 있다.

이 사건은 201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양평군은 4대강 사업의 일환으로 진행된 자전거도로 개설사업을 한창 진행중이었다. 마침 지역의 공공미술 설치작가 몇 명이 ‘터널뮤지엄’ 기획을 군에 제안했고, 김선교 군수는 작가들과 폐터널을 방문해 의견을 나누는 등 적극적으로 이 기획안을 받아들였다.

당시 군에 제안된 기획안은 2017년 베니스 비엔날레 한국관 예술감독으로 선임된 이대형 큐레이터가 전국의 유명 설치작가 12명을 참여시켜 2개 터널에 인터랙티브 멀티미디어 작품을 설치하고, 터널 외부 공간도 공원화해 ‘한국을 대표하는 세계최초의 자전거 터널 미술관’을 만든다는 계획이었다. 이를 통해 문화예술 도시로서의 양평의 브랜드가치를 높여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하고 궁극적으로 세계 유일의 ‘터널뮤지엄’을 통해 양평을 특색있는 문화도시로 탈바꿈 시킨다는 높은 목표를 제시했다. 그러나 군은 결국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당시 자전거시설팀장이던 안세곤 수도행정팀장은 “그때는 자전거도로 개설만으로 너무 바쁘던 시기라 다른 사업을 추진할만한 여력이 없어 팀 내부에서 사업을 폐기했다”고 밝혔다.

아크릴구 안에 물이 차 있는 모습.

하지만 이듬해인 2013년 4월 군은 ‘폐선로 터널 관광자원화사업’을 입찰‧공고했다. 이 사업을 추진한 곳은 녹색성장사업과 녹색성장팀이었다. 당시 군이 공고한 제안서를 보면 2개 터널의 공공디자인 조명을 설치하고, 터널 주변을 공원화 한다는 계획이다. 터널을 이용하고, 터널 주변을 공원화 한다는 부분에서 작가들의 제안과 상당히 유사하다. 예산은 당초보다 4억여원이 증가한 16억4000만원을 배정했다. 군은 이 사업을 진행하면서 최초 기획안을 제안한 작가들에게 알리지도 않았다.

이대형 아트디렉터는 “2012년 양평군과 몇 차례 협의를 한 뒤 연락이 없어 이 사업이 채택되지 않았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최근 군이 "2012년 12명의 작가들과 제안한 사업과 유사한 내용의 사업을 진행한 것을 알게 됐다. 지적자산이 보호받지 못한 현실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또 다른 작가는 “우리가 제안한 내용의 핵심은 터널뮤지엄을 통해 양평의 문화가치를 높이고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한다는 점인데, 이런 부분을 제외한 하드웨어 몇 가지를 차용한 듯 보인다”고 했다.

이에 대해 이인구 도서관장은 “2012년 말쯤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자전거도로 개설과 관련한 사업을 하라는 제안이 있어 추진한 사업이었다”며 “자전거팀에 뭔가 제안이 있었다는 정도는 알고 있었지만, 그와는 무관하게 진행한 일이었다”고 답했다. 하지만 군의 사업은 작가들이 제안한 기획안과 무척 유사해 보인다.

문제는 또 있다. 용담‧기곡터널에 설치된 아트조명은 습기와 낙뢰 등의 이유로 고장난 채 방치되고 있다. 특히 기곡터널의 경우 전기줄이 외부에 노출되어 있고, 조명에 쓰인 아크릴구에는 물이 차있다. 기곡터널을 살펴본 전문가는 “1년 내내 습도가 높은 터널 내부에 설치할 작품임에도 전기선과 마감부위가 외부로 노출되어 있고, 조명을 둘러싼 아크릴구에는 물기가 차있는 상태다. 터널이라는 특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작품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 팀장은 “습기 문제에 신경을 써달라고 주문을 했었다. 준공 당시 전문가의 감수 등은 받지 않았다”고 했다. 당시 주무관이었던 송영재 자전거팀 시설담당자는 “전기선 노출 등 문제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단순한 조명이 아닌 예술작품이었기에 수정을 요구하기는 힘들었다”며 “현재 수정안을 구상중이다. 빠른 시일 안에 아트조명이 개선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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