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속으로-들말풍물체험마을 ‘재봉교실’

들말풍물체험마을은 강사비 등을 경기도에서 지원받아 부녀회를 주축으로 4개월간 재봉교실을 운영한다.

강상면 교평1리는 지난 2014년 들말풍물체험마을 추진계획을 세우고 풍물강습사업을 본격적으로 진행해왔다. 지난달부터는 경기도가 추진하는 따복공동체(따뜻하고 복된 공동체) 공간활동지원사업 공모에도 선정돼 재봉교실을 운영 등 주민이 함께 마을공동체를 일궈가고 있다.

교평1리는 1950~60년대 마을 풍물패로 전국적인 유명세를 탔다. 1959년 당시 이승만대통령의 생일에 초청돼 공연할 정도였다. 1957년 전국을 유랑하던 남사당패 10여명이 마을에 정착하면서 풍물패 활동이 활성화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당시 마을풍물패 규모는 30~40명이었는데, 1970년대 새마을운동으로 맥이 끊길 때까지 활발하게 활동했던 역사를 갖고 있다.

지난 2014년 마을에선 풍물강습을 마을의 특색사업으로 만들자는 얘기가 나왔다. 초․중․고 학생이나 일반인들이 풍물을 접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자는 취지다. 1997년 창단된 강상두래패와 공동으로 일주일 내내 사물놀이, 북놀이, 기초반, 태평소 등 과목별 강습을 진행한다. 양평지역뿐 아니라 광주시, 남양주시 등 인근 지역의 주민들도 강습을 받으러 온다고 한다.

여기에 더해 지난달부터 행복마을만들기 학습공동체 모임으로 재봉교실을 시작했다. 경기도 따복공동체 공간활동지원 공모에 선정돼 강사비와 재료비 등을 지원받는다. 유진목 대동회총무에게 재봉교실을 열게 된 이유를 물으니 “얼핏 생각하면 풍물체험과 연관이 안 되는 것처럼 보일지 모르겠다”며 “아직 밖으로 내놓기는 이르고, 일단 재봉기술을 익힌 후엔 마을기업으로 발전시키는 등 나름의 계획을 가지고 있다”며 아리송하게 웃기만 했다.

재봉교실 운영은 마을 부녀회원을 주축으로 움직인다. 현수막을 걸고 홍보를 해도 주민들이 잘 모르는 듯 해 김경서(63) 부녀회장이 나섰다. 수․토요일 오전에 모여 4개월 동안 재봉틀 사용법과 재단 등을 배우고, 가위집․파우치․손가방․앞치마 등의 소품을 만들 계획이다.

재봉교실 회원들은 주2회 2시간씩 재봉틀 사용법을 익히고, 가위집․파우치․손가방․앞치마 등의 생활소품을 만든다.

막바지 휴가차량으로 양평 곳곳이 정체되고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던 지난 13일, 옛 강상분회 노인회관을 찾았다. 이날은 재봉교실 회원들이 가위집을 만드는 날이다. 회원 7명이 모여 본을 대고 천과 솜을 재단한 후 재봉틀로 박아대고 있었다. 박음질한 천을 바이어스로 마무리한 후 끈을 달면 가위집이 완성된다. 재봉틀을 돌리고 다림질을 하느라 분주한 가운데 늦게 나온 회원들은 이재서야 재단을 하고 있다.

재봉교실에서는 공업용 재봉틀을 임대해 사용한다. 가정용 재봉틀은 바이어스천이 두꺼우면 박히지 않는 등 본격적인 재봉작업에는 한계가 있다. 전준양(49) 강사는 “나이 드신 분들은 미싱하는 걸 보고 자라 재봉틀이 익숙하고, 젊은 사람들은 요즘 인테리어소품 만드는 게 유행이라 배우고 싶어 하지만 공업용 재봉틀은 모두 낯설어한다”고 귀띔한다. 실제 수업이 진행되는 내내 밑실, 노루발, 실 감기 등 재봉틀 사용법에 대한 질문과 도움 요청이 많았다. 재봉틀을 능수능란하게 다루는 데는 대개 2년 정도가 걸린다고 한다.

처녀 적에 발로 밟는 재봉틀을 사용해봤다는 김영순(63)씨는 “예전에는 노루발 올리는 게 위에 있었는데 요즘엔 판 아래 달려 무릎으로 뚝 치기만 해도 돼서 편하다”며 “만드는 데 취미가 있어 재밌게 배우고 있다”고 웃었다. 김씨는 가위집을 만드는 사이사이 집에서 가져온 셔츠도 수선했다. 딸이 해가 뜨거울 때 입으라고 주고 간 여름셔츠가 길어 기장을 수선하는 참이다. 옷 수선하러 세탁소까지 갈 필요도 없고, 모여서 수다도 떨고 점심도 함께 해먹을 수 있어 좋다는 칭찬도 잊지 않았다.

나이가 가장 어린 김미숙(38)씨는 초등생 딸을 데리고 왔다. 2~3년 전 딸아이가 옷을 만들어달라고 졸라 여성회관에서 재봉을 배운 적이 있는데, 배우다보니 재미가 붙어 앞치마, 휴지케이스도 만들어 사용했단다. 하지만 그사이 다 잊어버려 기초부터 다시 배우는 중이다. 김씨는 “요즘은 직접 아이 옷을 만들어 입히는 엄마들 모임도 있다”며 “재봉을 배워두면 좋겠다 싶어 참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수업은 3겹인 천을 한꺼번에 박아야 하고, 곡선박기도 있어 난이도가 있어 보였다. “울면 달래야지”, “겉에서 때려줘” 등 재밌는 말들이 오고갔지만 잘못 박은 걸 쪽가위로 뜯어내는 사람이 한둘이 아니고, 여기저기서 선생님을 불러대는 걸 보니 늦게 배우는 바느질이 만만치 않은 모양이다. 옆방에선 밥 짓는 냄새가 솔솔 새어나오고, ‘득득 드르르륵’ 재봉틀 돌아가는 소리가 경쾌하게 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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