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지방지치와 면장<1>

글 싣는 순서

<1>직선제에서 임명제로
<2>‘동네대통령’의 권력
<3>동장 공모제 새바람

직원은 물론 주민들을 하대하며 툭하면 욕설을 서슴지 않는 양평군 A면장(본보 8월4일자 1면)의 보도가 지역사회에 적잖은 파장을 불러오고 있다. 면장이 금연구역인 식당에서 버젓이 담배를 피우고, 이를 제지하는 사람에게 입에 담지 못할 욕설까지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주민들은 큰 충격을 받았다. 공직자가 평소 주민을 경시하지 않는 이상 도저히 일어날 수 없는 일이 사실로 확인되면서 주민들의 심정은 참담하기 이를 데 없다.

정도와 사안의 차이일 뿐 면장들의 부도덕한 행태는 비단 양평군만의 일도 아니고 또, A면장에만 국한하지도 않는다. 일부 면장들은 ‘마을 대통령’으로 군림하려 든다. 심지어 면장이 단체장과 결탁해 평소 ‘정치적 역할’을 해야 한다는 인식이 무의식중에 자리 잡고 있는 이들까지 존재한다.

본지는 공직자의 기본자세를 잊은 채 주민 위에 군림하려하는 일부 면장의 잘못된 행태가 어디에서 비롯됐는지 살펴보는 기획기사를 3회에 걸쳐 게재하기로 했다. 첫 회에는 임명제→직선제→임명제를 거듭하던 시·읍·면장 선출의 변천사 등 지방자치와 면장의 역사를 살펴본다. 두 번째는 퇴임을 앞둔 지방공무원이 쉬러오는 자리로 인식하며 지방자치의 풀뿌리를 짓뭉기면서 주민들에게 ‘슈퍼 갑질’하는 다양한 사례를 들여다본다. 읍·면장을 민선으로 선출하면 마을이 어떻게 변하는지 ‘동장 공모제’를 하는 타 지역 사례를 알아보는 순서로 싣는다. 

 

1956년 주민이 직접 면장 선출… 군사정권이 임명제로 바꿔

주민자치·교육시설·복지시설 활용 등 제기
읍면동사무소 아예 없애자는 행정개혁론도

 

지금은 잊힌 역사가 됐지만 읍면동장을 직접선거로 선출하던 때가 있었다. 조선시대만 해도 향회 등의 이름으로 활발했던 주민자치는 제헌의회가 1949년 지방자치법을 제정하면서 정식 지방자치 조직으로 자리매김했다.

이 당시 제정된 지방자치법은 나름의 주민참여와 통제방법을 담고 있다. 비록 선거권 외에 주민발안 및 주민투표와 같은 직접민주적인 참여제도는 없었으나, 조례나 지방자치단체장의 명령·처분이 위법하다고 인정할 때에는 일정수 이상의 주민이 직접 감독관청이나 대법원에 이의신청이나 제소를 할 수 있는 ‘민중출소제도’를 채택한 것이다.

정부는 치안유지와 국가의 안정, 국가건설과업의 효율적 수행 등을 이유로 지방자치의 실시를 연기하다 1952년 지방의원선거를 통해 비로소 지방자치를 실시하게 됐다. 1956년 제2기 지방선거는 기초자치단체장의 장인 시·읍·면장을 임명제에서 직선제로 바꿔 지방의원선거와 더불어 실시했다. 출처=국가기록원

읍면동사무소가 처음 생긴 것은 192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부산을 통해 콜레라가 유행하자 서울 북촌에서 주민들이 자체적으로 전염병 관리를 하면서 삼청동에 사무소를 연 것이 시초다.

1950년대 ‘동회’는 동 재산을 관리할 권한을 갖고 있었고 식량 배급과 인구관리를 담당했기에 적지 않은 권력을 행사했다. 전쟁 기간 혼란상을 극복하기 위해 1956년에는 새로운 읍면동제를 실시하고 주민 직접선거로 읍면동동장을 선출했다.

하지만 이승만 정권 당시인 1958년 12월24일 제4차 지방자치법이 개정되면서 읍면동장을 임명제로 바꿨다. 4·19혁명 이후에는 민주적인 지방자치법 개정이 이뤄져 시장, 읍장, 면장, 동장, 이장까지 직선으로 선출했다. 1960년 12월26일에 시·읍·면장 선거가, 12월29일에 서울시장·도지사 선거가 실시됐다.

하지만 이후 들어선 군부 정권은 모든 읍면동장을 해임하고 임명제로 바꿨다. 1970년대 읍면동은 완전한 말단 행정조직이 됐다. 동사무소 직원들은 1977년부터 지방공무원으로 자리 잡았다.

1990년대부터 사회 발전상에 걸맞은 읍면동 제도 개혁 필요성에 대한 논의가 확산됐다. 읍면동사무소를 아예 없애자는 행정개혁론, 주민자치조직으로 바꾸자는 주민자치론, 주민 교육시설로 전환하자는 평생교육론, 복지를 위한 지역 조직 활용 방안 등이 등장했다. 1999년 정부는 기존 동사무소를 주민자치센터로 전환했다. 주민자치센터와 함께 자문기구인 주민자치위원회도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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