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기자 4명 양평공사노조 찾아 ‘성과제 동의하라’… 협박성 발언
기자들 “사적으로 한 말일 뿐”

양평군내 지역신문 기자 4명이 성과연봉제 도입을 반대하고 있는 양평공사노조를 찾아가 “(노조의 성과연봉제 반대 입장이) 보도되면 양평공사 망하니, 빨리 동의하라”는 협박성 발언을 해 파장이 일고 있다. 성과연봉제 도입은 공사 경영진이 노조 측에 요구하는 사안이라 이들 기자가 공사 측의 사주를 받아 벌인 일이 아니냐는 의혹도 일고 있다. 

2011년 10월6일 경향신문 1면 전면에 실린 기자윤리강령.

지난달 13일 오전 양평공사 사무실. 공사측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달 12일 오후 K일보 H기자에게 전화가 와서 성과연봉제와 관련해 노조 및 사장과의 인터뷰 요청이 있었고, 13일 오전 바로 인터뷰가 진행됐다. 이 자리에는 H기자 외에 S일보 M기자, K일보 S기자, Y뉴스 J기자 등이 함께했다. 인터뷰는 먼저 공사 팀장급과 진행된 뒤 노조위원장, 사무장과 이어졌다. 노조 측이 지난 8일 본지에 공개한 이날 인터뷰 녹취록을 정리했다.

기자들 : 성과연봉제 진행상황을 먼저 들려 달라.

노조 : 성과에 따라 연봉을 차등지급한다는 취지는 동의하지만, 그에 뒤따르는 저성과자 퇴출은 근로자에게 상당히 불리한 여건을 조성하는 것이고, 평가도 객관적이지 않는 점 등에 문제가 많다.

H기자 : 일반 사기업에서 무능력한 직원 퇴출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노조 : 맞다고 본다. 하지만 그 평가를 누가, 공정하게 하느냐의 문제가 있다.

S기자 : 6월30일까지 도입 못하면 경영평가에서 불이익 받는 부분 아느냐.

노조 : 경영평가 마이너스 3점을 받고, 경영상 제재, 임원, 직원들 성과금 불이익도 있다. 환경팀 직원들은 2012년 공사로 들어온 이후 계속 성과금을 받지 못했다.

J기자 : 개인적인 생각이다. 공사는 매년 양평군에서 출자금 받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노조가 지금 돈타령 할 때냐?

노조 : 돈타령이라는 말은….

J기자 : 그렇게 보여, 밖에서 보면.

노조 : 지금 직원 임금 수준은 최하고….

J기자 : (말을 끊으며) 돈 없어서 못주고, 우리 세금으로 당신들 월급 줘야 한다는 얘기가 또 나올 수밖에 없다. 지금 공사 부채가 얼마인지 아느냐

이후 노조 측에서 성과연봉제의 문제점과 임금동결 및 성과금 반납 등 직원들이 공사의 어려움에 동참했다는 설명이 이어졌다.

H기자 : 대부분의 공기업이 성과연봉제를 받아들였고, 대통령이 굉장히 강경하게 요구하고 있다. 이 문제를 군민들이 알면 양평공사 없애자고 하지 않겠나.(기자들 동조)

노조 : 나도 양평군민이다. 양평공사 어려워진 것이 직원들 잘못은 아니다. 최저임금 받으며 성과금도 반납한 채 열심히 일한 죄밖에 없다. 외부 시각이 걱정되서 상당히 힘든 것도 사실이다. 기자분들이 이 문제로 인터뷰 온다고 해서 기대를 가졌는데, 이건 인터뷰가 아니지 않느냐.

H·J기자 : 이 사실이 알려지면 군민들이 어찌 생각하겠나? 우리는 노조가 정말 걱정이 돼서 하는 말이다.

J기자 : 경영상의 문제가 있다면 우리는 얼마든지 참아줄 수 있다. 지금까지 그래왔다. 공사가 돈 달라고 할 때 어디는 안 된다고 했지만 우리는 더 주라고 했다. 하지만 공사 내부에서 이런 갈등을 표출하면 이제는 뽀개라고 할 수밖에 없다. 오늘 온 메이저급 신문사에서 일하는 기자들이 이 문제 쓰면 양평공사 당장 문 닫아야 한다.

이후 기자들은 노조의 빠른 협상을 계속 종용했고, 노조 측은 자신의 입장을 피력했다.

약 30분간 진행된 노조와 기자들의 만남은 일반적인 인터뷰라 보기 힘들다. 성과연봉제를 공사 측과 합의하라고 노조 관계자들을 윽박지르는 형국이다. 사측이 기자들을 사주해 노조를 압박했다는 노조 측의 주장이 상당히 설득력 있어 보인다.

이에 대해 H기자는 “양평공사의 성과연봉제가 어떻게 진행되는지가 궁금해 정보수집 차원으로 만난 자리지 인터뷰는 아니었다”며 “평소 친분이 있던 기자들과 우연히 연락이 돼서 같이 갔을 뿐”이라고 답했다. J기자는 “인터뷰를 마치고 사적으로 한 말일 뿐”이었다고 했다. 공사 관계자는 기자들에게 노조를 설득해 달라는 요청이 있었냐는 질문에 “전혀 그런 적 없다. 기자들이 먼저 인터뷰 요청을 해왔다”고 밝혔다.

이들의 주장대로라면 공사 측은 노조와 성과연봉제 합의를 도출해야하는 입장이었는데, 어느 날 우연히 기자들이 공사의 성과연봉제에 관심을 가져 노조를 찾았고, 그 자리에서 기자들은 사적인 견해라면서 노조 측에게 협상이 필요하다고 설득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양평경찰서 관계자는 “충분히 협박죄가 성립할 수 있다. 공사측이 기자들을 사주했다는 점을 제외하더라도 기자가 자신의 신분을 이용해 개인이나 단체에 위해를 가한 정황은 명백해 보인다”고 말했다.

양평공사노조 관계자는 “사기사건과 만성적자는 공사 경영진의 책임이지 직원들의 근무태만 때문은 아니다. 하지만 그동안 공사 직원들은 임금동결과 성과급 반납 등 고통을 나눠왔다. 그럼에도 이런 식으로 노조를 압박한다면 더 이상 두고 보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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