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속으로-어린이도서관, 초등 대상 사서체험교실 운영

임현미 사서가 도서관 홈페이지에서 원하는 책을 검색하고 예약하는 방법을 학생들에게 설명하고 있다.

도서관 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사람, 사서. 흔히 책을 빌려주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기도 하지만 도서대출․반납 외에도 다양한 역할을 하고 있다. 이용자들이 자료를 쉽게 활용할 수 있도록 서가를 배열하고, 아이부터 노인까지 다양한 연령층이 원하는 양서를 파악해 구비하는가 하면 문화행사를 기획하고 운영하기도 한다. 이런 사서직의 업무를 직접 체험해볼 수 있는 기회가 여름방학 프로그램으로 마련됐다.

어린이도서관은 지난 2~4일 ‘어린이 사서체험교실’을 운영했다. 초등 3~6학년 12명이 참여해 도서대출․반납, 서가정리, 훼손도서 보수 등 사서직의 업무를 3일 동안 체험했다. 어린이도서관을 방문한 지난 3일, 참여 학생들이 전날 배운 도서분류법에 따라 어린이도서를 정리하고 있었다.

도서관 책은 한국십진분류법(KDC, Korean Decimal Classification)에 따라 정리돼있다. 한국도서관협회에서 듀이십진분류법(DDC)을 우리 실정에 맞게 변형한 분류법이다. 모든 지식 분야를 총류(0), 철학(1), 종교(2), 사회과학(3), 자연과학(4), 기술과학(5), 예술(6), 언어(7), 문학(8), 역사(9) 등 열 가지 주류(section)로 가르고, 각 주류마다 다시 10가지 강목(division)으로 구분한다. 분류기호 다음에 오는 도서기호(저자기호)는 저자에 대한 정보다. 이 분류법을 바탕으로 숫자와 문자를 조합해 만든 청구기호는 책의 이름표이자 주소 역할을 한다.

 

일반 이용자들도 이 분류법을 이해하면 원하는 책을 쉽게 찾을 수 있고, 청구기호만으로도 책의 내용을 짐작할 수 있다. 예를 들어 415번대의 책은 어떤 책일까? 맨 앞자리 숫자 4로 자연과학책임을 알 수 있다. 둘째 자리 숫자가 1이니 수학책이다. 수학은 자연과학 중 으뜸 학문이라는 뜻에서 1번으로 분류한다. 셋째자리 수는 수학의 세부 분류를 뜻하는데, 기하학은 산수, 대수학, 확률과 통계, 해석학에 이어 5번이다. 책제목을 보지 않아도 415번대 책이 기하학과 관련된 책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임현미 사서의 설명을 들은 학생들은 정리할 책을 한두 권씩 들고 서가로 향했지만 주류번호 다음에 오는 강목번호부터 서가의 위치를 찾기가 쉽지 않다. 분류기호로 위치를 찾은 다음엔 도서기호에 따라 책을 꽂아야하는데 이건 더 어렵다. 한기호(양평초3) 학생은 “청구기호 위치를 못 외워서 어딘지 찾는 게 어렵다. 선생님 도움 없이는 힘들 것 같다”면서도 재미있다고 싱글벙글이다.

임경민 학생이 이용자가 가져온 책을 반납처리하고 있다.

다음은 도서검색과 예약을 배우는 순서다. 도서관에서 책을 찾으려면 먼저 컴퓨터로 검색을 해봐야 한다. 학생들은 도서검색대에 앉은 임 사서 주위로 모여들었다. 찾고 싶은 책이 있는지 묻자 한 학생이 <메이플스토리>라고 외친다. 책을 검색하자 발행연도, 출판사, 쪽수, 청구기호 등이 한눈에 펼쳐진다. 임 사서는 소장도서관 이름과 대출상태를 확인해 대출 중인 경우 예약하는 방법도 설명했다. 김지우(양평초3) 학생의 도서카드를 이용해 실제로 예약실습을 해보기도 했다.

도서를 검색했으면 이젠 책을 찾을 차례다. 컴퓨터는 청구기호를 알려줄 뿐 책을 찾는 것은 사서의 몫이다. 청구기호를 알아도 서가배열 방향을 모르면 책을 찾기가 어렵다. 임 사서는 학생들을 서가로 데려가 배열 원칙을 설명했다. 제일 위 1단 왼쪽에서 오른쪽 방향으로 책을 꽂은 후 아래 2단 왼쪽으로 내려온다. 제일 아래 6단까지 꽂은 후 옆의 서가 1단으로 이동한다. 또 책을 꽂을 때는 책꽂이 앞쪽으로 최대한 당겨서 일렬로 꽂아 이용자들의 눈에 잘 띄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학생이 “책꽂이 뒤쪽으로 밀어 넣으면 밑으로 떨어질까 봐 그런가요?”라고 묻자 “예전에는 뒤쪽으로 밀어 꽂았는데 책이 잘 안 보인다는 얘기가 많아 방식을 바꿨다”고 답했다. 사서는 이용자가 필요한 책을 쉽게 찾을 수 있도록 서가에 책을 꽂는 배열방식도 고민해야 한다.

임 사서는 “책을 다른 자리에 꽂아 놓으면 찾기가 어렵다. 직원들이 일일이 찾을 수도 없고 결국 없어진 책이 되는 경우가 많다”며 “제자리를 못 찾을 때는 서가 위에 올려놓는 게 낫다”고 당부했다.

임경민(양평초4) 학생은 “엄마가 신청해서 형과 함께 참여했다”며 “책을 정리하고 직접 대출과 반납 처리를 해 본 게 기억에 남을 것 같다”고 말했다.

 

한기호 학생이 훼손 도서에 붙어있던 테이프를 떼어내고 글루건을 이용해 책표지를 붙이고 있다.

훼손도서 보수 체험… “책, 소중하게 다뤄주세요”

“고생이 시작되는군.”

훼손도서 보수도 사서의 업무다. ‘어린이 사서체험 교실’에서 훼손 도서를 보수하는 시간이 되자 참가 학생 한 명이 청개구리처럼 기대감을 표현했다.

책상에 쌓인 훼손된 어린이도서는 그림책과 만화책이 주를 이뤘다. 책표지가 찢어지거나 분리된 경우, 속지가 낱장으로 떨어진 경우가 대부분이다. 언뜻 생각하면 어린이도서보다 유아도서의 훼손이 심할 것 같지만 부모가 함께 책을 보는 유아도서의 훼손이 덜 한 편이다.

또 여름에는 가방에 물병과 책을 함께 넣었다가 물이 쏟아져 책이 훼손되는 경우가 많다. 젖은 부분을 헤어드라이어로 말려도 책이 쭈글쭈글하게 된다. 임현미 사서는 젖은 책을 보여주며 “수건으로 꾹꾹 눌러 물기를 닦은 후 신문지를 책 사이사이에 넣어 냉동실에 넣었다 5시간 후에 꺼내 말리라”고 알려줬다. 책에 묻은 물기가 얼면서 부피가 팽창하는데 이 과정에서 쭈글쭈글해진 부분이 펴지는 원리다. 학생들은 신기해하며 귀를 기울였다.

드디어 본격적인 책 보수가 시작됐다. 도서관 훼손 도서와 집에서 가져온 책을 꺼내 보수할 부분을 살폈다. 훼손된 만화책을 보수하겠다며 책을 살펴보던 만화애호가 몇몇은 사서의 설명은 듣는 둥 마는 둥 그대로 만화책 삼매경에 빠져들기도 한다.

이예린(양평초4) 학생은 낱장이 떨어진 동화책을 수리했다. 떨어져 나온 낱장에 적힌 쪽수를 보며 일일이 순서를 맞춘 후 천공기계로 구멍을 뚫어 접착제를 박아 넣은 후 책표지를 접착시트로 감싸야 한다. 예린 학생은 “속지가 한 장씩 다 떨어졌는데, 쪽수가 적혀있지 않은 것은 그림과 글씨를 보고 순서를 맞췄다”며 “천공을 뚫을 때 버튼 소리가 너무 커 깜짝 놀랐다”고 재밌어했다.

한기호(양평초3) 학생은 표지가 떨어진 만화책을 수리했다. 먼저 임시로 붙여놓은 투명테이프를 깨끗이 제거해야 하는데, 눌러 붙은 테이프가 잘 떨어지지 않아 애를 먹었다. “테이프가 질기다”, “칼로 하느니 차라리 가위가 낫겠다”고 계속 투덜대면서도 열심이다. 테이프를 말끔히 제거한 책표지를 접착제로 붙인 후 마지막으로 접착시트로 감쌌다.

임 사서는 “도서관에서는 정해진 예산에서 책을 구입하기 때문에 책이 훼손됐다고 새로 구입할 순 없다. 사서가 2주에 한 번 훼손 도서를 보수하지만 새 책처럼 되긴 힘들다”며 “책을 소중히 다뤄줄 것”을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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