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이재정 경기도교육감>

이재정 교육감 “상상력 길러주고 깊이 생각하는 교육 필요”

“경기교육 기본정신 ‘학생중심, 현장중심’서 출발

교사와 학교 주제로 교육환경 정상화 위해 노력”

‘4·16교육체제’… 협력하고 배움 즐기는 학습인 

이재정 교육감은 1995년 이래 지속되어오고 있는 ‘5·31교육체제’가 경쟁교육과 수월성교육으로 교육 자체를 황폐화시켜 왔다면, 능동적인 교육, 협동과 협력이 바탕이 되는 교육이 ‘4·16교육체제’의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혁신교육을 기반으로 ‘학생중심, 현장중심’의 교육을 실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이재정 경기도교육청 교육감이 어느덧 취임 2주년을 맞이했다. 이 교육감은 “학생들을 교육과 학교의 중심에 두고 스스로를 발견하고 변화시켜가는 기반을 만들고자 노력했다”며 “교사와 학생들이 함께 ‘천개의 길’을 찾아갈 수 있는 교육현장을 만들어가고자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 2년간 경기교육을 위해 지역 시민사회대표, 학교장, 학부모 등과 자리를 함께하며 교육의 문제와 교육정책의 개선점을 위한 현장의 목소리를 직접 듣는 소통의 행보를 이어나갔다. 취임 2주년을 맞은 그에게 그동안의 교육성과와 해결과제 및 앞으로의 계획을 서면 인터뷰를 진행해 들어봤다.

 

- 전반기 활동을 되돌아보면

“시간이 정말 쏜살같이 지나갔다. 힘들기도 했지만 즐거웠다. 지난 시간은 교육의 틀과 문화를 바꾸기 위해 노력했던 변화의 2년이었으며, 학생중심과 현장중심을 목표로 한 혁신과 도전의 2년이었다. 특히 학생중심으로 교육의 관점을 바꾸고 정책을 바꾸기 위해 노력했고, 그 산물이 바로 학생들이 제안하고 교육청이 정책으로 받아들인 9시 등교였다. 이는 단순히 학교 가는 시간을 바꾸자는 것이 아니고, 학생이 중심이 되는 학교문화, 학교분위기를 만들고자하는 게 가장 큰 목적이었다. 시행 초기 우려도 많았지만 학생들이 여유를 갖고 부모와 이야기하고 아침식사도 더 많이 하고 잠도 더 자면서 좀 더 행복해졌다고 하는 바람직한 변화를 만들었다. 어렵고 힘들었던 부분도 있었다. 지금까지도 세월호의 진실은 규명되지 못하고 우리가 그동안 준비했던 여러 후속 사업도 매끄럽게 진행되지 못했다. 단원고가 희생자들의 뜻과 꿈을 이어갈 수 있고 이를 교육적으로 잘 담아내는 학교가 될 때 이 문제도 해결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또 하나는 누리과정 예산 문제다. 첨예한 여야 대립으로 정치적 쟁점도 되고 지난 4·13총선 의제로까지 올라갈 정도로 엄청난 것이었음에도 아직도 해결되지 못하고 여전히 헤매고 있는 안타까운 상황이다.”

 

- 누리과정 문제의 원인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누리과정은 생애 출발선에서 균등한 교육기회를 제공하는 보편적 복지 정책이다. 하지만 근본 취지는 실종되고 매년 재원 부담 문제로 몸살을 앓고 있다. 누리과정은 2012년 대통령 공약사업으로 시작된 것이다. 처음에는 경기도교육청이 약 30%를 부담하고 나머지는 경기도와 지방정부가 나눠맡았다. 그러던 것이 2014년까지 점점 교육청 부담을 늘려오다가 지방자치법 제122조에서 ‘국가의 부담을 지방자치단체에 넘겨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음에도 지난해부터 각 시도교육청이 100% 부담하도록 강제해 교육재정을 악화시켰다. 충분한 재정 대책도 마련하지 않은 채 누리과정을 도입한 정부는 시도교육청에 예산편성 책임을 일방적으로 전가해 지방교육재정을 파탄 상태로 빠뜨리고 있으며, 문제를 해결하기보다 사태를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 누리과정은 대통령께서 0~5세 아이들에게 스스로 약속한 것으로 책임이 따라야 한다.”

 

- 유·초·중·고교에 피해는 없나

“누리과정의 비용 부담으로 인해 교육복지가 후퇴하고 주요 교육사업은 반 토막이 나고 말았다. 지난해에도 보육대란을 막아야 한다는 일념으로 아끼고, 교육 사업을 축소하고, 포기까지 해야 하는 뼈를 깎는 고통을 감내해야만 했다. 도교육청은 2015년 누리과정 영유아보육비를 부담하기 위해 무려 8900억원을 감액하는 사상초유의 긴축예산을 편성하고 부족한 재원은 지방채를 내어가며 한해를 버텨왔다. 올해는 이로 인해 포기한 사업만 5600억원이 넘는다. 학교기본운영비는 5%씩 감소됐고, 노후 학교시설 교육환경 개선사업도 3800억원이 줄었다. 그 피해는 당장 도내 초·중·고 학생들에게 돌아간다. 인구 급증 지역의 학교 신설은 고사하고 비새는 교실을 고치는 것도 어렵다. 교실 냉·난방도 못해 여름엔 찜통교실에서 겨울엔 냉장고 교실에서 아이들이 수업을 받아야 한다. 시급하게 개선해야 할 석면텍스 교체도 지금과 같은 속도로 진행한다면 약 36년이 소요된다. 학생들에게 돌아가야 할 교육비가 영유아보육비로 전용되어 유초중등교육이 황폐화되고 교육 대란이 불가피한 실정이다.”

 

- 누리과정문제 해결을 위한 해법은

“전국 시도교육감들은 누리과정 문제로 벌어질 수 있는 보육대란을 막고자 끊임없이 정부와 국회를 상대로 근본적 대책마련을 촉구해 왔으나 아무런 반응이 없다. 현재 교육청으로서는 대안이 없다. 정부가 왜 이렇게까지 하는지 정말 납득할 수 없다. 유·초·중등 교육예산의 약 13%나 감축해 학교교육을 훼손하는 ‘지방교육정책 지원 특별회계법’ 제정 추진을 철회해야한다. 누리과정 영유아보육비 지원은 꼭 필요한 사업이다. 누구보다 누리과정의 안정적인 정착을 바란다. 다만, 이 대규모의 누리과정 영유아교육비는 대선 공약으로 시행된 것이므로 정부는 전액 국고에서 지원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그런데 청와대는 응답이 없고 정부부처와 감사원도 똑같은 얘기만 반복하고 있다. 이제 길은 국회밖에 없다. 국회의장을 비롯해 야당 대표와 원내대표, 전국의 국회의원들을 만나 문제해결을 위해 호소하고 있다. 정부와 국회는 책임 있는 모습으로 나서주기를 기대하며 고달프지만 최선을 다하고 있다.”

 

- 4·16교육체제의 출범 배경은

“2년 전 수학여행을 떠난 우리 학생들과 선생님들을 우리는 지켜드리지 못했다. 그 비극과 슬픔을, 그리고 그 진실을 제대로 밝히지 못한 채 부끄러움과 함께 무한한 책임감을 느끼며 2주기를 맞이했다. 이제는 정말 슬픔을 넘어 희망을, 고통을 넘어 새로운 꿈을 만들어야 하지 않겠냐는 이야기도 많이 한다. 그럼에도 여전히 세월호 진실은 밝혀지지 않고, 유가족들은 여전히 거리를 헤매면서 아픔을 달래고 있고, 팽목항에는 실종자들을 애타게 기다리며 울부짖고 있는 상황이다. ‘4·16교육체제’ 출범을 준비하면서 과연 이 일을 지금 시작할 수 있는가 하는 어려움도 있었다. 하지만 ‘4·16교육체제’는 새로운 교육을 향한 우리의 시작이다. 2014년 4월16일을 기점으로 우리에게 준 하나의 명명, 또 하나의 교육의 혁명이라고 생각한다. 누군가가 희망을 만들어 줄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감은 갖지 말아야 한다. 바로 내가, 우리가 희망을 만들어가야 한다. 그래서 슬픔을 다짐으로 바꾸고, 다짐을 실천으로 옮기고, 실천은 변화를 이끌어내는 힘이 되어야 할 것이다. 그래야만 한국 사회와 우리 교육을 근본적으로 변화시켜야 한다는 시대적 책무와 과제에 대한 소임을 다할 수 있을 것이다.”

 

- 4·16교육체제가 담고 있는 의미는

“교육이 새로워지려면 교육의 틀과 방법, 학교 문화가 새롭게 바뀌어야 한다. 한국교육은 1995년 이래 지난 20여 년간 ‘5·31교육체제’라는 이름 아래 경쟁교육, 수월성교육으로 교육자체를 황폐화시켜왔다. 이를 과감히 탈피해야 한다. 교육으로 사람을 바꿔야 한다. 교육으로 세상을 변화시켜야 한다. 수동적 방식의 교육이 아닌 능동적인 교육, 경쟁교육이 아닌 협동과 협력이 바탕이 되는 교육으로 바뀌어야 한다. 미래의 꿈과 희망을 만들어가는 것이 우리들의 과제이자 ‘4·16교육체제’의 방향이다. 배움을 즐기는 학습인, 실천하는 민주시민, 따뜻한 생활인, 함께하는 세계시민의 4가지 인간상을 추구한다. 학생들이 배움을 즐기는 학습인이 되길 희망한다. 그리고 우리 학생들이 다른 사람을 생각하는 따뜻한 마음, 기쁨과 아픔, 슬픔을 함께하고 지구공동체를 위해 함께하는 세계시민으로 성장하길 바란다.”

 

- 혁신학교를 어떻게 발전시켜 나갈 계획인가

“교육혁신의 가장 핵심적인 내용은 학교문화, 교실문화의 변화다. 학생중심의 변화와 개혁, 학생들이 직접 참여하고 만들고 경험하는 교육, 교과서 중심이 아닌 현장중심, 학생 스스로 찾고 만들어가는 교육이 바로 혁신교육이다. 혁신학교는 종래에 선생님이 가르치는 것을 배우고 듣고 따르기만 하는 것이 아니다. 학생들이 직접 수업에 참여하고 토론하고 만들어가는 학생참여형 학습방법이며, 선생님들이 생각을 바꾸고 뜻을 모으고 교육을 살리기 위해 만들어진 교육의 새로운 운동이다. 학생이 수업에 집중하는 학교, 교사가 학생에게 집중하는 학교, 자사고나 특목고도 아닌데 자녀들을 그 학교에 보내려고 그 동네로 이사하게 만드는 학교, 불필요한 사교육 경쟁이 없는 학교가 바로 혁신학교다. 혁신교육이야말로 비정상적인 우리 교육을 정상화시킬 수 있는 대안이다.”

 

- 남은 임기동안 중점 계획은

“학생중심·현장중심의 경기교육을 보완해 나갈 수 있는 하나의 주제를 ‘교사’와 ‘학교’로 잡았다. 교사가 어떻게 하면 편안하게 안정적으로 학생들을 가르치고 돌볼 수 있을지, 어떻게 하면 교육에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느냐 하는 것이 일차적인 과제다. 이제는 학원을 보낼 필요가 없을 정도로 공교육을 정상화해야 한다. 학교교육 정상화만큼은 분명하게 처방전도 내고 이행도 한 번 해보자 하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 인공지능 발달에 따른 알파고 시대에는 상상력을 기르는 교육이 중요하다. 기존의 학원은 정답을 맞히고 정답을 만들어내는 과정을 기술적으로 가르친다. 이제는 더 깊이 생각하는 교육이 필요하다. 혁신교육의 성공이 경기교육, 대한민국 교육의 희망이다. 이를 위해 자생적 변화와 협력적 성장을 기반으로 한 지속가능한 혁신학교를 운영하겠다.”

 

- 경기교육가족과 도민에게 한 말씀

“신영복 선생님께서 ‘처음처럼’이라는 글씨를 남겼다. 신영복 선생님은 ‘산다는 것은 뭔가. 산다는 것은, 처음을 다시 만드는 끊임없는 시작이다’는 말씀을 했다. 매 순간마다 처음을 맞이할 수 있다면, 매 순간 처음을 만드는 자세로 한다면, 우리 삶은 더욱 생생하고 기쁨이 가득할 것이다. 세월호 참사의 아픔을 우리 가슴 속에 담고 기억하면서 우리에게 맡겨진 교육의 책무를 매 순간 다시 한 번 확인하면서 우리가 가는 길 위에 노란 리본을 계속해서 깔아나가겠다. 처음을 만나는 늘 새로움이 있기를 바라면서, 경기도의 이러한 변화가 대한민국 교육에 새로운 길을 만들어 나가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경기도지역신문협의회 공동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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