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공예작가 우필(遇必) 노재영>

서각·목 조각 넘나들며
나무 본연 이미지 투영
지친 현대인 위한 ‘쉼’

 

‘인생은 선택의 결과물’이라고 했다. 그 중에서도 새로운 삶을 시작한다는 점에서 50대의 선택은 어떤 세대보다 중요하다. 신체부위 중 제일 피곤하다는 발의 모양을 한 길쭉한 얼굴이 하회탈마냥 정겹게 웃고 있다. 

▲ 노재영 작가(오른쪽 세 번째)와 서종면주민자치위원회 서각반 동아리 회원들이 올해 개관 예정인 ‘서종마을박물관’에 걸 현판을 들고 있다. 널조각의 글씨는 노 작가와 회원들이 함께 새겼다.

노재영 작가는 “심리적 압박에 흔들리는 50대 가장들이 인생을 다시 한 번 새롭게 시작하자는 의미에서 모두 다 크게 웃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하회탈처럼 웃고 있는 작품 ‘화합’은 앞만 보고 달려온 50대 가장의 미래에 대한 불안과 현재의 허망함을 웃음으로 극복하자는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나무 안쪽에 모래와 흙을 붙여놓은 까닭은 흙이 만물을 구성하는 네 원소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50대가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선 경제적인 활동에만 주력했던 생활패턴을 바꾸고, 삶에 대한 여유로운 사고를 가져야 한다. 노재영은 가장의 무게가 어느 때보다 무거운 이 시대 50대들이 치열한 삶의 전선에서 한 발짝 물러나 크게 웃기를 바란다.

노재영은 목조각과 서각을 넘나들며 나뭇결 사이에 전통예술의 혼을 불어넣고 있다. 목조각 속에 홈을 파고, 그 자리를 은은한 색감으로 채색하거나, 자신과 시인들의 시를 시화작품으로 선보이기도 한다. 송진이 흘러내리는가 하면 갈라지고 틀어진 나무는 그 자체로 창작의 계기가 되어 가공되지 않은 채 그대로 작품이 된다.

▲ ‘비상’, 150×63㎝, 홍송

그의 목조각의 기법은 음각, 부조, 양각, 투조, 환조, 음양각 등 다양하다. 특히 부조(浮彫) 작품들은 마음을 푸근하게 하고 쉼을 안겨주는 나무 본연의 이미지에 투영되면서 편안한 마음을 갖게 한다. 

노재영은 남편의 퇴직으로 3년 전 귀농해 강원도 횡성과 양평군 서종면을 오가며 농사를 지으며 작품 활동을 하고 있다. 지난 2월 횡성군청 로비 갤러리에서 ‘승천’, ‘비상’ 등의 작품 10여점을 전시했고, 지난달에는 서종면 북한강갤러리에서 작품전을 열었다. 송골매가 하늘 높이 날아오르는 작품 ‘비상’은 딸에게 주는 선물이고, 말이 바다에서 힘차게 뛰어나오는 작품 ‘출발’은 아들의 열정과 야망을 바라는 어머니의 당부다. 

▲ 제32회 대한민국 미술대전 특선작 ‘화합’, 70×90㎝, 행자목(은행나무)

가족에 대한 노재영의 사랑은 오롯이 주민들에게 전해지고 있다. 서종면주민자치위원회 서각반 동아리 회원 예닐곱 명은 그 자체로 생명인 나무에 혼을 불어넣고 있다. 작가를 만나러 간 북한강갤러리에는 마침 서각반 회원들이 나무에 글씨를 새기느라 열중이다. 연내에 문호리 팔당수난구조대 옆 공터에 세워질 ‘서종마을박물관’ 입구에 걸 현판을 제작하던 중이었다. 성별과 연배, 직업도 제각각인 회원들은 노재영과 함께 ‘여럿이 함께 있음’을 조각하고 있었다.

우필 노재영은 제33회 한국예술제 대상(‘비상’·2015), 제34회 대한민국 미술대전 우수상(‘승천’·2015) 등 다수의 대회에서 수상했으며 대한민국 남북통일 세계환경예술대전, 2016 SMAF 서울현대미술 페스타 등의 초대작가로 활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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