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연 문화기획자

▲ 김지연 문화기획자

며칠 전 유튜브를 통해 마이클무어의 다큐멘터리영화 ‘where to invade next(다음 침공은 어디?)’ 중 핀란드 편(https://www.youtube.com/watch?v=1ZbGlDMF7HQ&feature=share)을 보았다. 학교는 행복을 찾는 곳이며 자신을 행복하게 하는 방법을 발견하는 곳이어야 한다는 것이 모든 교사들의 가장 큰 교육철학이라고 자신 있게 말하는 나라. ‘아이가 나무를 타고 싶어 하면 타게 해주어라! 그러면 아이들은 나무 타는 법을 배울 것이고, 그 속에서 다양한 곤충을 발견하고 다시 학교로 돌아와 곤충에 대해 배울 것이다. 이것이 진정한 교육’이라고 믿는 핀란드 교사들의 인터뷰를 보면서 지금 강상면 세월리에 유학 온 릴리와 재주를 떠올렸다.

두 달 전 나에게는 릴리와 재주, 그리고 아이들 엄마인 정호라는 새로운 동거가족이 생겼다. 미국에서 나고 자란 릴리와 재주의 서툰 한국말 때문에 정호씨는 한국으로의 단기유학을 결정했다. 3년 전, 6개월간의 서울생활 경험을 통해 도시가 아닌 친구들과 뛰어놀 수 있는 자연환경, 자유로운 교육환경을 찾던 중 강상면 세월초등학교를 선택하게 됐다.

처음 릴리와 재주가 세월초에 전학 요청을 해왔을 때, 학교는 의외의 상황과 행정절차에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글로벌 시대에 맞추어 유학을 가거나 이민을 가는 가족들은 있지만, 역으로 한국말을 배우러 한국에 오는 경우는 드물기 때문이리라. 세월초 선생님들은 먼저 아이들과 정호씨를 인터뷰하고 아이들과 학급의 성향을 고려해 학년을 선정했다. 그 과정에서 정호씨는 아이를 먼저 생각하고 배려해주는 학교와 선생님들을 신뢰하게 되었다고 한다.

세월초에 들어온 지 두 달. 학급 친구들은 수업시간에 잘 모르는 단어가 나오면 설명도 해주고, 한글도 가르쳐주고, 함께 놀며 가까워졌다. 이제 릴리와 재주는 마을 어르신들도 다 아는 유명인사가 됐다. 오늘도 릴리와 재주는 저녁이 되면 사슴벌레와 장수풍뎅이를 찾아 마을에 나가기도 하고, 중․고생 형들과 축구도 하며 즐거운 학교생활, 마을생활을 하고 있다.

영어로 설명하고 말하는 게 더 편한 릴리와 재주에게 한국어로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표현하는 것이 답답하고 어려울 거 같은데, 그것을 이겨낼 수 있는 힘은 친구와 놀이, 그리고 자연이다. 같은 관심을 가진 친구들, 형들과 어울리며 놀고 있을 때면 릴리와 재주의 얼굴에 다양한 표정이 살아나는 것을 본다. 이렇게 양평에서 새로운 삶을 살아가는 정호네 가족, 그리고 함께하는 친구와 마을 사람들의 모습을 보며 농촌학교에서 놀며 배우는 소중한 교육경험을 하고 있음을 다시 발견하게 된다.

‘무엇’에 대한 고민 없이 무조건 ‘열심히’ 공부해야만 나중에 어른이 돼 무엇이든 될 수 있다는 거짓말이 아닌, 아이들이 원하는 것을 ‘지금’의 경험을 통해 이뤄내며 성장해나갈 때 아이들은 무엇이든 이룰 수 있는 자존감을 갖게 된다. 자연에서 관찰하고 모험할 수 있는 양평에 살면서 다시 갑갑한 학교와 학원에 아이들을 가두고 있는 어른들의 불안함이 과연 아이들을 행복하게 만들 수 있을까?

핀란드 교육부장관 크리스타 키우루는 인터뷰에서 “아이들은 삶을 즐길 시간, 아이로 지낼 시간이 필요하다. 모든 학생은 동등하며 부모의 경제력 차이가 아이들 삶의 차이가 될 수 없다. 모두가 어울리는 학교생활을 속에서 성장할 때 어른이 되어서도 서로를 이해할 것”이라고 말했다. “민중은 개, 돼지이고 우리나라도 신분제를 공고히 했으면 좋겠다”는 취지의 막말을 한 나향욱 전 교육부 정책기획관을 떠올리며 한국과 핀란드의 교육 차이는 과연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생각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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