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앵무새가 뉴스 화면에 나왔다. TV에 아는 사람 나온 듯 반갑게 뉴스를 보니 별로 반갑지 않은 살인사건에 대한 이야기였다. 미국 한 주택에서 남성이 총에 맞아 숨졌는데 범인에 대한 증거를 못 잡고 있다가 앵무새가 ‘제발 총 쏘지 마!(물론 영어로)’라는 소리를 들은 남성의 부모가 경찰에 이 사실을 알려 상황을 추론하게 되었고, 앵무새가 한 말이 증거로 채택될 수 있는지 귀추가 주목된다는 이야기였다.

과연 회색앵무새가 한 말이 증거가 될 수 있을까? 이와 비슷한 사례는 전에도 있었다고 하는데 증거로 채택되지 않았다고 한다. 앵무새 전문가는 회색앵무새의 경우 스트레스 상황에서 들은 언어는 몇 번 듣지 않은 말이라도 비교적 정확하게 되풀이해 말할 수 있다고 한다.

뉴스를 들으니 오래전에 들은 이야기가 생각난다. 아마존앵무새가 있는 집에 두 강도가 들었다. 살인이 이뤄졌고 범인들은 물건도 훔쳐 도망 나왔다. 며칠 후 강도 중 한 사람이 범행현장에서 상대방 이름을 불렀던 게 기억났다. 그 자리에 있던 앵무새가 자기 이름을 기억할까봐 걱정돼 강도가 앵무새를 처치하러 현장에 다시 왔다 검거됐다는 이야기였다.

이런 뉴스가 보도될수록 앵무새들도 ‘몸조심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차라리 증거로 채택되지 않는 게 앵무새 신변에 좋은 일일지도 모르겠지만, 죽은 사람 입장에서는 본인의 목소리까지 흉내 낼 수 있는 앵무새가 억울함을 밝혀줄 대변인이 되길 바랄지도 모를 일이다.

예전에 어떤 젊은 부부가 앵무새와 함께 행복하게 살고 있었다. 남편은 얼마 못산다는 진단 을 받고부터 부인과 함께 좋은 기억을 남기기 위해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그리고 앵무새와 보내는 시간도 늘렸다. 부인은 ‘앵무새에게 각별한 애정을 보이나 보다’ 정도로 이해하고 배려했다. 시간은 흘러 남편은 세상을 떠났고 집에 부인과 앵무새만 남게 되었다. 그렇게 며칠 지내는데 남편이 ‘사랑해 여보’라고 하더란다. 놀라서 뒤돌아보니 앵무새가 있었다. 남편이 앵무새에게 부인에게 하고 싶은 말, 그리고 부인이 듣고 싶은 말을 해주도록 가르쳤다는 이야기였다. 부부사이가 참 남달랐다는 생각도 들지만 그사이에 가교역할을 톡톡히 한 앵무새의 활약이 돋보이는 이야기다. 우리 용이도 남편 목소리로 말을 한다. 그래서 가끔 2층에 있다가 남편이 왔나 착각할 때도 있다. 하지만 말의 내용은?

다시 처음 뉴스로 돌아가 화면에 나온 용이를 보자. 용이랑 생김새가 똑 같다. 내가 “용이요~”하면 그런가 보다 할 거 같다. 다른 점은 화면의 용이는 영어로 이야기하고 있었다. 용이는 영어를 못하는데, 저쪽 용이는 영어 발음이 정확해서 놀랍지만 화면에 성질을 부리며 날개를 부풀리는 장면을 보니 용이가 화낼 때랑 똑같아 놀랍다. 카메라맨이 들이대는 카메라 때문에 주인공이 된 앵무새의 심기가 불편해진 모습이 역력하다. 눈동자가 작아지고 흰자위가 눈에 띄게 드러나면서 날개를 활짝 펴고 깃털을 부풀리며 부리를 위 아래로 까딱거리며 위협하는 모습은 영락없이 성질 더러운 용이다. ‘미국에 사는 회색앵무새도 성질이 좋지 않구나.’ 화면에 비친 앵무새의 사육환경은 좋아 보인다. 어떻게 하다가 죽게 됐는지 모르지만 주인은 앵무새에게 애정이 있었던 모양이다. 앞으로도 미국 용이는 그 당시 상황을 계속 말로 할 것이다. 그걸 듣는 가족들은 또 얼마나 힘들까? 게다가 미국의 용이 자신은 어떻고… 앵무새가 받았을 스트레스를 누가 가늠이나 해줄까? 

 

저작권자 © 양평시민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