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사 에세이> 김창환 양평중 교사

 

영화 트랜스포머(2007·파라마운트사)에는 외계에서 온 금속생명체들이 등장한다. 각종 모바일이나 컴퓨터 게임에는 광물을 골격으로 가진 외계생물이 인간과 대결하는 경우도 있다. 금속이나 광물처럼 딱딱한 고체로 된 생명체들은 가능할까? 

만일, 지구에서 트랜스포머의 조상을 찾으라고 한다면 단세포 진핵생물인 규조류다. 규조류는 규소가 주성분으로 투명한 유리질 껍질을 가진 식물성 플랑크톤이다. 흔히 돌말로 불리며 원생생물로 분류된다. 플랑크톤은 물속에서 중요한 먹이원이다. 이들이 없었다면 물속은 생명이 존재하지 않는 죽음의 세계가 되었을 것이다. 

식물성 플랑크톤은 엽록소가 있어 광합성을 하는데 지구에 공급하는 산소의 50% 가량을 생산한다. 식물이 육지에서 번성하기 전에도 지구에 산소가 풍부했던 이유는 남세균이나 규조류 덕분이다. 규조류는 지구를 생명이 숨 쉬는 행성으로 만드는데 기여한 숨은 공로자인 셈이다. 규조류는 햇빛이 비치는 물가에 서식하며 암석의 물때를 벗겨내어 현미경으로 관찰하면 많이 발견할 수 있다. 

규조류가 바닷가에 가라 앉아 퇴적되면 규조토가 된다. 규조토는 단단하고 흡수력이 좋아 도자기나 산업용 여과제로 사용된다. 백령도에 쌓인 규조토 해변은 비행기 활주로도 가능할 만큼 견고하다. 지구의 생명체들은 탄소에 기반한 복잡한 탄소화합물로 되어 있다. 원소주기율표에서 탄소와 같은 그룹에 속한 원소는 납, 규소, 주석, 게르마늄 등이 있다. 이들은 주로 광물과 금속을 만드는 원소다. 

▲ 규조류(사진=과학동아)

규소는 규소끼리의 결합력은 약하지만 산소와 결합할 경우 상황은 달라진다. 규소는 주변에 산소가 있으면 산소와 먼저 결합하여 규소화합물을 만든다. 규소화합물은 질서정연하게 배열하고 있어 단단한 광물이나 암석을 구성한다. 대표적인 규소광물이 수정, 석영, 유리 등이다. 탄소는 희박하지만 규소가 풍부한 외계 행성에서는 광물로 된 생명체가 탄생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생물체의 기본 뼈대를 구성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몸의 형태는 금속으로 된 트랜스포머와 유사하겠지만 결합력이 약해 몸을 형성하는데 취약하다. 

규소로 된 다세포는 유리처럼 잘 깨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 규조류는 다세포가 아닌 단세포로만 존재하는 것이다. 그리고 규소로 된 생명체의 경우 상온에서 고체이므로 소화나 호흡, 물질대사 등 다양한 생명작용이 불가능하다. 지구표면에는 탄소보다 1000배 정도 많은 양의 규소가 있다. 그러나 규소를 기반으로 한 생명체는 존재하기 어렵다. 그래서 지구 행성에서는 탄소를 생명의 뼈대로 활용하고 규소는 광물의 뼈대로 선택되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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