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환경연대, 4대강 죽은 뭇 생명 속죄 100일 수행

법일·중현스님 등 참여… “시멘트가 강·사람 분리”

 

‘살아있는 생명은 그 어떤 것이든, 움직이거나 움직이지 않거나, 작거나 크거나, 길거나 짧거나, 작거나 중간이거나, 굵거나 가늘거나, 눈에 보이는 것이나 보이지 않는 것이나, 멀리 살고 있거나 가까이 살고 있거나, 이미 태어났거나 앞으로 태어날 이 모든 중생들이 행복하기를 기원합니다.’ ‘자애(慈愛)경’은 가장 많이 독송되는 불교 경전 가운데 하나다. 

살아있는 생명이면 어떤 것이든 하나의 예외도 없다. 불교환경연대가 기획한 ‘4대강 생명살림 100일 수행길’은 자애경의 독경 소리를 널리 퍼트리는 것과도 같다. 지난 4월3일 영산강 하구를 출발한 수행단은 금강과 낙동강을 거쳐 지난달 19일 남한강인 충주댐에 도착했다. 4대강 사업으로 인해 인간을 비롯한 뭇 생명의 죽음과 강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음을 속죄하는 마음으로 한걸음씩 걸어왔다. 그렇게 인간의 욕망을 참회하고 생명의 회복을 위해 옮겨온 기나긴 발걸음은 지난달 29일 양평군 개군면 하자포리 양지마을에 다다랐다. 

▲ 불교환경연대는 지난 4월3일부터 오는 10일까지 ‘4대강 생명살림 100일 수행길’을 진행하고 있으며 영산강, 금강, 낙동강을 지나 지난달 19일 남한강인 충주댐에 도착했다. 순례단이 지난 1일 양평 사나사에 잠시 머무른 뒤 3일 양수리생태공원을 출발해 다산공원을 향해 걷고 있다.

이튿날 사나사에 잠시 머무르던 수행단과 마주했다. 순례단 부단장인 중현스님은 “단장을 맡고 있는 법일스님의 몸이 좋지 않다”고 했다. 순례단은 오전 9시∼오후 4시 강변을 걷고, 인근 절로 이동해 숙박한 뒤 오전 3시30분에 일어나 예불과 참선을 한 뒤 다시 전날 걸음을 멈췄던 곳으로 되돌아가 걷는 일정을 이어왔다. 중현스님 그 역시도 강행군에 법일스님 못지않게 몸 상태가 이만저만 아닐 텐데, 양평에서 사나사까지 채 9㎞가 안 되는 거리를 자동차로 이동해 스님을 맞은 스스로가 염치없어 인터뷰 내내 불편했다. 

중현스님은 “인간을 자유와 평등을 지향하고 불교에서는 지혜와 자비를 지향한다”며 “모든 생명은 서로 관계를 맺고 있고, 그 관계 속에서 살아는 것이다. 그런데 4대강 사업을 보면 겉으로는 멀쩡해 보이지만 안을 들여다보면 생명이 살 수 없고, 썩은 오니와 물이다. 그런 강에 생명은 적응하지 못하고 사라진다. 시멘트가 강과 사람을 분리시켜 놓았다. 강을 지키지 못한 미안함에 수행길에 나섰다”고 말했다.

스님은 순례하며 만났던 어민들의 이야기를 했다. “낙동강 어민들과 함께 생태조사를 벌이는 현장을 참관했다. 한마디로 4대강 사업 뒤 생태계 변화가 심하다는 것”이라며 “강물의 흐름이 막히면서 토종어종은 살기가 힘들어졌고, 강준치 같은 외래어종이 강을 점령하다시피 해 생태계 교란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어민들은 이대로하면 생계를 이어갈 수 없을 정도라고까지 한다”고 말했다. 또 “댐인 보가 생기면서 강물은 흐르지 않고 마치 호수처럼 되어 물속의 어종도 변한 것”이라며 “더이상 생태계 변화가 오기 전에 강물이 흐르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정길 불교환경연대 운영위원장은 “앞으로 정권이 바뀌어 4대강 문제가 다시 언급될 수밖에 없을 상황에 대비해 현장을 살피고, 또 이명박 정부가 4대강 사업을 진행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드는데 기여했던 우리 스스로를 되돌아보자는 마음으로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 불교환경연대 ‘4대강 생명살림 100일 수행길’ 순례단 부단장을 맡은 중현스님은 “강과 사람이 분리돼 있고 호수처럼 된 강은 흐르지 않는다”며 “4대강 사업은 강과 강 주변의 뭇 생명을 죽이고 그 주변을 지속가능한 세금 탈취 장소로 만들어낸 것과 다름없다”고 말했다.

순례단은 강 구간의 순례를 마칠 때마다 매번 천도재를 지냈다. 4대강 사업으로 죽어간 생명들의 극락왕생을 바라며 뭇 생명들이 더불어 공존하는 강과 세상을 위한 일이다. 마침 5월31일은 ‘4대강 사업 즉각 중지·폐기’하라는 유지를 남기고 소신공양(분신)한 문수스님의 6주기였다. 불교환경연대와 경북 군위군에 있는 사찰 지보사는 낙동강 지천인 위천 둑방에서 추모제를 올렸다. 문수스님은 2010년 5월31일 군위군 위천 제방에서 ‘이명박 정권의 4대강 공사의 즉각 중지·폐기와 부정부패 척결, 재벌과 부자가 아닌 서민과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을 위해 최선을 다하라’는 유서를 남기고 분신을 결행했다. 

중현스님은 “문수스님은 특히 강과 강에 깃든 생명을 살리고자 하는 마음이 컸다”며 “4대강 사업으로 고통 받으며 죽어갈 무수한 생명들의 아우성에 고통스러워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생명살림 100일 수행길은 문수스님의 뜻이 과연 무엇이었는지 되돌아보고, 우리 내면의 탐욕과 분노, 증오, 시기, 질투, 어리석기 한량없는 마음을 걸으면서 돌이켜보는 수행”이라고 했다.

중현스님은 “영산강 하굿둑에서부터 자전거도로를 지나오며 만나는 자전거를 일부러 세어봤는데, 도심에서 먼 구간을 걸을 때는 하루에 만나는 자전거가 10대 미만이었다”며 “이런 도로를 설치하고 유지·보수를 해나가는 것은 예산낭비일 뿐이다. 그야말로 강 주변을 지속가능한 세금 탈취 장소로 만들어낸 것과 다름없다”고 말했다. 수행단은 지난 3일 양수리 생태공원을 출발해 팔당대교 구간까지 한강 구간 순례를 끝내고 오는 11일 행주대교에서 네 번째 천도재를 올린 뒤 조계사에서 회향식을 끝으로 100일 수행길을 마친다. 15일 4대강 생명살림 100일 수행길 보고회가 열린다.

저작권자 © 양평시민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