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사 에세이> 김창환 양평중 교사

생물들의 진화적으로 멀고 가까운 정도를 나타내는 것을 유연관계라고 한다. 유연관계를 기준으로 생물을 비교하는 방법이 분류법이다. 전통적인 분류법은 중·고교 생물시간에 배운 종, 속, 과, 목, 강, 문, 계의 일곱 단계로 구분한다. 

분류의 가장 큰 단계인 계는 동물·생물·균·원핵생물·원생생물계 등 다섯 영역으로 구분한다. 그리고 생물들이 진화되어 온 과정을 한그루에서 자라는 나뭇가지 형태의 그림으로 표현한 것을 계통수(Phylogenetic Tree)라고 한다. 

현대에는 분자생물학의 발전에 힘입어 DNA와 RNA, 그리고 단백질의 아미노산 서열의 차이를 기준으로 계통수를 만들어 유연관계를 비교한다. RNA 서열을 비교한 최근의 계통수에 의하면 생물은 진정세균, 고세균, 진핵생물 등 세 영역으로 구분된다. 고세균은 지구초기에 만들어진 호열성, 호염성, 메탄생성세균이 포함된다. 진정세균은 핵이 없는 원핵세포들로 흔히 박테리아로 불린다. 진핵생물에는 핵이 있는 동물, 식물, 균류, 원생생물 등이 포함된다. 진화적으로는 비광합성 원생생물이 동물로 진화하고 광합성을 하는 원생생물 중에서 녹조류들이 식물로 진화한 것으로 해석한다. 

▲ 계통수(그림=셀파고등과학)

이들 세 영역의 생물은 모두 동일한 공통조상에서 분화됐다. 공통조상은 가혹한 지구환경을 이겨내고 생존경쟁에서 이긴 어느 미생물로부터 시작됐을 것이다. 아마 열수분출공과 같은 극한의 환경에서 복제되고 공생하면서 분화되어 갔을 것이다. 최근 유전자 연구에 의하면 진핵생물은 고세균과 진정세균인 박테리아의 공생에 의해 만들었다는 가설이 인정받고 있다. 

고세균과 박테리아의 유전자는 약 3000개 미만, 인간은 약 2만5000개의 유전자를 가지고 있다. 이 중 500개는 동일하다고 한다. 박테리아와 고세균, 그리고 인간은 유전자를 공유하는 먼 친척인 셈이다. 또한 현대 계통수에 의하면 진핵생물에 속하는 균류는 식물보다 동물에 더 가깝다고 한다. 균류인 버섯을 즐겨먹는 사람을 채식주의자라 할 수 있을지 의문을 품는 것은 지나친 해석일까? 그리고 유전물질의 서열상으로는 박테리아보다 고세균이 진핵생물과 더 가깝다고 한다. 

고세균의 DNA에는 모든 진핵생물에 들어있는 DNA 조각이 들어있다. 원시 고세균이 숙주세포가 되어 산소호흡을 하는 미토콘드리아나 남세균과 같은 광합성을 하는 박테리아를 받아들여 진핵생물로 진화했을 가능성이 크다. 고세균은 약 38억년 전에 지구에 등장했고 진핵생물은 약 20억년 전후에 등장했다. 진핵생물인 인간의 머나먼 선조는 뜨거운 열수분출공에서 탄생한 호열성 고세균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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