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사 에세이> 김창환 양평중 교사

지구는 수차례 기후가 급감하는 동결과정을 겪었다. 24억 년 전에는 지구 전체가 얼어붙는 전 지구적 빙하상태에 놓인다. 이를 설명하는 가설을 눈덩이지구이론(Snowball Earth)이라고 한다. 최근에는 얼음이 이동하고 표면에 파도가 일고 해류가 있었다는 증거가 발견되면서 눈덩이지구이론이 슬러시덩이이론으로 수정되기도 하지만 지구 전체가 동결화한 것은 사실이다. 

먼 우주에서 지구를 보면 목성의 위성 유로파와 같이 얼어있는 행성으로 보였을 것이다. 눈덩이지구는 전 세계에 분포되어 있는 빙하퇴적물과 지자기연구로 확인된다. 원시지구에는 메탄균의 활동으로 온실가스인 메탄농도가 높았지만 남세균에 의해 생성된 산소가 메탄을 분해하면서 지구가 냉각되어갔다. 

얼기 시작한 빙하는 태양빛을 반사하면서 동결을 더욱 가속화시켰다. 신생대 빙하기에는 대륙이 고위도에 분포되어 극지방부터 얼지만 당시 대륙은 적도에 모여 있었다. 빙하퇴적물은 대부분 적도 주변에서 발견된다. 호주의 빙하퇴적물에서 지자기분석 결과 적도지방에 있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따라서 온도가 내려가면 극지방의 바다부터 얼어갔다. 극지방부터 만들어진 얼음은 적도에 도달하기까지 100만년 밖에 걸리지 않았다. 두께 1㎞의 얼음이 지구를 덮었고 지구평균 온도가 무려 영하 46도로 내려갔다. 

▲ 눈덩이지구(사진=BBC)

지구는 수백만 년 동안 얼음 또는 슬러시에 갇히게 되면서 많은 미생물들이 멸종했다. 하지만 바다 깊숙한 곳의 열수분출공 주변이나 지표에 온천이 솟아나는 간헐천 주변에는 숨죽이며 생존해 나가는 미생물이 있었다. 빙하라고 화산활동을 막을 수 없었다. 400만년 동안 이산화탄소를 품은 화산가스가 쌓이면서 빙하는 서서히 녹기 시작했다. 빙하가 녹은 바다는 다시 모습을 나타냈고 증발한 수증기는 육지에서 비가 되어 내렸다. 빗물이 의해 암석에서 녹아나온 영양분들은 바다로 흘러들어가 남세균의 번성을 자극했고, 남세균은 광합성을 통해 산소를 배출시켰다. 

눈덩이지구는 생명을 죽일 수 있었지만 생명진화를 촉발하는 촉매제가 됐다. 눈덩이가 끝나고 약 21억 년 전 무렵 원핵세포는 산소증가에 따라 위험에 노출된 유전자를 보호하기 위해 막으로 감싸 안고, 산소호흡을 하는 세균이나 광합성을 하는 남세균과 공생하면서 진핵세포로의 진화를 도모한다. 

편모를 가진 세균과 공생한 진핵세포는 이동도 가능했다. 이들은 에너지와 영양분을 교환하며 서로 공생을 해나갔다. 이처럼 지구 생명체의 몸을 이루는 진핵세포는 눈덩이지구라는 가혹한 조건을 극복하면서 지구환경과 서로 공진화를 이루는 과정에서 탄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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