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사 에세이> 김창환 양평중 교사

 

산소가 없었더라면 지구는 어떤 모습을 가진 행성이었을까? 아마 화성이나 금성처럼 생명의 흔적을 찾기 어려운 황량한 행성이 되었을 것이다. 육지가 초록빛의 식물로 가득하고 하늘과 바다가 푸른빛으로 띄는 것은 지구에 산소가 풍부하기 때문이다. 산소가 없다면 지구는 안개와 먼지가 가득한 행성이 되었을 것이다. 

원시지구의 산소는 수증기가 자외선에 의해 분해되어 만들어졌지만 대기를 채우기에는 턱없이 부족했다. 오늘날 대기 중 산소농도가 높은 것은 광합성을 하는 플랑크톤과 식물 덕분이다. 원시지구에 산소를 공급한 것은 광합성을 하는 남세균(cyanobacteria)이다. 남세균은 약 35억 년 전에 출현하여 10억년 후에는 지구 전체 바다를 장악한 것으로 추정된다. 

남세균의 태양전지판 역할을 하는 엽록소는 빛을 이용하여 당시 대기에 풍부했던 이산화탄소를 탄소와 산소로 나누고 불필요한 산소는 대기로 방출했다. 남세균의 흔적은 스트로마톨라이트라는 화석으로 남아있다. 한국에도 인천광역시 소청도와 강원도 영월 등에 화석이 발견된다. 

스트로마톨라이트는 남세균 위에 광물층이 뒤덮인 구조를 하고 있다. 남세균은 낮에는 광합성을 하면서 자라고 밤에는 모래나 탄산칼슘을 붙잡아 겹겹이 퇴적층을 만든다. 지금도 서호주 해안가에는 버섯모양의 스트로마톨라이트가 자라고 있는데 바깥층에는 남세균이 살아있어 끈적끈적한 산소방울이 올라온다. 스트로마톨라이트는 염도가 높은 곳에 생존하기 때문에 천적이 없어 수천 년간 자라날 수 있다. 그러나 현재는 남세균을 먹어 치우는 달팽이와 같은 해양동물들이 등장하면서 해안가로 밀려나 겨우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 스트로마톨라이트(사진=경기도중등지구교육연구회)

남세균은 지구에 풍부한 물을 이용하여 에너지를 만들 수 있었기 때문에 수억 년 동안 번성하였다. 산소는 바다 속의 금속을 산화시켰고 산화될 금속이 소모되자 대기 중으로 방출되기 시작했다. 원시대기는 생명체에게 해로운 성분들로 가득했지만 광합성을 통해 산소가 풍부한 대기를 만들어갔다. 이후 남세균의 일부는 덩치가 큰 세포내로 들어가 공생관계를 유지하며 엽록체가 되었고, 남세균의 유전자를 보유한 후손들은 식물성 플랑크톤과 해양조류로 진화하였다. 이들은 자외선이 차단되자 육지로 올라와 식물이 되었다. 

산소로 구성되는 오존이 태양의 강렬한 자외선을 차단하지 못했더라면 생명은 육지로 올라오지 못했을 것이다. 이처럼 지구는 남세균에 의해 생명이 있는 행성으로 재설계 되었다. 남세균이 없었더라면 수많은 생명들은 자외선을 피해 바다 속 깊숙한 곳이나 어두운 지하에서 생존해 나갔을 것이다. 인간도 인어공주처럼 육지로 올라오는 것을 고통스러워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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