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마을, 왜 만들어야 하는가> 성종규 서종면 주민자치위원장

아름다운 마을을 찾아가는 여행13

 

 

지난 연재(5월19일자)에도 언급되었지만, 관광객 유입을 앞세우는 마을만들기나 지역만들기를 하는 경우의 부작용들이 최근 제기되고 있다. 경기도 또한 ‘관광개발, 지역민 우선인가? 관광객 우선인가?’라는 관광개발 득실분석을 통해 관광지 개발상황을 돌아볼 필요성을 제기했다는 것이다. 

특히 최근 서울 낙산공원 부근 이화 벽화마을이 관광객 증가로 거주환경이 열악해지면서 주민 사이에 일어난 갈등이 논의의 증폭의 계기가 되었다. 인천의 오래된 빈민지역인 괭이부리마을은 ‘빈민 생활체험관’을 조성하려던 지자체가 주민의 항의와 반대여론에 부딪혀 사업을 취소했다고 한다.

관광객의 유입을 앞세우는 마을만들기의 장단점을 생각해 보자. 우선 장점은 무엇보다도 관광객이 뿌리는 돈이다. 그런데 그 돈의 대가는 무섭다. 우선 임대료의 상승으로 인하여 기존의 거주민들이 삶의 터전을 뺏기는 소위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 현상을 들 수 있다. 그뿐만이 아니다. 상인들은 모르겠지만 일반 거주민들은 소음과 쓰레기에 시달리고, 오로지 관광수입을 위주로 하다 보니 체계적이지 않은 난개발이 일어난다. 기존 마을의 전통과 아이덴티티는 사라지고 공동체가 파괴된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큰 피해는 주민간의 경쟁과 갈등이다. 관광수입을 앞세우면 서로 많은 수입을 빨리 올리기 위해 경쟁이 가열되고, 돈이 유입되면 갈등이 발생하게 된다.

▲ 세토가와(瀬戸川) 잉어와 아이들

나가노(長野)현의 히다후루카와(飛騨古川)마을도 그러한 경험을 할 뻔 했다. 인구 1만6000명 정도의 크지 않은 면단위인데 회벽의 전통적 가옥과 가옥 사이로 세토가와(瀬戸川)라는 아름다운 실개천(せせらぎ)이 흐르고 있어서 마음만 먹으면 관광객을 끌어들이기 위한 정책을 앞세울 수도 있었다. 젊은 세대가 도시로 이주하고 인구가 줄어들자 기존의 상인들은 제각각 관광객을 유인하기 위한 경쟁에 나섰다. 앞 다투어 판매에만 신경을 쓰다 보니 세토가와는 오염되기 시작했고 사람들은 방치했다. 누구든 자신의 수익에 급급했지 아름다운 실개천에 신경 쓰지 않았다.

보다 못해 나섰던 것은 마을의 얼마 남지 않은 젊은 상인들이었다. 젊은이들은 회벽의 전통가옥과 그 사이를 흐르는 세토가와는 히다후루카와의 상징이라는 점을 되새겼다. 그리고 ‘후루카와를 지키는 모임’을 만든 후 사람들에게 “우리가 살아온 이 아름다운 경관을 지키기 위해서 우리 각자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끊임없이 던졌다. 반복된 질문은 다른 상인들과 주민들에게 무엇인가 책임감을 느끼게 하였고, 세토가와를 살리자는 운동이 조직되었다.

주민들은 깊이 토론한 끝에 이미 어느 정도 오염된 세토가와를 정화하기 위하여 잉어를 방류하자는 데 의견을 모았다. 주민들 스스로 돈을 모았다. 잉어는 유유히 헤엄쳤고 현재는 약 1㎞의 세토가와 중심 부분에 1000여 마리의 잉어가 헤엄치고 있다. 히다시청은 조례를 만들어 지원했다. 이제 잉어가 헤엄치는 세토가와는 유명한 관광지가 되었다.

▲ 세토가와(瀬戸川)를 낀 마을공원

‘관광지가 되었다’라고 말했지만, 후루카와의 젊은이들은 관광지를 만들려고 시작한 것이 아니었다. 처음 모임부터 마을만들기를 주도한 나오이 류지(直井隆次)라는 사람은 이렇게 말한다. “주민들이 아이디어를 내어 시작한 것이고, 조례의 문구 하나에까지 주민의 의견이 반영되어 있습니다. 우리는 우리의 아름다운 경관을 지키고 싶다는 일념 하나에서 시작했고, 지금도 그렇습니다. 그냥, 우리는 관광을 위한 경관을 지키려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자신들이 사는 동네를 잘 만들고 싶을 뿐입니다. 그 결과 그 경관을 보려고 관광객이 기꺼이 와주면 더욱 자랑스럽고 기쁜 일일 뿐이죠”. 

히다후루카와를 방문한 어떤 여행객은 이렇게 말한다. “세토가와의 잉어가 헤엄치는 경관은 전국적으로 유명합니다. 그런데 관광객이 사진을 찍으면서 경관을 만끽하고 있는 그 바로 옆에서 그 지역의 아이들이 웃는 얼굴로 인사하고 뛰어노는 광경은 그냥 ‘관광지’라고 하기에는 뭔가 좀 망설여지는 삶과 밀접한 따뜻함 같은 것이 느껴집니다”. 

그 여행객이 느낀 오묘한 감정의 비밀은 여기에 있을 것이다. 우리가 아름답게 살기 위하여 우리가 힘을 합쳐 우리 손으로 만든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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