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공동체 지역만들기②

▲ 정도훈 한국역량개발원장

경쟁논리가 우리 사회를 지배함에 따라 개인주의와 이기주의가 심화되고, 세상은 점점 각박해져가고 있다. 인간답게 살고 있는 것일까? 의문이 짙어질수록 올바른 인간관계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고, 이러한 관심은 자연스럽게 인문학 열풍으로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사람사이의 관계, 즉 너와 나의 관계에만 집중되어 정작 숲이라 할 수 있는 공동체에 대한 관심은 부족하지 않나 생각을 하게 된다.

우리는 사실 수많은 공동체 속에서 인간관계를 맺고 있다. 전통적인 가족공동체부터 거주 공간으로서의 마을공동체, 경제활동을 수행하는 경제공동체, 같은 믿음으로 모여진 종교공동체 등 수많은 공동체 속에서 살고 있다. 이렇듯 우리가 속해 있는 공동체는 오랜 옛날부터 인간의 삶과 뗄 수 없는 중요한 논제였다. 개인주의를 중시하는 서양의 사고에서는 개인 간의 연대를 통한 합리적 의사결정을 추구하는 민주주의를 발전시켰으며, 이는 과학적 사고를 바탕으로 한 합리성과 효율성의 추구로 눈부신 물질문명의 발달을 촉진했다.

동양에서는 도가의 사상과 유가의 사상으로 나뉘기는 하지만, 우리나라는 개인주의적 경향이 강하고 상호불간섭주의를 내세우는 도가 사상보다는 개인을 사회속의 인간으로 보고 공동체주의를 지향하는 유가의 영향을 많이 받은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마을마다 대동계라는 것이 아직도 남아 있다. 이 대동계는 각 개인이 덕성을 가지고 자발적으로 참여하여 마을을 ‘대동’사회(大同 社會)로 만들고자 하는 뜻이 내포되어 있다. 여기서 말하는 대동사상은 공자의 예기(禮記) 예운(禮運)편에 잘 나타나있는데, 모든 사람들이 차별 없이 잘 사는 사회를 만들자는 것이다.

우리는 지금 기술문명의 눈부신 발전에 힘입어 혼자서도 한없이 편리한 일상생활을 영위하고 있다. 하지만 정작 편리한 생활의 이면에 정서적인 고독감으로 인한 부정적인 사회현상들이 날로 증가하고 있다. 이는 공동체의 역할 약화에도 원인이 있다고 생각한다. 올바른 덕성을 길러주어야 하는 가족공동체, 자발적인 참여를 통해 대동사회를 만드는 마을공동체, 사랑을 실천하는 종교공동체, 세상을 이롭게 하고자 만들어진 회사공동체 등 많은 공동체들의 본질적인 역할 수행이 점점 약해지고 있다. 공동체는 그 공동체의 목적을 제대로 수행하고자 하는 가치에 의거해 운영되어 질 때 구성원의 만족감도 높아지며, 공동체 자체도 사회의 발전에 기여할 수 있다.

그런데 현대사회는 재화의 획득을 통해 편리함을 끊임없이 추구하는 인간의 속성으로 인해 각자의 공동체를 운영하는 가치관의 준거가 변질되어 가고 있다. 삶을 영위하는 수단으로서의 재화가 오히려 목적이 되어버림에 따라 사람들의 생각도 돈을 제일의 미덕으로 삼게 된 것이다. 이에 따라 가족공동체에서도 기본적인 가치관의 훈육에 힘쓰지 않게 되었고, 경제공동체는 말할 것도 없고 심지어는 마을공동체조차 재화우선주의 사상이 만연하게 되었다.

이러한 현상은 결코 바람직한 현상이 아니다. 마을공동체가 추구하는 대동정신은 현대사회에서 다시 생각해 보아야 할 중요한 정신이다. 어르신들은 과거의 마을 생활을 이야기해주시면서 사람 사는 맛이 있었다고 한다. 이는 곧 마을공동체가 추구하는 대동정신이 살아있었다는 것을 말한다.

21세기 대한민국의 진정한 발전을 위해서는 마을공동체가 제대로 작동되어야 한다. 우리가 걱정하는 수많은 사회문제들을 해결하여 후손들에게 살 맛 나는 세상을 물려주기 위해서라도 마을공동체는 반드시 회복되어야 한다. 물질적 발전이 아닌 인간의 행복이 우선되는 ‘사람이 행복한 발전’을 이루기 위해서라도 마을공동체는 반드시 회복되어야 한다. 그래서 마을 주민 공동의 행복을 추구하는 행복공동체로서의 마을은 중요하다. 그간 수많은 공동체가 우리 사회를 발전시켜 왔듯이 이제는 마을공동체를 발전시켜 대한민국에서 진정한 발전이 무엇인지를 후손에게 알려주어야 한다. 그것이 기성세대로서의 우리의 의무이자 책임이라고 생각한다. 그동안 물질에 현혹당하여 우리의 자식들을 경쟁의 논리에 가두어 놓고, 진정한 인간의 삶과 공동체에 대해 알려주지 못한 우리의 죄를 깊이 반성해야 한다. 오늘의 현실을 힘들어하는 우리 자식들에 대한 사죄를 마을공동체를 살리는 것으로부터 시작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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