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마을, 왜 만들어야 하는가> 성종규 서종면 주민자치위원장

아름다운 마을을 찾아가는 여행12

 

 

모두의 손으로 지킨다. “우리의 시냇물(せせらぎの水).”

1995년 1월17일 오전 5시46분 리히터규모 7.2, 400년만의 최강의 지진이 일본 고베시 지역을 강타했다. 6434명 사망, 재산피해 10조엔(당시 일본 총 GDP의 2.5%에 해당). 한신(阪神)대지진 또는 고베대지진이라고 불리는 것이 그것이다. 특히 고베시 효고(兵庫)구의 거의 중앙부에 있는 마쓰모토 지구는 8㏊ 정도의 작은 주택밀집 지역이었는데 지진 직후의 화재로 인하여 약 80%의 건물이 불타고 그 지구에서만 무려 16명이 사망했다. 

지진이 일어난 후 구조와 복구를 위해 일본의 국력이 총동원됐다. 뿐만 아니라 민간 자원봉사의 붐이 일어났다. 기존의 주민리더들뿐만 아니라 평소 지역 활동에 참가하지 않던 사람들도 모두 분연히 일어났다. 마쓰모토 지역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사실 그때까지 마을만들기나 지역 활동은 전통적 관변조직을 중심으로 행해져 왔다. 그런데 지진의 복구를 위해 일반주민들의 참여가 폭발적으로 이루어진 것이다. 일반 주민들은 자원봉사를 조직적으로 실행하기 위해 비영리민간단체를 조직했다. 

▲ 마쓰모토 지구를 흐르는 시냇물(せせらぎ)

그리고 처음에는 서로 별도로 이루어지던 활동을 효과적으로 추진하기 위하여 주민들은 힘을 합치기로 결정하고 ‘마쓰모토지구 마을만들기 협의회’(松本地区まちづくり協議会)를 조직했다. 협의회는 행정관청과 파트너가 되었고, 마쓰모토의 재건을 위한 활동이 시작됐다.

협의회의 참가 단체들 사이에는 열띤 토론이 이루어졌고 고베시가 만든 마쓰모토 지구 재건 계획에 주민제안으로 참여했다. 협의회는 마쓰모토 지구 중심도로에 인공적으로 시냇물을 만들기로 결정했다. 지진 당시 마쓰모토 지구는 수도관의 파열로 인해 화재를 제 때 진압하지 못하여 주택이 불타고 인명 피해가 커졌다는 반성에 의해 또 다른 지진으로 인한 화재진압을 위해 중심도로에 시냇물을 흐르게 하자는 생각이었다. 고베시는 협의회의 제안을 받아들였고 주민들과 함께 기술적으로 심도 있게 연구했다. 고베시는 마쓰모토 지구에서 약 3㎞ 정도 떨어져 있던 하수처리장을 확충하여 고도하수처리기술을 도입했고 거기서 처리된 물을 마쓰모토 지구에 흐르게 하기로 결정했다.

▲ 시냇물 청소에 참여하고 있는 주민들

행정과 주민들은 함께 시냇물의 흐름경로를 협의했고, 이왕 만드는 것 아름답게 만들자는 디자인도 협의되었으며, 설치 자체에도 동참하고, 향후 유지관리를 위한 각 단체의 역할이 합의되었다. 20년이 지난 지금 마쓰모토 지구 중심도로에는 지진을 이겨낼 시냇물이 흐르고 있다. 설치 당시부터 현재의 유지관리까지 꾸준히 연인원 2000명 이상의 주민이 시냇물을 만들고 지키기 위해 참여하고 있다. 

주민에 의한 마쓰모토 지진 피해 복구와 마쓰모토 마을만들기 협의회 활동 경험을 계기로 하여 일본 정부와 국회는 1998년 새로운 주민조직들에 의한 마을만들기 참여를 확대하기 위해 특정비영리활동촉진법(特定非営利活動促進法, 일명 NPO법)을 제정했다. 그 이후 현재 5만개를 넘기고 있는 일본의 마을만들기 NPO법인들은 일본의 마을만들기를 폭발적으로 발전시켰다. 잠자고 있던 주민들의 힘이 깨어났고, 그 힘은 지진마저도 극복해버린 것이다.

▲ 고베대지진 당시의 마쓰모토 지구 모습

평에서 지역만들기 지원사업은 철저히 전통적 주민조직인 리 단위로 이루어지고 있다. 현대적인 시민조직의 대표적인 형태는 NPO(Non-Profit Organization)다. 민주주의 기본 역량은 시민의 힘을 키우는 것이다. 내가 있는 서종마을디자인운동본부도 마을만들기를 위한 NPO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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