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구 팔 저려~
어제 시작한 동물 털 공사를 오늘로 마무리 하는 중이다. 더워지는 날씨에 낮이면 헉헉거리는 털북숭이들 중 털이 길어 고생하는 두 녀석과, 종잡을 수 없게 삐죽삐죽 자란 놈까지 세 마리를 멋지게(?) 이발시켜 놨다. 잘려 떨어진 털을 쌓아 놓으니 작은 이불 속통 분량의 털이 모였다. 너무 바짝 잘라 놓으면 벌레에 잘 물릴까봐 그나마 덜 자른 건데, 작정하고 자르면 웬만한 이불 속을 채울 수 있을 것이다. 하여간 그렇게 어르고 달래서 털을 자르고 나니 반나절이 다갔다.

특히 골든 리트리버종인 은하는 털이 너무 빼곡하게 나는데다 털갈이가 늦다. 그냥 두면 가을까지 안 빠지는 겨울털이 은하의 소중한(?) 피부를 숨쉬기 힘들게 해 장마철이 되면 피부병이 잘 발생한다. 피부병은 초기에 치료하지 않으면 순식간에 번지는 반면에 상처부위 환기와 처치가 잘 되면 의외로 잘 낫기도 한다. 그래서 올해도 피부병 걱정 없이 지내려고 각별히 신경 써서 털을 깎으려 하지만 내 뜻과는 무관하게 은하는 몸에 손을 대면 가만히 있지를 못한다. 처음엔 착하다고 달래면서 시작하지만 결국엔 “이놈아 좀 가만있어!” 고성으로 바뀌면서 머리에 그렸던 스타일은 사라지고 제발 요부분만 깎자며 목표를 향해 완력을 행사하게 된다.

우여곡절 끝에 개털 프로젝트가 끝나고 새날이 밝아 목욕을 시키려니 한숨부터 나온다. 허리가 아프더니 팔이 저리저리 쑤셔온다. 개털 깎는 일은 시간이 많이 걸리지만 3마리만 깎으면 되는데 목욕은 개 5마리를 모두 시켜야 한다. 뭐 누가 나한테 시키는 건 아니지만 도저히 겨우내 찌든 때를 뒤집어 쓴 개들을 봐줄 수 없기에 마음을 잡고 고무장갑을 끼고 개 목욕 복장으로 준비하고 마당에 나갔다.

평소엔 발 도장 찍기 바쁜 놈들이 평상 밑이나 나무 뒤에 숨어 모습을 감추고, 그나마 의연한 진돌이는 딴청을 하며 불러도 못들은 척 얼굴을 돌리고 있다. 에너지 충전 가득 찬 상황에서 제일 힘든 은하부터 시작했다. 평소에 물을 좋아해서 냇가에 가면 첨벙첨벙 수영하는 녀석이지만 목욕은 싫어한다. 힘이 센 은하를 어르고 달래고 막고 문지르고 헹구고 스포츠 타월로 물까지 털어내고 나니 벌써 50% 방전이다.

다음 타자는 우리 집 꼬맹이 까탈이 달구. 달구는 목욕시키는 동안 꼼짝도 않고 가만히 있어 목욕시키기는 건 일도 아닌데, 목욕시키기 전에 잡으러 다니는 게 너무 힘들어서 지치게 하는 녀석이다. 식구대로 동원해서 데크나 평상 밑으로 못 들어가게 막아서 잡아다 씻겨야하기에 달구 목욕은 잡기만 하면 다 한 거나 마찬가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일단 잡히기만 하면 얼마나 얌전한지 일사천리로 목욕 끝이다.

그 다음 타자~ 진돌이. 의젓하게 임하는 진돌이도 목욕이 싫기는 마찬가지다. 집에 들여놓으면 머리를 내 다리에 대고 ‘뜻대로 하시옵소서~’하지만 싫다는 티를 달달 떨며 낸다. 그러다 새시 문 넘어 고양이가 있는 걸 보게 되면 온몸이 사냥 본능으로 팽팽해진다. 거기에 아랑곳 않고 목욕하는 개들을 응원하는 고양이와, 진돌이가 들어가는 걸 보고 궁금해 기웃거리다 샤워기 트는 걸 보고 기겁하는 요비! (다음 호에 이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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