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사 에세이> 김창환 양평중 교사

 

생명의 기원은 유전물질인 DNA을 바탕으로 분자수준에서 새롭게 연구되고 있다. 분자생물학자들은 유전정보 속에 생명의 역사가 저장되어 있다고 믿는다. 유전정보들은 세대를 거치고 복제되면서 변이와 조절작용을 통해 다양해진다. 복제과정에서 10억 번 중에 1개 정도의 오류 즉, 변이가 발생한다. 

복제의 속도도 빠르다. 일부 세균은 이십분 안에 복제되며 인간세포는 30억 개 염기배열을 완벽하게 복제해내는데 몇 시간이면 충분하다. 인간의 피부세포들은 1년에 2회 정도 완전히 다른 세포로 태어난다. 따라서 동식물의 돌연변이의 빈도와 유전자 변이의 횟수를 비교하면 진화과정을 추적 할 수 있다. 

인간들도 부모에 비해 자녀는 약 200개의 다른 유전자를 가지고 태어난다. 자손들은 부모의 돌연변이인 셈이다. 인간과 침팬지의 유전자 서열은 약 98.6%가 일치한다. 즉, 인간과 침팬지는 비교적 멀지않은 시기에 분화되어 왔음을 짐작할 수 있다. 반면 인간과 개의 유전자 서열은 차이가 크므로 분화시기가 훨씬 멀다. 이런 방법으로 유전자 서열을 비교해 시간을 계산하는 것을 분자시계라고 하고 분자시계를 이용해 진화관계를 밝히는 것을 계통수라고 한다. 현대 과학자들은 계통수 분석을 통해 생명의 공통조상들을 찾고 있다. 분자시계에 의하면 동물, 식물, 균류는 약 10억 년 전 공통조상에서 분화했다고 한다. 다세포동물의 분기는 약 6억년으로 본다. 화석상의 증거와 거의 일치한다. 

▲ DNA(사진=동아사이언스)

지구에는 DNA를 이용해 번식하고 생존하는 오직 한 가지 방식의 생물만 존재한다. 육상 척추생물들을 보면 머리 하나에, 눈 두 개, 코 한 개, 다리 네 개, 손·발가락 다섯 개를 가지고 있다. 심지어 세포에서 만들어 내는 에너지 단위도 동일하고 생산하는 방법도 유사하다.

생명의 기원은 공통된 조상에서 시작되었을 가능성이 크다. 약 38억년 전 어느 날 원시생명은 유기화합물들을 합성시켜 유전물질을 저장하고 복제하는 기술을 터득했다. 유전물질이 복제하는데 일주일 걸린다고 가정해보자. 이분법으로 하면 6개월 만에 약 1억개의 복제분자가 만들어진다. 이렇게 바다로 흘러들어간 유전물질은 온 지구에 퍼지며 생명의 탄생을 준비했을 것이다. 그리고 유전자는 수 십 억년 동안 변이되고 조절되면서 다양하게 분화됐고 지금의 천만종이나 되는 종 다양성을 이룩했다. 인류는 생명의 역사를 해독하기 시작한 지 50년 남짓 됐다. 인간의 DNA내에 있는 2만5000여개의 유전자에는 지구 생명의 역사가 기록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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