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마을만들기, 왜 필요한가> 성종규 서종면주민자치위원장

아름다운 마을을 찾아가는 여행10

 

우리는 아름다운 마을을 찾아가는 여행을 하고 있다. 이번 회부터 몇 차례는 물길이 아름다운 마을을 찾아가볼까 한다. 북한강이나 남한강 같은 거대한 자연적인 강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도시 한가운데를 흐르는 생활에 접한 물길을 말하는 것이다.

예로부터 노자(老子)는 ‘상선약수(上善若水)’라 하여 ‘가장 선한 것은 물과 같다’고 하였다. 상선약수란 물의 다음과 같은 특징들을 두고 하는 말이다. 우선 물은 만물의 생명의 근원이다. 모든 생명의 탄생과 진행은 물과 분리할 수 없다. 둘째로 물은 앞을 다투지 않으며(流水不爭先) 산과 바위와도 직접 다투지 않고 흐른다. 지혜롭다. 그리고 셋째로 물은 항상 높은 데서 낮은 데로 흐른다. 겸손하다. 지혜롭고 겸손하며 만물의 근원인 물을 생활의 한가운데 두고 함께 살아가는 마을의 사람들은 물을 닮을 것이다.

▲ 오카야마현(岡山県) 구라시키천(倉敷川)의 나룻배놀이

도시를 흐르는 물길은 본격적 현대화가 진행되기 전에는 생활과 더욱 밀접했다. 도시의 중심을 흐르는 물길은 교통의 수단이 되기도 하였고, 맑게 흐르는 물은 빨래나 심지어는 식수로도 사용되기도 했다. 그러나 현대화가 진행되면서 자동차나 수도가 보급됨에 따라 물길의 기능은 감소됐고, 오히려 도시의 개발과 확장으로 인해 각종 개발의 쓰레기나 화학물질이 배출되어 오염의 창고로 변모해 갔다. 결국 대부분의 물길들은 자동차의 교통을 위해 그 자리를 내주게 되었고, 대부분 복개되어 도로로 변모했다. 물길은 보이지 않는 어둠 속으로 감추어졌고, 하수를 받아내는 정도의 역할로 전락했으며, 사람들은 물로부터 떠났다.

대표적인 사례는 멀지 않은 곳에 있다. 서울의 청계천(靑溪川)이다. 조선시대부터 푸르고 맑다는 이름을 가지고 사람들이 멱 감고 빨래하며 흘렀던 물길은 1960년대를 지나며 전면 복개되어 어둠 속에 묻혀 냄새나고 어두운 하수구로 전락했다. 결국 2000년대 들어 어마어마한 돈을 들여 다시 복원하여 우리 곁으로 돌아왔지만, 복개(覆蓋)했다가 다시 복개(復開)한 인간의 어리석음은 남았다.

일본 오사카공항이나 오카야마공항을 통하는 중부지역의 구라시키시(倉敷市)는 구라시키천(川)을 중심으로 형성된 전통미관지구의 아름다운 경관으로 유명하다. 지금은 도시 미관의 핵심으로 자리 잡고 있지만 예로부터 구라시키 주민들의 생활의 벗이었던 구라시키천 또한 현대화의 과정에서 기능을 상실했다는 이유로 1960년대 들면서 도로로 복개하자는 목소리가 높았다. 그러나 뜻있는 사람들과 시청은 많은 논의와 고민 끝에 오히려 주위의 전통건물들과 함께 전통미관지구로 지정해 소극적 보존의 차원을 넘어 적극적 계승을 하기로 결정했다. 1969년 ‘구라시키천변특별미관지구’로 지정하고 그에 필요한 조례를 제정했다. 1980년 중반에 들면서 하천 양안의 전주와 전선을 지중으로 매립하고 주변의 전통건축물을 미술관 등 문화시설로 사용하도록 지원했으며 아름다운 야간 조명도 설치했다.

▲ 구라시키천의 석교(石橋)

이제 구라시키 미관지구는 잘 보존되어 관광상가로 사용되고 있는 일본식 회벽의 전통가옥들이 천을 따라 늘어서 있고, 천의 중간 중간을 건너는 다리는 기품 있는 석교로 자리 잡고 있으며, 오하라(大原)미술관을 비롯한 문화시설이 함께 어우러져 처음 접하는 순간 숨이 멎을 정도의 아름다움을 현출하고 있다.

잘 정돈된 구라시키천은 예전의 소박한 빨래터로부터 수준 높은 문화적 경관으로 발전했다. 한 때 복개되어 어두운 지하로 묻혀버릴 위기도 있었지만 그 도시의 사람들의 힘으로 여전히 그들 곁을 흐르고 있으며 나룻배가 옛 정취를 되살리고 2012년 기준으로 연간 350만명의 여행객이 찾는 유명한 미관지구가 됐다. 

그 마을의 핵심 공간을 미관지구로 지정하고 그에 맞는 조례를 정비하여 소극적 보존을 넘어 적극적으로 계승발전 시키는 일은 마을의 심장을 살리는 일이다. 그것이 특히 마을의 중심을 흐르는 물길을 살려내는 일이라면 더욱더 말이다.

나는 오후 내내 어슬렁거렸던 천변을 근처에서 저녁과 함께 사케 한잔을 기울이고 다시 배회했다. 불 밝혀진 미관지구는 밤에도 여행객이 넘치고 황홀하게 아름다웠지만 석교 옆 한 구석에 지친 다리를 쉬며 앉은 나는 한없이 작고 초라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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