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마켓 진단&모색② 지역개발 따른 주민갈등 해소대책 필요
민주적 운영과 주민소통, 지역문화 고민해야

▲ 서종면 문호리 강변에서 매달 1․3주 토요일에 열리는 ‘문호리리버마켓.’

얼마 전 서울시 종로구 이화벽화마을 주민 일부가 관광객들이 찾는 이화마을의 꽃·물고기 그림 계단을 회색페인트로 덧칠했다는 뉴스가 보도됐다. 이 마을은 ‘낙산공공프로젝트’가 추진되면서 동네 곳곳이 벽화로 채워져 한류 관광코스로 떠올랐다. 이번 일은 마을이 관광지화 되면서 생긴 주민과 주민, 관광객과 주민 사이의 갈등이 어떤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지 보여준 사례로 주목을 받았다.

양평지역의 대표적 프리마켓인 ‘문호리리버마켓’이 열리는 서종면의 경우에도 적잖은 갈등이 포착되고 있다. 지난 한 해 양평군청 게시판에 리버마켓 운영과 관련한 민원이 3건 접수됐다. 셀러(seeler) 선발 기준, 운영규칙에 대한 문제제기부터 ‘지역주민은 비싸서 구경도 안 가고 전문장사꾼들만 득실댄다’는 원색적인 비난까지 민원내용은 다양했다. ‘지역주민 참여가 저조하고 지역발전에 도움이 안 되니 공공시설을 사용하지 말라’는 다소 감정적인 요구도 나왔다. 지역주민과 리버마켓 운영진, 셀러들과 운영진 사이의 갈등이 해소되지 못한 채 지역 밖으로 표출되고 있는 양상이다.

경기도는 지난 11일 ‘관광개발, 지역민 우선인가? 관광객 우선인가?’라는 관광개발 득실분석을 통해 관광지 개발상황에 따른 대응책 마련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개발 단계부터 주민들이 참여해 지속적으로 개발 방향에 대한 의견을 수렴해야 하고, 개발 초기단계에는 지역주민과 관광객을 대상으로 한 교육이 필요하다. 대개 개발 중기단계에 들어서면 지역주민들 간의 갈등이 표출되기 시작한다. 지역일자리 창출, 상권 활성화, 세입 증가 등의 편익이 소음 및 쓰레기 증가, 교통문제, 공동체 해체 등의 비용보다 클 경우에는 주민들이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나, 편익이 공유되지 못 하거나 비용보다 적을 때에는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게 된다. 보고서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역개발에 따른 편익을 공유하고, 생활환경 개선 대책을 세워야한다고 지적했다.

리버마켓은 현재 참여 셀러가 매회 160여명에 이르는 등 2년 만에 관광객이 꾸준히 찾아오는 유명 프리마켓으로 성장했다. 초창기부터 지역 셀러 참여 우선 원칙을 내세우고 있지만 리버마켓 현장에서 만난 셀러들은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회를 거듭할수록 지역 셀러의 참여율이 떨어져 절반도 안 되는 것 같다”고 입을 모았다. 지역성보다는 경쟁력, 주민참여보다는 상업성이 셀러 선발의 기준이 되고 있다는 불만이 많았다.

 

상업성에 대한 논란은 리버마켓 만의 문제는 아니다. 18년 전통의 서울시 ‘서초토요벼룩시장’은 전문상인 참여로 상업적으로 변질돼간다는 주민들의 요구를 받아들여 올해부터는 마켓존, 리․업사이클링존, 사회적 경제마켓, 그린마켓, 커뮤니티마켓, 休(휴)카페, 공연존으로 활동구역을 나눠 주민 신청을 받아 전산추첨제로 셀러를 선발하고 있다.

또 리버마켓이 열리는 토요일에는 장사가 안 된다는 인근 상인들의 불만도 쌓이고 있다. 반면 관광지 개발로 인한 교통체증, 주차난, 쓰레기, 소음 등으로 인한 생활불편은 증가해 편익보다 비용이 많은 데서 오는 주민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리버마켓 시작단계인 2014년에는 지역주민들은 물론 기관․단체에서도 참여하는 등 관심을 보였고, 유명세를 타는 것에 대한 자긍심도 엿보였다. 2년 만에 지역 여론이 부정적으로 돌아서게 된 원인은 운영 미숙도 한몫 했지만 운영주체와 방식에 대한 인식차이가 근본적이다.

그간의 마을단위 사업은 이장․노인회․부녀회․청년회 등을 중심으로 움직여왔다. 리버마켓을 주도적으로 기획했던 이주민들은 이런 문화에 익숙하지 않다. 리버마켓을 이끌고 있는 안완배씨는 지난해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행사 운영, 셀러 자리 배정, 수익금 배분 등 마을에서 해오던 기존 방식대로 할 수 없다”며 “주민들과 화합하라는 말을 많이 듣지만 생각이 다르니 평행선을 달릴 수밖에 없다”고 인식차이 문제를 거론했다.

이후 리버마켓 운영이 셀러 중심, SNS 활동 중심으로 이뤄지면서 주민과 소통의 문은 더욱 굳게 닫히게 됐다. 기존 마을주민 중에 SNS로 소통하는 문화가 익숙하고 편한 사람이 몇이나 되겠는가? 지역민과 소통할 수 있는 구조, 지역민이 참여할 수 있는 통로가 열리지 못한다면 이화벽화마을 사례에서 보듯이 주민 갈등이 관광객과 주민 사이의 갈등으로 옮겨가 결국 관광객의 호감도 감소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는 기우에 불과할까.

‘문호리리버마켓’의 가장 큰 매력이 수려한 자연경관임은 누구도 부정하기 힘든 사실이다. 리버마켓은 문호리 강변 자체가 제일 큰 자산인, 지역성에 기초한 프리마켓임이 분명하다. 마을 단위, 주민 주도로 어떻게 운영주체를 만들 것인가는 서종면 리버마켓 만의 고민은 아니다. 이주민 문화와 기존 문화의 이질성, 소통 방식의 차이, 조직 운영 방식의 차이를 극복해 더 나은 지역공동체를 만들려는 모든 마을의 고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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