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사 에세이> 김창환 양평중 교사

국내에도 지카바이러스(Zika-virus) 환자가 발생하고 있다. 흔히 바이러스는 스스로 물질대사를 하지 못해 숙주세포에 기생하기 때문에 무생물과 생물의 중간단계로 분류하고 있다. 생명현상을 일으키는 최소 단위는 물질대사를 해나가는 세포다. 그렇다면 세포 전단계의 물질은 무엇일까? 

세포가 되기 위해서는 단순한 유기분자에서 단백질이나 핵산(DNA, RNA) 등 복잡한 분자로 발전하는 화학합성 단계가 필요하다. 1950년대 과학계는 DNA구조를 밝히고 유기분자 합성에 성공하면서 생명의 기원을 실험실에서 밝힐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게 된다. 하지만 단백질과 DNA 중 어느 것이 먼저 합성되었는지에 대한 해답은 찾지 못하고 있었다. DNA가 유전정보를 읽고 복제하기 위해서는 단백질로 된 효소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 지카바이러스(사진=위키피디아)

단백질은 효소작용은 가능하지만 복제할 수 있는 능력은 없다. 그런데 단백질을 합성하는 데 필요한 정보는 DNA에 있다. 흡사 닭과 달걀의 고민과 같았다. 이 고민은 1980년대 RNA의 기능이 확인되면서 해결되어 갔다. 바이러스에서 뽑아낸 RNA를 배양액에 넣으면 RNA는 효소 없이 스스로 단백질을 만들고 복제하며 번식해 나간다. 이는 RNA가 분화해서 단백질도 DNA도 만들 수 있음을 의미한다. 

현대 과학자들은 RNA를 DNA를 가진 생명체로 넘어가는 전 단계로 본다. 이 단계를 RNA세계라고 한다. RNA세계에서는 RNA를 가진 다양한 바이러스들이 탄생됐다. 지카를 포함해서 사스, 구제역, 메르스, 에볼라, 에이즈, 인플루엔자 등 알려져 있는 대부분의 바이러스는 RNA로 된 바이러스들이다. 하지만 이들은 DNA를 가진 완전한 세포단계는 아니다.

약 40억년 전 바다 깊숙한 곳에서 열수분출공에는 RNA를 만들 수 있는 물질과 에너지가 풍부했다. 열수분출공 속의 다공질 암석 틈에서 물질들이 농축되어 RNA의 재료인 유기분자들이 만들어졌다. 그리고 RNA세계의 합성이 시작됐다. 결국 RNA가 만들어져 증식했고 자기 복제를 통해 진화하면서 안전한 형태의 이중나선구조인 DNA를 만들었다. 이후 RNA는 유전정보의 저장기능을 DNA에 넘겨주고 자신은 유전정보의 전달과 조절, 효소작용까지 다양한 기능을 익혀갔다. DNA는 막으로 감싸지면서 핵을 가진 세포의 특성을 갖기 시작했다.

이런 과정은 적어도 2억년 동안 진행됐다. 최근 과학자들은 원시 지구에 풍부했을 물질들을 고온, 고압 환경 하에서 자외선과 X선을 쏘아 RNA의 구성물질을 만들었다. 유전정보를 조합하여 인공 바이러스 제작에도 성공했다. 물론, 세포 스스로 복제하고 진화하는 생명현상을 발현하진 못했지만 생명의 기원을 밝히기 위해 한걸음씩 다가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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