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마을, 왜 만들어야 하는가> 성종규 서종면주민자치위원장

아름다운 마을을 찾아가는 여행 9

 

 

주민들 모두에 의한 마을만들기가 진행된 오부세 마을의 또 하나의 특징은 ‘오픈 가든’(open garden)에 있다. 말 그대로 자신의 집 정원을 공개적으로 개방하는 것이다. 개인의 정원을 일반에게 공개하는 이 활동은 1927년 영국의 NGS(National Gardens Scheme)라는 자선단체가 훌륭한 정원을 가진 개인들의 동의를 받아 그 정원을 일반에게 공개하는 운동을 벌이고 그 수익으로 의료단체에 기부하는 활동을 벌인 데 그 기원이 있다. 

오부세에서는 1980년경부터 마을의 빈 공간과 각자의 집에 꽃과 나무심기 운동이 행해졌는데, 그 운동이 확장되어 오픈가든 운동으로 이어졌다. 2000년경에 38세대가 시작하여 현재는 마을의 중심부 주택을 중심으로 150세대에 이르고 있다. 

오픈 가든은 ‘밖은 우리 모두의 것, 안은 자신의 것’이라는 영역구분을 넘어 안의 일부까지도 외부에 공개하여 공유하는 데까지 이른 것이다. 오픈 가든에 참가하는 세대는 자신의 정원을 어떻게 특색 있고 아름답게 꾸밀 것인가를 끊임없이 연구한다. 행정에서도 꽃과 나무의 선진지 견학을 돕고, 오픈 가든에 참여한 세대들을 등록해 필요한 지원을 한다.

▲ 정원을 오픈한 주택. 누구나 이 집의 정원을 지나갈 수 있고 주인을 만나면 반가이 인사한다.

오픈 가든은 오부세를 방문한 여행객들이 집과 집 사이의 골목골목을 밤나무길(栗の小徑)을 따라 산책하다가 자연스럽게 개인의 집의 정원마저도 관통할 수 있도록 연결함으로써 여행객들이 오부세 마을 전체를 샅샅이 구경하며 다니게 만든다. 나아가 상가들도 그 정원을 개방해 정원을 산책하던 여행객들이 식당 내부를 살펴 볼 수 있도록 하고 식당으로 자연스럽게 끌어들인다. 그야말로 방문자의 여행의 동선을 완전히 장악한 것이다.

오픈 가든은 단지 정원을 공개한다는 의미 자체를 넘어서는 중요한 교훈을 준다. 자신의 일부를 내보인다는 것이다. 이는 반드시 타인에 대한 배려와 양보의 자세를 전제로 한다. 방문하는 사람에 대해 친절과 인사를 베풀 자신이 없이는 결코 오픈 가든을 결심할 수는 없다. 그런 마음이 없이는 얼마나 귀찮고 짜증나는 일일까. 여행객이 내 집을 기웃거리고 드나들며 귀찮게 한다고 생각해 보라.

오부세는 20여년의 마을만들기를 진행해온 후 자신들의 중요한 자산 중 하나로 ‘환대(hospitality), 친절과 인사’를 내세운다. 실제로 오픈 가든을 지나치다 보면 그 집의 주인들은 항상 밝은 얼굴로 먼저 인사를 건넨다. 그런다고 그에게 뭔가 이익이 생기는 것도 없는데 말이다. 사람이 사람을 싫어하지 않는 것이다. 마을을 산책하는 내내 마음이 편하고 마치 내 고향마을에 돌아와 이웃들과 인사하며 동네를 산책하는 기분에 젖는다.

오부세의 주민들은 자신의 마을을 살렸다. 그것도 창조적으로 살렸다. 시골마을을 돌보지 않는 정부정책의 결핍에 반대하는 차원을 넘어 스스로 창조성을 발휘했다. 호쿠사이를 중심으로 문화적 긍지를 내세우고, 수경사업의 원칙을 세워 아름다운 경관을 조성하고, 이를 바탕으로 지역특산물 산업을 성장시켰다. ‘밖은 모두의 것, 안은 자신의 것’이라는 슬로건을 중심으로 공공성을 몸에 익히고, 자신의 재산권 행사에 스스로 제한을 두기를 마다하지 않았으며, 심지어는 자신의 공간마저 외부에 개방하여 공유하고 찾아오는 손님들을 진심으로 환대한다. 

▲ 자신의 정원 방문을 환영하는 59호 오픈가든 참여주택.(“조용히 감상해 주십시오. 어린이는 보호자가 동반해주십시오”라는 안내판이 함께 걸려있다)

오부세 마을만들기의 현재가 있기까지 한 가지 빠질 수 없는 요소가 행정의 지원이다. 단지 돈의 지원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행정은 언제나 뒤에서 주민들의 결정과 추진력을 뒷받침했다. 행정은 기다릴 줄 알았고, 주민의 힘이 일어나고 스스로 결정하고 추진할 수 있도록 끊임없이 존중하고 도왔다. 행정의 이러한 자세는 20년 이상을 지켜온 오부세 마을만들기를 지탱한 중요한 요소다. 

오부세는 마을만들기가 이루어낼 수 있는 작은 혁명을 온전히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였다. 고유의 문화와 아름다운 경관을 소득사업과 결합시켰을 뿐만 아니라, 경관협정 등을 통해 지역공동체를 공고히하고 외부에서 찾아오는 손님들에게 문화적 교감과 인간적 환대를 다해 마지않는 인간만들기의 차원으로까지 승화한 것이다. 

오부세를 방문하고 남은 것은 하나의 감동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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