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사 에세이> 김창환 양평중 교사

 

영화 맨오브스틸(Man Of Steel, 2013)에는 슈퍼맨이 하얀 절벽층이 드러나는 영국의 도버 해협을 날아가는 장면이 인상적으로 연출된다. 도버 해협은 눈이 쌓인 듯 하얀 지층이 100m 두께로 16㎞나 이어져 있어 대표적인 중생대 백악기(Cretaceous period) 지층으로 알려져 있다. 

지층이 하얀 이유는 플랑크톤의 탄산칼슘으로 돈 하얀 껍질이 퇴적되어 쌓여있기 때문이다. 백악기 바다에는 엄청난 양의 플랑크톤이 살았다는 증거다. 탄산칼슘의 주성분은 탄소다. 생명체를 구성하는 분자들은 탄소를 기본골격으로 화학적 결합을 이루고 있다. 탄소골격을 갖춘 분자를 유기화합물이라 한다. 생명체를 구성하는 기본물질인 지질, 단백질, 탄수화물은 모두 유기화합물이다. 이는 탄소가 다른 원자들과 결합하는 능력이 뛰어나기 때문이다. 

탄소에 기반을 둔 유기물질은 다양한 방식으로 결합이 가능하며 고리모양, 사슬모양, 상자모양, 정사면체 등 3차원적이고 입체적인 화합물을 만들 수 있다. 이러한 탄소의 결합방식은 유전물질을 비롯한 세포내 소기관이나 생명현상을 조절하는 효소, 호르몬 등 복잡한 유기물질을 만들 수 있게 된다.

지구에서 탄소는 주로 이산화탄소에 포함되어 있다. 식물은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해서 탄소를 얻고 동물은 식물을 섭취해서 탄소를 취한다. 미생물들은 지표면에 스며든 작은 이산화탄소 방울이나 물속에 녹아 있는 이산화탄소에서 탄소를 얻는다. 과거에 지상에 있었던 탄소는 석회암, 화석연료, 해양생물, 플랑크톤의 껍질에 누적되어 있다. 석회암에 축척된 탄소의 양은 무려 약 2×1016톤으로 추정하고 있다. 화석연료를 태우면 탄소는 이산화탄소의 형태로 다시 배출되어 기후변화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 도버 해협(사진=위키피디아)

복잡한 분자를 만들기 위해서는 튼튼한 뼈대가 필요하다. 지구상에 있는 130여개의 원소 중 유일하게 탄소가 유기화합물의 뼈대 역할을 했다. 균류, 동물, 식물, 박테리아 등 우리가 생명으로 분류하는 모든 것들은 탄소를 풍부하게 포함하고 있다. 사람의 몸도 물을 제외하면 75%가 탄소다. 그러나 광물이나 암석과 같은 무생물에서는 탄소를 발견하기 어렵다. 

2012년 화성탐사선 큐리오시티의 주된 임무 중의 하나는 채집한 토양과 암석 샘플에서 탄소화합물의 흔적을 찾는 것이었다. 하지만 아직 화성에서 생명이 만든 탄소화합물을 발견했다는 소식은 없다. 지구가 탄생한 지 약 8억년이 지나서야 생명이 탄생했다. 생명은 탄소를 생명체의 뼈대로 선택하고 생명활동에 필요한 다양한 물질들을 만들고 나서야 등장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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